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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과스토리텔링

숲이 이야기를 한다. 융건릉 산책길

by 문촌수기 2017. 8. 15.
비오는 광복절, 사도세자와 정조가 묻힌 융릉 건릉을 찾았다. 그냥, 아내가 가보고 싶단다. 집에서 2,30분 거리라 가까이 있어 참 좋다.
사도세자와 정조가 꿈꾼 나라는 어떤 나라일까 묻고도 싶었다.
평소와 달리 융릉ᆞ건릉 뒤로 난 화산의 숲속 산책길을 걷는다. 이렇게 조용하고 향기로운 길이 있을까? 비소리ᆞ새소리ᆞ벌레소리ᆞ골에 흐르는 물소리까지 앙상블을 이룬다.
여기에 숲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건낸다.

사도세자, 융릉 오른편으로 오르면서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본다.

다정한 부부인가 했더니, 오누이인가 보다. 부부는 연리지로 만나는데, 이 둘은 한뿌리에서 나온 다른 가지(동근이지)이다. 형제를 나무에 비유하여 동근이지라 한다. 그것도 이들이 밤나무라 효행을 생각케 한다.

아내가 말하길, "그럼 얘들은 사이가 안 좋은 형제인가?" 허~참, 나무들 세상도 그런가보다.

어라? 그렇다면 이들은 사형제인가 보다. 참으로 우애 많구나.

저 길을 가로 막듯, 과객에게 인사하듯 휘어진 저 소나무는 무슨 사연 있길래 저리도 꺾이듯 휘어졌다 다시 허리를 펴고 살아 났을까? 광복을 맞은 우리 겨레의 모습이 저러 했던가? 곡이부절이라!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을까?
곡이부절해야할까?
절이불곡해야할까?

잘렸어도 죽지 않았다. 뿌리가 깊어 생명이 다시 자란다. '죽는 것은 없다. 다만 그 살아가는 모습이 변할 뿐이라'는 말이 이 모습이다.

사도여, 당신이 꿈 꾼 나라는 어떤 나라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