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옹야01. 행실은 간단명료하게

논어와 놀기 2020. 9. 22. 17:30 Posted by 문촌수기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

'가시나무' 노래의 첫 소절을 듣자마자 마음 속 깊이 울림이 왔다.
생각이 많다. 슬픔과 분노, 억울함과 아쉬움, 원망과 두려움...이 모든 것들은 누가 지어 낸 것일까? 결국 내가 지은 것들이다. 내가 내 안에 꽉 차 있다. 머리 속이 복잡하면 일도 번잡해진다. 엉킨 살타라처럼 삶도 꼬인다. 결국 이 고통도 내가 만든 것이다. 내 탓이다.
이제 줄여야 한다. 비워야 한다. 나를 비워야 속이 환해지고 그 속에 부처님이 들어오고 하느님이 들어온다. 단순해져야 한다. 그래야 마음이 가벼워 진다. 먼 길 가려면 가볍게 가야 한다.
居敬ᆞ行簡 전에 心簡부터 하자.
장자의 心齋도 이 지경이던가?

06‧01 仲弓問子桑伯子. 子曰: “可也簡.”
仲弓曰: “居敬而行簡, 以臨其民, 不亦可乎?
居簡而行簡, 無乃大簡乎?”
子曰: “雍之言然.”

(중궁문자상백자 자왈 "가야간"
중궁왈 "거경이행간 이임기민 불역가호, 거간이행간 무내대간호?"
자왈, "옹지언연")

중궁이 자상백자에 대하여 물으니, 공자 답하시기를 "그의 간략함도 괜찮다[可]" 중궁이 말하였다. "자신이 敬에 있으면서 간략함을 행하여 인민을 대한다면 可하지 않습니까? 자신이 간략함에 처하고 다시 간략함을 행한다면 너무 간략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옹(중궁)의 말이 옳다."

Chung-kung said, "If a man cherish in himself a reverential feeling of the necessity of attention to business, though he may be
easy in small matters in his government of the people, that may be allowed. But if he cherish in himself that easy feeling, and also
carry it out in his practice, is not such an easymode of procedure excessive?"
The Master said, "Yung's words are right."

거경 행간

 敬(경), 一字로 나를 단속하려 처음으로 서각한 글자이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가시나무, '내 탓이오 내 탓이오.'

음악이야기 2020. 9. 19. 19:30 Posted by 문촌수기

"내 속에 내가 너무 많아..."
첫 소절에서부터 가슴에 전기 충격기를 맞은 듯하다. 시적이고 철학적인 노랫말을 참으로 고운 가락으로 옷을 입혔다.
시인과 촌장이 부른 <가시나무>, 눈물나도록 아름다운 이 노래를 처음 듣자마자 반하였다.
"내 속에 내가 너무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
바람만 불면 그 메마른 가지, 서로 부대끼며 울어대고.."

회한과 원망과 미움은 어디서 온 것일까?
누가 지은 것일까? 더듬어보면 모두 내가 지은 것이다. 我相이 집착을 가져오고, 번뇌를 낳고, 제 꼬리를 물고 제자리를 도는 고통에 빠지게 한다.
이 고통 무슨 까닭일까?
"내 탓이오. 내 탓이오. 나의 큰 탓이다."
(mea culpa, mea culpa, mea maxima culpa)
가시나무 속에 가시 뿐이니 어찌 아프지 않으랴? 내 안에 나 하나로 가득 채웠으니, 어찌 외롭지 않으랴?

가시나무, 커피여과지에 수채물감 파스텔

노래를 짓고 부른 하덕규는 독실한 크리스천으로 알려졌다. 그래서일까, 이 노래를 CCM(현대 기독교음악ᆞContemporary Christian Music)으로 분류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기도 하다. 나를 비워야 주님을 영접할 수 있다. 나를 버려야 주님을 따를 수 있다.

