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점심(點心)

마음을 찾아서 2013. 1. 1. 21:51 Posted by 문촌수기
Category: 마음을 찾아, Tag: 여가,여가생활
09/18/2004 10:35 pm
♥마음 - (5) 점심(點心)

천 여년 전 중국에 덕산(德山)이라는 이름의 스님이 계셨습니다. 스님은 [금강경]에 관한 한 박사였습니다. 그래서 스님을 주금강(周金剛)이라 불렀다 합니다. 주(周)는 스님의 속성입니다. 그 명성에 걸맞게 스님은 금강경 관련 서적과 논문을 가득 짊어지고 다녔습니다. 스님은 문자를 부정하고 직지인심을 주창하는 남방의 선종을 꺾어주기 위해 남쪽지방으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마침 점심시간이 되었습니다. 배가 고픈 덕산스님은 떡 파는 할멈에게 점심끼니로 떡을 팔라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떡 파는 할멈이 떡은 아니 주고 스님더러 등에 짊어지고 다니는 물건이 웬 물건이냐고 되물었습니다.

"이것은 내 평생 연구하여 기록한 금강경 관련 책이지요."라며 덕산스님은 답해주었습니다.

"그러면 제가 스님께 금강경에 대해 하나 여쭈겠습니다. 대답해주시면 떡을 그냥 드리고, 답해주지 못하면 스님께서는 오늘 점심 굶은 줄 아시오."라며 떡장수 할멈이 말했습니다.

금강경 박사가 한낱 보잘 것 없는 떡장수 노파의 금강경질문에 어찌 두려워하겠습니까. 그래서 스님은 노파의 질문을 기다렸습니다.

"스님, 금강경에 보면, '과거심불가득, 현재심불가득, 미래심불가득(過去心 不可得, 現在心 不可得, 未來心 不可得)-과거의 마음도 얻을 수 없고, 현재의 마음도 얻을 수 없으며, 미래의 마음 또한 얻을 수 없다'하였는데, 스님께서는 대체 어느 마음[심(心)]에다 점(點)을 찍으시렵니까?"

어이쿠야! 그렇습니다. 과거의 마음도 없고, 현재의 마음도 없고, 미래의 마음도 없다했는데 정녕 어느 마음에다 점을 찍으려고 점심(點心)을 찾는단 말입니까? 덕산 스님은 진땀을 흘리며 말문이 막히는 참담함을 겪었습니다. 점심 굶은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덕산 스님은 떡장수 할멈이 일러주는 대로 용담스님을 찾아가 크게 깨우치고는 평생을 연구한 금강경 논문과 서적을 모두 불태웠다합니다. 그러고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천하의 모든 지식과 재주를 다 가졌더라도 하나의 터럭을 허공에 던지는 것과 같고, 세상의 중요한 일을 다 안다해도 한 방울의 물을 큰 구렁텅이에 떨구는 것에 불과하다."

과거의 마음은 이미 지나갔으니 되돌이킬 수 없고, 미래의 마음도 아직 오지 않아 지금 여기에 없으니 또한 짐작할 수가 없습니다. 현재의 마음도 막상 내놓으라 하면 어디 있는지 모릅니다. 기쁜지 슬픈지, 어여쁜지 미운지 볼래야 볼 수 없고 찾을래야 찾을 수 없습니다. 내 마음을 내 마음대로만 할 수 있다면 세상에 못할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지금 여기서 내 마음이 어느 자리에 있는지 헤집어봅니다. 키보드를 두드리는 손가락 끝에 있는지, 눈앞에 밝은 모니터 속에 있는지, 지금 마시고 있는 맥주 캔 속에 들어있는지, 안주로 씹히는 짭질하고 고소한 크래커 속에 있는지, 홀로 주무시는 어머니께 가있는지, 저 세상에 가신 아버지께 가있는지....

있는건지.......? 없는건지.......?

대체 이놈은 무엇입니까? 누구입니까?

11월 26일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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