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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5

6옹야01. 행실은 간단명료하게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 '가시나무' 노래의 첫 소절을 듣자마자 마음 속 깊이 울림이 왔다. 생각이 많다. 슬픔과 분노, 억울함과 아쉬움, 원망과 두려움...이 모든 것들은 누가 지어 낸 것일까? 결국 내가 지은 것들이다. 내가 내 안에 꽉 차 있다. 머리 속이 복잡하면 일도 번잡해진다. 엉킨 살타래처럼 삶도 꼬인다. 결국 이 고통도 내가 만든 것이다. 내 탓이다. 이제 줄여야 한다. 비워야 한다. 나를 비워야 속이 환해지고 그 속에 부처님이 들어오고 하느님이 들어온다. 단순해져야 한다. 그래야 마음이 가벼워 진다. 먼 길 가려면 가볍게 가야 한다. 居敬ᆞ行簡 전에 心簡(심간)부터 하자. 장자가 전하는 心齋(심재)도 이 지경이던가? 근래에, '스몰라이프', '미니멀리즘' 단어가 .. 2020. 9. 22.
가시나무, '내 탓이오 내 탓이오.' "내 속에 내가 너무 많아..." 첫 소절에서부터 가슴에 전기 충격기를 맞은 듯하다. 시적이고 철학적인 노랫말을 참으로 고운 가락으로 옷을 입혔다. 시인과 촌장이 부른 , 눈물나도록 아름다운 이 노래를 처음 듣자마자 반하였다. "내 속에 내가 너무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 바람만 불면 그 메마른 가지, 서로 부대끼며 울어대고.." 회한과 원망과 미움은 어디서 온 것일까? 누가 지은 것일까? 더듬어보면 모두 내가 지은 것이다. 我相이 집착을 가져오고, 번뇌를 낳고, 제 꼬리를 물고 제자리를 도는 고통에 빠지게 한다. 이 고통 무슨 까닭일까? "내 탓이오. 내 탓이오. 나의 큰 탓이다." (mea culpa, mea culpa, mea maxima culpa) 가시나무 속에 가시 뿐이니 어찌 아프지 않.. 2020. 9. 19.
0525 삶이 다양하듯, 사랑도 그래. 사랑이 무엇이더냐? 사랑은 사람이다. 일단 그 발음이 너무나 흡사하다. 김민기의 '아름다운 사람' 노래를 듣고 참 좋아한 분이 계셨다. 세월이 한참이나 지나서 노랫말 속의 '아름다운 그 이는 사람이어라.'를 ' 아름다운 그 이름 사랑이어라.'라고 알았단다. 그렇다. 사람은 사랑이다. 사랑은 사람이다. 사랑하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다. 사람이 다르듯 사랑의 모습이 똑같은 것은 아니다. 부모를 사랑하는 것과 자식을 사랑하는 것은 다르다. 들에 핀 꽃들이 다양하듯이, 사람에 따라 사랑의 모습이 다르다. 그러나 진심은 한결같아야 한다. 결코 거짓됨이 있거나 속임이 없어야 할 것이다. 진심이 없으면 사랑도 아니다. 05ᆞ25 子曰: “老者安之, 朋友信之, 少者懷之.” (자왈 노자안지, 붕우신지, 소자회지) (자로가.. 2020. 9. 8.
0525 내 잘함을 자랑하지 말고, 모두가 다 제 잘 난 맛에 사는데, 내 잘난 것을 남들 앞에 자랑한다는 것은 경계할 일이다. 다만 내게 좋은 것이 친구에게도 좋을 것 같아서 권하는 것 조차도 제 자랑을 경계하듯이 한다면 사람 관계는 얼어붙고 말 것이다. 그렇게까지 겸손하여 담을 쌓고 문을 닿을 것까진 없어야 겠다. 過恭이 非禮이듯이, 겸손도 지나치면 허물만 더하게 된다. 허물 없기만을 바라면서 입만 다물면, 벗은 무엇 때문에 사귀나? 05ᆞ25 顔淵曰: “願無伐善, 無施勞.” (안연왈 원무벌선 무시로) ~ 안연이 말하였다. "원컨데 저의 잘함을 자랑하지 않으며, 공로를 과장함이 없고자 합니다." Yen Yuan said, "I should like not to boast of my excellence, nor to make a disp.. 2020. 9. 8.
아름다운 사람 대학생이 되었다. 70년대말 학번이다. 그렇게도 가보고 싶었던 다방을 이제 가 볼 수 있게 되었다. 3월의 캠퍼스, 곳곳에서 서클 회원 모집이 한창이다. 어떤 이유로 가입했는지 기억에 없지만 나의 유일한 서클이 로타랙트였다. 서클 모임 장소가 시내 다방이었다. 처음 가는 다방이라 잔뜩 기대를 품고 갔는데, "이 뭐야?" 한복입은 다방마담, 레지와 중절모에 양복 차려입으신 점잖은 어르신들. 뿌연 담배연기. 경로당은 아니고 어르신 쉼터요 만남의 장소였다. 어르신 덕분에 우리도 점잖아지고 조숙해졌다. 다방 위에는 당구장, 실은 이곳이 우리들은 놀이터였다. 그러나 내가 설레인 곳은 다방 아래 일층의 의상실이었다. 좁은 계단을 오르기 전 일층의 의상실은 늘 나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 나는 의상실 진열장 앞에 .. 2020. 9.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