나는 이 노래를 불교적으로도 해석하였다.
고집멸도(苦集滅道), 사성제와 삼법인은 불교의 가장 기본적 교리이다.
苦, 모든 것이 고통이다. ㅡ '일체개고'
集, 그 고통은 아상과 탐진치를 쌓은 까닭이다.ㅡ백팔번뇌ㆍ'제법무아'를 깨닫지 못함
滅, 아상과 탐진치를 없애야, 열반(nirvana)에 이를 수 있다. 니르바나는 '끄다'라는 뜻이다.ㅡ '열반적정'
道, 그러기 위해서 여덟 개의 바른 길을 수행해야한다. ㅡ 팔정도

내가 품고 있는 미움, 원망, 분노는 결국 가시가 되어 나를 괴롭힌다. 내가 피운 촛불 하나가 탐욕과 집착이 되어 나를 태운다. 이 고통에서 벗어나 평화를 얻으려면 가시를 없애고 화염의 불씨를 꺼야 한다.

시인과 촌장ㅡ가시나무
https://youtu.be/9HXiuwM0Jsg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
내 속엔 헛된바램들로 당신의 편할 곳 없네
내 속엔 내가 어쩔 수 없는 어둠 당신의 쉴 자리를 뺏고
내 속엔 내가 이길 수 없는 슬픔 무성한 가시나무숲같네

바람만 불면 그 메마른가지 서로 부대끼며 울어대고
쉴곳을 찾아 지쳐 날아온 어린새들도 가시에 찔려 날아가고
바람만 불면 외롭고 또 괴로워 슬픈 노래를 부르던 날이 많았는데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서 당신의 쉴 곳 없네

바람만 불면 그 메마른가지 서로 부대끼며 울어대고
쉴곳을 찾아 지쳐 날아온 어린새들도 가시에 찔려 날아가고
바람만 불면 외롭고 또 괴로워 슬픈 노래를 부르던 날이 많았는데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서 당신의 쉴 곳 없네

하덕규 이후, 십여년이 지나 조성모가 가시나무를 크게 히트시켰다.
https://youtu.be/s_vBf5Do-D8

커피여과지에 수채물감




'음악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같은 곡 다른 노래, 찔레꽃 가을밤 기러기  (0) 2020.10.06
Salley Garden  (0) 2020.10.02
가시나무, '내 탓이오 내 탓이오.'  (0) 2020.09.19
아름다운 사람  (0) 2020.09.01
작은 연못  (0) 2020.08.30
500 Miles, 이런 시절도 있었구나.  (1) 2020.08.30

댓글을 달아 주세요

0525 사랑의 모습은 다양하구나

논어와 놀기 2020. 9. 8. 15:34 Posted by 문촌수기

사랑이 무엇이더냐? 사랑은 사람이다. 일단 그 발음이 너무나 흡사하다. 김민기의 '아름다운 사람' 노래를 듣고 참 좋아한 분이 계셨다. 세월이 한참이나 지나서 노랫말 속의 '아름다운 그 이는 사람이어라.'를 ' 아름다운 그 이름 사랑이어라.'라고 알았단다. 그렇다. 사람은 사랑이다. 사랑은 사람이다. 사랑하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다.
사람이 다르듯 사랑의 모습이 똑같은 것은 아니다. 부모를 사랑하는 것과 자식을 사랑하는 것은 다르다. 들에 핀 꽃들이 다양하듯이, 사람에 따라 사랑의 모습이 다르다. 그러나 진심은 한결같아야 한다. 결코 거짓됨이 있거나 속임이 없어야 할 것이다. 진심이 없으면 사랑도 아니다.

05ᆞ25 子曰: “老者安之, 朋友信之, 少者懷之.” (자왈 노자안지, 붕우신지, 소자회지)

(자로가 선생님의 뜻을 듣고자 하니)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늙은이를 편안하게 해주고, 붕우를 미덥게 해주고, 젊은이를 감싸주는 것이다."

Tsze-lu then said, "I should like, sir, to hear your wishes."
The Master said, "They are, in regard to the aged, to give them rest; in regard to friends, to show them sincerity; in regard to the young, to treat them tenderly."

