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의 죽음

삶과 죽음 이야기 2013. 1. 3. 09:02 Posted by 문촌수기

(9)소크라테스의 죽음

프랑스의 고전주의 화가 다비드의 그림에는 스승의 죽음을 앞두고 비통에 빠진 제자들을 너무나 당당하게 위로하는 소크라테스를 볼 수 있습니다. 그의 오른손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독약이 든 잔으로 다가가고, 그의 왼손은 마치 죽음 이후의 이상세계를 그리워하듯 하늘을 가리킵니다.

철학의 성인 소크라테스는 지금으로부터 2천 4000여 년 전, B.C.399년. [아테네의 청년들을 부패시키고 새로운 神을 섬긴다]는 이유로 고소를 당하고 재판 결과 독배를 마시게 되는 사형 선고를 받게 됩니다. 그의 친구 크리톤의 탈옥 권유에도 불구하고 그는 옥중에서 태연하게 죽음을 마시게 됩니다. 그는 철학에 있어서 최초의 순교자가 됩니다. 그의 나이 70세 때 입니다.
그의 죽음을 제자 플라톤은 [대화]편, [파이톤]에서 너무나 아름답고 극적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깨끗이 목욕을 마친 그에게 간수는 독배를 전해줍니다. 슬퍼하는 간수를 위로하면서 어떻게 하면 이 독약을 잘 마시고 죽을 수 있는지에 대해, 그리고 독약을 마시기전에 신에게 감사의 '고수레'를 해도 좋은지에 대해 묻습니다. 독약은 죽기에 딱 알맞은 양만 갖고 왔다는 말을 듣고난 소크라테스는 단지 이 세상에서 저세상으로의 편안한 여행을 기원하는 기도를 드린 다음에 너무나 태연하게 거리낌 없이 독약을 마십니다. 그때까지 슬픔을 참고 있던 제자들이 제각기 얼굴을 감싸고 통곡을 합니다. 그는 비통의 울음을 조용히 저지합니다.

"웬 곡(哭)소리들인가?
이런 창피한 꼴을 보게 될까봐 아낙네들을 먼저 내보냈거늘....
사람은 평화롭게 죽어야 한다[A man should die in peace]고 들었었네.
조용히 하고 꿋꿋하게 행동하게."

그리고는 간수가 가르쳐 준대로 그는 다리가 무거워질 때까지 한참을 걷다가 다시 침대로 돌아와 반듯이 눕습니다. 간수는 차가워지고 굳어져 가는 그의 다리와 발을 눌러봅니다. 그의 몸은 이미 감각이 사라지고 죽어갑니다. 독약이 심장에까지 미치면 그는 이제 죽게 됩니다. 그는 얼굴을 덮었던 천을 벗기고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합니다.

"이보게, 크리톤. 아스클레오피스에게 닭 한 마리를 빚졌다네.
자네가 기억했다가 대신 갚아주게. "

"그러겠네. 다른 말은 없는가?"

친구 크리톤의 묻는 말에 그는 아무 대답도 않고 저 세상으로 떠났습니다. 크리톤은 그의 눈을 감기고, 그의 입을 다물게 해주었습니다. 이것이 이 세상에서 가장 현명하고 가장 올바르게 살다간 사람의 최후입니다.

'아스클레오피스에게 닭 한 마리를 대신 갚아주게.'

진리의 聖人이신 소크라테스의 유언(遺言)치고는 너무나 싱겁고 의아합니다. 그러나 아스클레오피스가 누구인가를 알고 나면 이 최후의 말씀이 얼마나 소크라테스다운 말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아스클레오피스는 그리스인들의 의신(醫神)입니다. 뱀이 기어오르는 지팡이를 짚고 다녀서 오늘날에도 병원이나 약국에서는 뱀의 지팡이로 상징되는 의술의 신(神)입니다. 고대 그리스의 사람들은 오늘날의 우리들과 마찬가지로 병을 낫게 해달라며 신전에 나가 빌었으며, 병이 다 나으면 아스클레오피스 신전에다가 감사의 제물로 닭을 바쳤다합니다.
죽어가는 소크라테스는 바로 병이 다 나았으니 아스클레오피스에게 감사하고자 한 것입니다. 이승의 삶은 고통스러운 병이었으며, 죽음은 병에서부터의 치유입니다. 이승의 삶이 육체의 구속이었다면, 저승에로의 죽음은 바로 영혼의 자유이며 해방입니다. 감옥에서부터, 병에서부터 해방과 치유를 얻었으나 직접 가서 감사의 제물을 바치지 못하니 대신 부탁하는 '삶과 죽음에 대한 일종의 풍자'의 말입니다.

평소 독설로 지성인(소피스트)들을 비판하고 제자들로 하여금 스스로의 무지함을 깨닫게 하였던 소크라테스. 자기의 죽음마저도 의연하게 한편의 드라마로 연출하면서 남아있는 우리들에게 참다운 삶을 가르쳤던 그는 진정 인류의 위대한 성인(聖人)이시며 스승이십니다.

2000. 11. 19 소크라테스를 기리며.... 황보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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