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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4

길상사 관음 보살과 법정스님 - 그냥 근영 길상사 가을에는 단풍이 참 곱다. 산책나온 이웃 수녀님 얼굴에 미소꽃이 피었다 뒷짐지고 행지실로 올라가는 법정스님께서 무슨 말씀을 건내셨길래, 저리도 평화로울까? 성모님을 닮았다는 관음 보살님은 들으셨겠지.관음보살상을 조각한 천주교인 최종태 화가는 '이 억겁의 시간에 우리 두 손(법정스님과 나)이 잠깐 하나로 만나서 이 형상을 만들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 억겁의 시간에 우리 두 손이 잠깐 하나로 만나..' 이 말씀 속에서 경외감을 느껴진다. 우주의 나이 137억년, 여기에 우리의 삶 100년은 정말 눈깜짝할 사이다. '우리 두 손'을 손(手)이 아니라, 잠시 머물다가는 '손님'으로 읽으면 더더욱 경이로움이 느껴진다. 이 우주의 손[客]이 되어 만난 우리의 인연에 감동하고 감사하다. '관.. 2018. 11. 28.
조지훈의 방우산장 성북동 가을 길을 따라 걷는다. '시인의 방ㅡ방우산장'의 의자에 앉아 잠시 시를 읊는다. 그리고 추억을 그린다. "꽃이 지는데 바람을 탓하랴. ... 꽃 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하이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ㅡ 조지훈의 중에서. 그렇다. 지난 봄에는 꽃이 지더니, 이제는 물들었던 단풍 잎이 진다. 세상사가 그렇다. 다 가야 할 때가 있다. 그러니 누구를 탓하랴? 조지훈 시인은 이 곳 성북동에 살면서 박목월, 박두진 등과 함께 청록집을 출간하였다. 이른바 청록파 시인들이다. 조지훈 시인이 살던 그 때 그 집은 지금 없지만 시인을 기념하고자 성북동 142-1번지 가로길에 조지훈 '시인의 방ㅡ방우산장(放牛山莊)' 표지 기념 조형물이 설치되어있다. 시인은 자신이 기거했던 곳을 모두 ‘방우산장(放牛山莊)’ 이.. 2018. 11. 25.
성북동 성당 '한국의 바티칸'이라 별명하는 성북동 나들이. 길상사와 짝을 지어 성북동 성당을 찾는 의미는 크다. 성북동 성당은 좀 특별하다. 성전이 지하에 있다. 초기교회 카타콤바를 연상시킨다. 그래서인지 더욱 차분하고 경건하다. 유리 성화도 특별하다. 전통적인 스테인글라스 성화기법이 아니고, 우리의 민화풍으로 우리의 조상들을 그렸다. 얼핏보기에 불경이야기를 그린 듯 하기도 하다. 성모상도 조선의 어머니인 듯.카타쿰바(Catacumba)는 고대 로마인들의 지하 공동묘지를 일컫는 말이다. 우리말로 직역하면 ‘웅덩이 옆’이라는 뜻이다. 로마인들은 지하 공동묘지가 로마 성문 밖 언덕과 언덕 사이에 조성했기에 카타쿰바라 불렀다. 로마인들은 카타쿰바를 ‘네크로폴리스’(νεκροs πολιs-죽은 이들의 도시)라 은유적으로 표.. 2018. 11. 25.
행복은 저축이 되지 않는다. "행복은 저축이 되지 않는데." 아내가 라디오에서 들었다며 내게 전한다. '아내에게 저축되었으니 이 행복한 말을 나눌 수 있게 된 것 아닐까?' 괜한 딴지로 달리 생각해본다. 아니다. 설령 저축되고 기억되어도 내게 전하고 나눌 때 행복한 것이니 이 말이 맞는 말 같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그러니깐, 지금 사용하라는 거다. '아끼다 ×된다'는 말이 이 말이구나." 감탄했다. 행복은 감정이니 지금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이 행복이라는 것이다. 누릴 수 있을 때 행복한거다. 가을 산책 길의 행복을 찾아 누린다. 고맙다. 아직도 꽃 피어 있어서 물들어 가는 것이 꽃 보다 예쁘구나. 갈대, 너를 볼 적 마다 가야 할 때를 알게 되는 가을을 느낀다. 다들 고맙구나. 2018. 11. 20.
