넛지와 어포던스
누가 힘이 드세나?
옛날에 해와 바람이 누가 더 힘이 센지 내기를 했다. 마침 지나가는 나그네를 보고 누가 그의 외투를 벗겨낼 수 있는지 겨루기로 했다. 바람이 먼저 나섰다. 온 힘을 다해 세게 불었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나그네는 옷깃을 세우고 외투를 단단히 여미었다. 이번에는 해가 나섰다. 따뜻한 햇살을 가만히 비추자 나그네는 자연스럽게 외투를 벗었다.
너무나 잘 아는 이솝우화이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사람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이야기를 들으니 한때 유행했던 ‘넛지’라는 단어가 생각이 난다.
■ 넛지(Nudge) 효과
넛지(Nudge)라는 말은 ‘(특히 팔꿈치로 살짝) 쿡 찌르다’라는 뜻이다. 경제학 용어로 소개되었는데 ‘강압하지 않고 부드러운 개입으로 사람들이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법’을 뜻한다.
왼쪽 그림을 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어떤 강압이나 계몽하는 말보다 재미있는 디자인으로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노래하는 계단’으로 걷게 할 수 있다.
노자가 말했다.
‘유약승강강(柔弱勝剛强)’, ‘부드럽고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
‘행불언지교(行不言之敎)’, ‘말 아니하는 가르침을 행한다.’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를 돌아보게 한다.
학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타반출입금지’, ‘시험출제기간 중 교무실 출입금지’.
이제 이런 것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오게 하는 것도 ‘넛지’의 효과이지 않을까?
■ 21세기의 교사 역량
며칠 전 TV와 신문에서 불쾌한 뉴스를 들었다.
“한국 교사 역량, OECD 중하위권” 24개국 중 수리 17위, 언어 14위 "임용 후 역량 개발할 시간 없어" 한국 교사들의 역량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소속 국가 가운데 중간 이하 수준으로 나타났다. 고교 시절 성적이 뛰어난 학생들이 교대·사대에 진학하지만 대학과 교직 생활을 거치는 동안 역량을 제대로 개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
교사가 지니고 있는 역량이 얼마나 다양하고 전문적인데, 수리와 언어 영역을 측정하고 순위를 매기다니? 수리와 언어 영역, 수능 시험인가? 단순한 비교로 우리 한국 교사의 역량을 깎아내리고 자존심을 건드린다. 그래서 불쾌했다. 교사가 가져야 하는 전문적인 역량을 알아봤다.
교사라면 누구나 갖추어야 할 기본소양으로는 창의성, 의사소통, 윤리의식, 열정 등이 있고, 다른 직종의 사람들과 교사가 지녀야 하는 전문적인 실천역량으로는 교과내용 전문성(PCK)과 학습자와의 관계형성, 학습 어포던스가 있다. 이 중, 교사와 전문가들이 선정한 상위 6개는 ‘학습자와의 관계형성, 의사소통, 윤리의식, 내용전문성, 평가와 성찰, 사회적 능력’이다.
● 21세기의 교수자 역량 : 가르치는 일을 우수하게 수행하는데 있어 요구되는 지식ㆍ기술ㆍ태도ㆍ기타 심리적 특성 및 행동적 특성
■ 학습 어포던스(affordance)
교사가 지니는 역량 중에 '학습 어포던스'라는 역량이 있다. 낯선 말이 궁금해서 어포던스를 찾아보았다. ‘사용자의 행동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사물의 속성’이란다. 아하 그렇구나!!
우리 집 안에 있는 물건들 속에는 정말 기가 막히게 좋은 어포던스 환경을 찾을 수 있었다. 주방에 붙어 있는 전기 스위치이다. 그리 크지 않는 주방이지만 시계방향으로 보조식탁, 가스레인저, 싱크대, 식탁 위의 전기를 켜고 끄는 스위치를 표시해두었다. 친절한 디자인에 크게 감동을 받았다.
우리 집의 물건들 중에서 최악의 어포던스 디자인도 찾아보았다. 이 물건 때문에 무더운 여름밤이 더욱 짜증났다. 이 선풍기의 스위치와 표시등은 정말 불친절하였다.
[운전/바람세기]의 표시등과 [시간선택] 표시등이 버튼 위에 있지 않고 엇갈려 있다. 특히 어두운 방에서는 더듬거리며 이 단추 저 단추를 눌러서야 뜻한 바를 얻을 수 있다. 아니면 결국 방의 불을 켜야 했다. 잠이 확 달아난다. “무슨 정신으로 이런 물건을 만들었지?”라며 욕을 해주고 싶었다. 하물며 정지 버튼은 왜 가장 왼쪽에 두었는지 모르겠다. 선풍기는 켜는 것이 목적인데 끄는 것을 쉽게 작동시켜 놓고 있다. 내 마음 같아서는 가장 왼쪽에 [운전/정지]버튼을 두고 버튼에다가 [파란불/빨간불]이 켜지는 표시등을 붙여야 하는 것이 상식이지 않은가? 이걸 상품이라고 만들어 낸 회사도 그렇지만 “이걸 돈 주고 샀냐?”며 아내에게 원망했더니만, 대형마트에서 상품으로 받은 것이란다. ‘그러니깐 그렇구나.’라며 다행이라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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