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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 이야기

잘 놀다 갑니다.

by 문촌수기 2013. 1. 3.

(6)잘 놀다 갑니다.

천상(天上)에서 오신 천상병 시인은 죽음을 '하늘로 돌아감(귀천)'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여기 시인의 [귀천]을 옮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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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천 (歸天)] - 천상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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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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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 정신의 성스러움을 전하는 류시화 시인은 죽음을 '빌려입고 이제 남루해진 옷을 주인에게 돌려주는 것'으로 표현합니다. 여기 류시화 님의 [서시]를 옮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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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시] - 류시화 - 어느 인도시인의 시를 다시 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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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나에게
옷 한 벌을 빌려 주었는데
나는 그 옷을
평생동안 잘 입었다.
때로는 비를 맞고
햇빛에 색이 바래고
바람에 어깨가 남루해졌다.
때로는 눈물에 소매가 얼룩지고
웃음에 흰 옷깃이 나부끼고
즐거운 놀이를 하느라
단추가 떨어지기도 했다.
나는 그 옷을 잘 입고
이제 주인에게 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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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한벌 빌려입고 소풍놀이 온 이세상.
즐겁게 놀다가 갑시다. 신나게 놀다 갑시다.
설령 다투는 일이 있고,
짜증나는 있더라도 툴툴 털고 미련남기지 말고,
후회남기지 말고, 잘 놀다 갑시다.
본시 온대로,
본시 고향으로.
본시 어머니에게,
웃으면서 돌아갑시다.

돌아가는 날.
웃으며 '잘 놀다 갑니다' 라며 인사 빠트리지 말고,
헤어지기 못내 아쉬운 님이라도 있다면,
다시 만나는 날까지 먼저 가서 '기다리겠다'고 약속하고,
다시 인연을 맺었으면 하는 사람 있다면,
'기회 닿으면 또 놀러 오리라'는 약속하고,
갖고 싶은 것 있어도 본시 내 것이 아니었으니
아쉬워도 놓아두고 갑시다.

그 곳에 가면 더 아름답고 찬란한 행복이 있을지니
어차피 갈 바에는 미련없이 돌려드리고 갑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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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 꽃 보다 죽어가는 낙엽이 더 아름다운
만추(晩秋)의 11월 토요일, 황보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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