시 낭송 - Love, George Herbert http://www.korearoot.net/song/HarrieReading-Love-GeorgeHerbert.mp3 내가 참 좋아하고 존경하는 '두복'님(필명)의 시 낭송입니다. Love(3) - George Herbert - Love bade me welcome: yet my soul drew back, Guilty of dust and sin. But quick-eyed Love, observing me grow slack From my first entrance in, Drew nearer to me, sweetly questioning If I lacked anything. "A guest," I answered, "worthy to be hers": Love said, "You shall b.. 2018. 11. 19.
윤동주 문학관 재구성 윤동주 문학관과 시인의 언덕에서 꼭 봐야 할 것을 한장의 그림으로 재구성하였다. 문학관의 입구는 전면도이다. 그 내부와 제2, 3전시실은 조감도이다. 제1전시실 안에는 시인의 고향에서 가져온 정(井)자형 목조 우물이 있고, 좌우벽으로 윤동주의 삶을 정리한 자료와 사진 그리고 시집 등이 전시되어 있다. 제2전시실은 작은 꽃밭으로 꾸며지고 하늘을 담고 있는 열린 우물이 되었다. 판자로 깔린 복도를 따라 제3전시실로 들어간다. 닫힌 우물 속 같이 캄캄한 제3전실에서는 후쿠오카 감옥에서 옥사한 윤동주 시인의 삶과 시 세계를 영상으로 감상하게 된다. 천장 모퉁이에서 한줄기 햇살이 들어온다. 영상감상을 마치고 문학관 왼쪽 계단을 디디며 시인의 언덕으로 오른다. 닫힌 우물 위에 별뜨락 카페가 있다. 구절초가 애절하게.. 2018. 11. 17.
검이불루ᆞ사이불치 검이불루 화이불치 (儉而不陋 華而不侈) 저자인, 유홍준 교수가 백제 궁궐 건축미를 평한 말이다. 이 말은 한국미를 한마디로 평하는 특징이기도 하다. 경주 불국사에서도 느낄 수 있다. 검이불루, 석가탑. 단순하면서 안정된 조형미는 한복을 단아하게 차려 입은 양갓집 규수같다. 화이불치의 다보탑. 수려한 미모에 눈을 뗄 수 없다. 볼수록 기품이 돋아 함부로 말을 건낼 수도 없다. 2018. 11. 17.
인왕추색 수성동도 재구성 인왕산 자락의 수성동 계곡을 찾았다. 겸재의 와 를 이야기하고 모방하면서 가을에 물들어가는 '인왕추색 수성동도(仁王秋色 水聲洞圖)'를 나름 그려 보았다. 열 아홉살에 왕비에 오른 지 칠일만에 폐위된 단경왕후는 매일같이 인왕산에 올라 궁궐에 있는 또래의 진성대군(중종)을 바라보며 그리워하였다. 둘은 열 세살에 결혼하였으니 부부이기 전에 절친이었다. 왕비의 치마가 아직도 치마바위에 걸려있다. 계곡에 흐르는 바람과 물소리 만이 애한과 시름을 씻겨내고 있다. 겸재의 . 드론을 띄워 촬영한 영상을 그린 듯힌다. 겸재의 ㅡ 초여름에 내린 장맛비가 그친 후에 인왕산을 그렸다. 수성동도는 위에서 아래로 내려보는 단선관점(single angle)으로 그렸다면, 인왕제색도는 복선관점으로 그렸다. 송림에 둘러진 친구의 집은.. 2018. 11. 16.
수능시험장, 참 고운 감사의 쪽지 우리 매력홀릭고에서도 수능시험 잘 치루었습니다. 뒷정리를 하는데, 한 고사실 책상위에 다음과 같이 과자 하나와 쪽지가 놓여 있었어요. "어쩜 이렇게 고운 마음을 가졌을까?" '복 받으라' 기도 드리며, 이런 아이들을 길러내자고 다짐해봅니다. ♡ ♡ ♡ ♡ ♡ "자리를 빌려줘서 정말 고마워요. 이 교실 이자리에서 수능시험을 본 학생입니다. 이렇게 깨끗한 책상을 빌려줘서 편안히 시험 볼 수 있었어요. 학교가 정말 예쁘네요. 즐거운 학교 생활하고 맛있게 드십시오!" ♡♡♡♡♡ 작은 쪽지 하나! 오늘 하루가 행복해집니다. 2018. 11.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