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삶과 죽음 이야기

장자의 죽음

by 문촌수기 2013. 1. 3.

(4)장자의 죽음

 

돌아가시는 분이 남기시는 유언만큼 진실된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우리는 성인과 위인의 임종전 하신 말들을 되새겨 들을 필요가 꼭 있습니다. 그분들이 생에 수많은 말씀으로 가르치시고, 올곧은 행실로 가르치신 것의 마지막 마침표를 찍는 것이 바로 유언입니다. 곧 '용을 다 그린 다음 마지막으로 눈동자를 그리는 것'(畵龍點睛)과 같은 것이지요.

2300여년전에 이 세상에 오시어 대자연과 합일하시며 사셨던 장자(莊子)선생님이 이제 돌아가시게 되었습니다.
제자들이 선생님의 임종을 맞이하면서 후하게 장례를 지내려 분주했습니다. 매장할건지, 화장할건지, 가족장을 할건지, 학교장을 할건지........ 여러가지 의견이 분분했겠지요.
그런 제자들에게 장자 선생님이 말씀하십니다. 유언이지요.

"내 죽거든
하늘과 땅으로 관을 삼을 것이며,
해와 달로써 한쌍의 구슬로 삼을 것이며,
저 밤 하늘에 반짝이는 별들로 보배로 삼을 것이며,
이 천지의 만물로써 예물로 삼을 것이니 무엇이 부족하겠는가? "

이에 제자들이 안타까이 말씀드립니다.

"스승님의 육신을 까마귀, 솔개들이 파헤칠까 두렵습니다." 라고요.

장자 선생님은 제자들에게 다시 말씀을 하십니다.

"땅위에 있으면 까마귀, 솔개의 밥이 되고,
땅 속에 묻히면 땅벌레나 개미의 밥이 되는 것이거늘,
어찌 이쪽에서 빼앗아 저쪽을 배불리고자 하는가?"

세상사람들 예법에는 4례라 하여 관례, 혼례, 상례, 제례가 있습니다만 그중, 상례의 절차가 가장 엄격하고 까다롭습니다. 그만큼 헤어짐에 대한 슬픔과 먼저 저 세상으로 돌아가시는 이에 대한 경의의 표시인 탓이지요. 그러나 그 예법이 경의의 정도를 떠나 너무 형식적이고 과도하다 보니 허례가 되어버리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됩니다.

장자선생님께서의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은 일찍이 태어남도 없었고, 죽음도 없이 단지 어린 시절 아침일찍 놀러왔다가 해저물적에 늦지 않게 집으로 돌아가려는 것에 불과합니다. 마치 반야심경의 '不生不滅 不垢不淨 不增不減 - 생김도 아니고 없음도 아니며, 더러움도 아니고 깨끗함도 아니고, 더함도 아니며 덜함도 아님'의 경지입니다.
살아서 대자연과 합일하시다가 죽어서 이제 대자연으로 돌아가는 장자 선생님의 초연함에 진심으로 경의를 표합니다.

2000. 10. 24 오래간만에 글을 씁니다. 황보근영

'삶과 죽음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잘 놀다 갑니다.  (0) 2013.01.03
우리 같이 죽자.  (0) 2013.01.03
잘 산 사람, 잘 죽는다.  (0) 2013.01.03
죽고 사는 것은 마찬가지라구?  (0) 2013.01.03
`죽느냐 사느냐?`, 그것은 문제가 아니다.  (0) 2013.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