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나날이 좋은 날

마음을 찾아서 2013. 1. 1. 21:49 Posted by 문촌수기
Category: 마음을 찾아, Tag: 여가,여가생활
09/18/2004 10:32 pm
♥마음 - (3) 나날이 좋은 날

저자거리에서 나물을 파는 할멈은 맑은 날이나 비오는 날이나 매냥 슬픈 얼굴을 지었습니다. 그러다가 장마가 지거나 가뭄이 지면 매냥 울었습니다.
길 지나는 스님이 무릎을 굽혀 이 울보 할멈에게 물었습니다.

"어찌 할멈은 매냥 우시오. 그 사연이나 들어봅시다."

슬픈 마음을 하소연할 길 없어 답답하던 터에, 때 마침 자비로이 물어오신 스님이 여간 고맙지 아니하여 할멈은 신세타령을 늘어놓습니다.

"아, 글쎄. 이내 신세 어찌나 박복한지....
영감 일찍 보내고 어렵게 어렵게 두 딸년을 키웠건만, 그만 큰 딸은 신발장수에게 시집가고, 작은 딸은 우산장수한테 시집을 갔지 뭡니까? 맑은 날이면 작은 딸내 우산이 안 팔릴 것이고, 비오는 날이면 큰 딸내 신발이 안 팔릴 것이니....
내 팔자만큼이나 딸년들 신세도 불쌍하지 않습니까?"

할멈의 신세타령을 다 들으신 스님은 빙그레 웃으며 말을 건넵니다.

"허허 할멈. 나날이 좋은 날이지 않습니까?
맑은 날이면 큰 딸내 신발 잘 팔려 좋은 날,
비오는 날이면 작은 딸내 우산 잘 팔려 좋은 날."

마음 한 번 잘못 먹으면 나날이 슬픈 날이며
마음 한 번 돌려 먹으면 나날이 좋은 날이니 천국과 지옥이 어디 멀리 있습니까? 모든 것은 마음이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이날 이후 할멈은 나날이 웃는 날. 나날이 좋은 날이 되었습니다.

추풍낙엽이라더니, 오늘은 제법 찬 바람이 낙엽을 재촉합니다. 휘날리며 떨어지는 나뭇잎은 나를 슬프게도 합니다.
바람불어도 좋은 날, 추워도 좋은 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입니다. 

11월 25일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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