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은 날. 좋은 사람과 함께 좋은 길 걸으며 좋은 시간 보냈습니다.

내 나라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 이렇게 아름다운 길이 있다는 것을 추억으로 남기고 싶습니다.

한양 도성 성곽길을 걸었습니다.

오늘은 좌청룡에 해당하는 낙산방향을 먼저 택했습니다.

안국역 2번 출구 앞에서 02번 마을 버스를 타고, 성균관대학교 후문에서 하차하고, 잠시 걸어 오르면 와룡공원이 나옵니다.

와룡공원에서 오른쪽으로 내려가는 방향이 도성의 동쪽인 낙산과 흥인지문 방향이죠.

유산을 물려주신 선조와 복원과 보존에 애쓰시는 관계자님들께 감사한 마음과 더불어

끊어진 성곽길을 시민과 국민의 눈으로 헤아려 다정하게 안내해주지 않은 종로구청, 시청 관계자님들께 섭섭한 마음이 교차했습니다. 그래도 오늘 하루는 매우 행복했다고 스스로 위로해봅니다.

  

 

 

북악산 와룡공원에서 서울 국제고, 과학고 쪽으로 내려오는 길입니다.

성 밖 왼쪽은 성북동인가요? 가까이에 간송미술관이 있겠죠? 

 

서울국제고, 서울과학고 뒷담으로 내려오다보면, 성곽은 끊어지고 없습니다. 처음오는 분들은 어디로 가야할 지 헤맬 것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정말(!!) 고맙게도 저 길너머 서울돈까스 집앞 - 경신고 뒷담 골목길 입구에 서있는 전봇대에 접시만한 작은 안내표지판이 붙어 있네요. 속 좁은 국민이라 일찍 못 찾았습니다. 위대하신 종로구청, 서울시청 관계자님의 그 크신 도량(?)을 헤아리지 못해서. 쫌!!!! 국민과 시민의 눈을 밝혀주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그래도 작년보다는 좀 나아졌습니다. 작년엔 이 접시(?)마저도 없었는데 마니 마니 발전했습니다.

 

 

세월에 묻혀 사라질 듯 하면서도 역사의 생명은 끈질기게 붙어 있었네요. 경신고등학교 울타리를 떠 받치면서 두산빌라와 서울시장공관의 담장에 짓눌리고, 어느 교회의 반석이 되어 그렇게 숨줄을 이어가고 있네요.

 

 

 

동소문인 혜화문입니다. 처음에는 홍화문이었다네요. 그런데 창경궁에 그 이름이 빼앗기고?

혜화문의 홍예문에는 주작이 그려져 있는데 거기에도 전설이 있다네요.

도성 밖, 왠갖 잡새가 날아드니...... 잡새들의 대빵이신 주작을 그려서 못들어오고 막고 계신다는 전설?

역사도 스토리가 있어야 재미가 있고, 오늘날 세상과 삶에도 뭔가 의미를 주기도 하죠.   

 

 

 

대로에 성곽은 끊어지고 허는 수 없이 한성대입구역쪽으로 내려 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서가 아니라, 여기쯤오니 단 것이 땡기네요.

알만한 사람은 아시던가요? 나폴레옹 제과점에서 도넛, 고르케 그리고 아이스크림.....

내 혼자 다 먹은 게 아니고요. 함께한 좋은 사람들과.

 

 

길을 건너 다시 혜화문 방향으로 올라갑니다. 강남에 가니 참으로 예술적이고 대단한 육교도 많더니.

여긴 강북, 종로라서 가난한가?  숨 줄 끊어진 성곽길에 육교 하나 못 이어주나? 

하기사 너무 큰 바람인가? 서울성곽길 안내판 하나 조차도 겨우 접시에 새겨 놓을 형편인데.

돈 쫌 나눠 쓰세요.  (강남의 육교 사진 한장 붙여 드릴까요? 참을게요. 내 속을 달래기 위해서)

 

 

 

 

성밖 삼선동 주민들. 가난하던 부자던, 이런 성곽길 가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역사적인 부자'이시죠? 부럽네요. 

 

 

좌청룡에 해당하는 낙산(125m)은 산이라기 보다 동산 언덕이네요. 이 곳 성곽길은 여름철 밤 조명 받으며 걸으면 더더욱 운치 있겠는데요. 성곽을 밑에서 위로 비추는 조명등도 설치되어 있답니다. 여름에 다시 걷고 싶네요. 물론, 사랑하는 사람과

 

 

 

성 밖 사람들의 가난이 옅보이고, 역사는 그들의 누비옷처럼 면면히 켜켜이 이어져 가네요.

'그래도 봄 날은 온다. 봄 날은 온다.' 달래가면서.

 

 

서울도성의 좌청룡인 낙산으로 오르는 성곽길입니다.
지난 비에 꽃 잎 떨어진다며 가슴앓이 했는데.. 속 좁은 비애였네요.
이렇게 또 다른 꽃을 피우건만, 그 마음 넉넉히 헤아리지 못하고선.
이제 그러자구 마음 먹습니다. '꽃 떨어진다 애태우지 말자.' 또 다른 꽃 피고 지나니.

 

 

가끔은 가던 길을 멈추고 되돌아 볼 필요도 있다. 내가 걸어온 길이 아름다웠던가? 걸을 만 했던가?

아름답다해도, 아쉬웠다 해도 되돌아갈 생각은 없다.

 

낙산공원에서 잠시 숨을 돌리고, 이제 내려간다. 올라왔으니 내려가는 수 밖에.

저 앞의 빌딩이 동대문 시장 근처의 '두산타워?'던가?

 

 

 

오늘 함께하신 몇몇 수석선생님. 감사합니다. 흥인지문은 지금 공사중이네요. 참 유감이구요.
참 좋은 사람. 참 좋은 길. 참 좋은 날씨. 너무 너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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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시장 안에서 생선구이로 마음에 점 [點心] 찍었습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평화시장과 동대문시장 잇는 다리위엔 전태일 열사가 요지부동.

그러나 그의 얼은 청계천의 물 처럼 쉬임없이, '불영과불행'(不盈科不行).

 

 

 

 

 

탑골공원으로 방향을 돌렸습니다.

의암 손병희 선생님께서도 계시네요. 삼일정신 역시 그렇게 그렇게 이어져야 겠죠.

길처럼, 물처럼, 역사처럼  

 

 

 

 보물 3호 대원각사비. - 탑골공원 터줏대감처럼, 머릿돌 용과 받침돌 거북이 위엄이 있습니다.

거북의 등 위에 엎어진 연 잎이 참이나 특이하고 아름답네요.

수석교사인 나, -  '불영과불행'하는 물[水]을 닮고자.  머리와 받침이 되는 돌[石]이 되고자. 

 

원각사지 10층석탑(국보2호) : 참으로 아름다운 여인이 갇혀있습니다.

소중하고 아름답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이렇게 갇혀있다는 것일까요? 

 

 

많이 걸어 오셨습니다. 멀리도 흘러 오셨습니다.

이제 당신은 쉬셔도 되셨건만, 또 가셔야 할 길 먼 듯, 신발은 새 신이네요 

겨울을 지나 오셨는지, 또 겨울을 지내야 하시는지, 푸근한 두루마기는 깨끗하네요.

당신이 누구이신지 모르지만, 당신의 역사를 존중합니다.

좋은 나라 물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세상 만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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