노자안지, 붕우신지, 소자회지

 

TAG 공자, 논어

댓글을 달아 주세요

0525 내 잘함을 자랑하지 말고,

논어와 놀기 2020. 9. 8. 15:31 Posted by 문촌수기

모두가 다 제 잘 난 맛에 사는데, 내 잘남을 남들 앞에 자랑한다는 것은 참으로 경계할 일이다. 다만 내게 좋은 것이 친구에게도 좋을 것 같아 권하는 것 조차도 내 잘남을 경계하듯이 한다면 사람 관계가 마치 살얼음 위를 걷는 것처럼 두렵고 담을 쌓게 될 것이다. 서로 입다물고 허물 없기만을 바란다면 사귐은 왜 필요하겠나?

05ᆞ25 顔淵曰: “願無伐善, 無施勞.” (안연왈 원무벌선 무시로)

~ 안연이 말하였다.
"원컨데 저의 잘함을 자랑하지 않으며, 공로를 과장함이 없고자 합니다."

Yen Yuan said, "I should like not to boast of my excellence, nor to make a display of my meritorious deeds."

무벌선 무시로

 

 

댓글을 달아 주세요

아름다운 사람

음악이야기 2020. 9. 1. 00:09 Posted by 문촌수기

대학생이 되었다. 70년대말 학번이다. 그렇게도 가보고 싶었던 다방을 이제 가 볼 수 있게 되었다. 3월의 캠퍼스, 곳곳에서 서클 회원 모집이 한창이다. 어떤 이유로 가입했는지 기억에 없지만 나의 유일한 서클이 로타랙트였다.
서클 모임 장소가 다방이었다. 처음 가는 다방이라 잔뜩 기대를 품고 갔는데, "이 뭐야?" 한복입은 다방마담, 레지와 중절모에 양복 차려입으신 점잖은 어르신들. 뿌연 담배연기. 경로당은 아니고 어르신 쉼터요 만남의 장소였다. 어르신 덕분에 나도 점잖아지고 조숙해졌다. 다방 위에는 당구장, 실은 이곳이 우리들은 놀이터였다. 다방 아래 일층은 의상실이다. 좁은 계단을 오르기 전 일층의 의상실은 늘 나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 나는 의상실 진열장 앞에 잠시 머물며 넋을 잃은 듯 마네킹을 바라본다. 너무 예뻤다. 아! 나의 이상형, 러시아 소설 속에 등장하는 여주인공, 나타샤가 저 여인일까? 내 혼자 마음으로 '나타샤'라 부르면서 사모하게 되었다. 의상실의 이름도 공교롭게 '아름다운 사람들'이었다. 훗날 비밀처럼 감춰둔 이 짝사랑을 친구한테 이야기 했더니, "니, 미친갱이 인가? 마네킹을 다 사랑하게?" 소문이 퍼져 서클 안에서 한 때 광대가 되었다. 피그말리온이 갈라테이아에게 한 것처럼 나도 나의 나타샤에게 매일 키스라도 해볼걸...
난 그 이후로 나의 나타샤보다 예쁜 마네킹을 본 적 없다. 청춘은 이렇게 미친 적이 있어 아름답다.

김민기의 <아름다운 사람> 노래가 참 좋다.
잔잔히 내리는 비에 천천히 젖어 드는 것 같아 철없고 잘 울고 가난한 내 정서에 딱 어울리는 노래였다.
김민기를 따라 <아름다운 사람>을 하모니카로 불러본다. 길 떠나지 못한 아이의 눈물에 나도 눈물 고인다.

아름다운 사람.m4a
3.67MB

<가사>
어두운 비 내려오면
처마 밑에 한 아이 울고 서 있네
그 맑은 두 눈에 빗물 고이면
음 아름다운 그 이는 사람이어라

세찬 바람 불어 오면
벌판에 한 아이 달려 가네
그 더운 가슴에 바람 안으면
음 아름다운 그 이는 사람이어라

새 하얀 눈 내려 오면
산 위에 한 아이 우뚝 서 있네
그 고운 마음에 노래 울리면
음 아름다운 그 이는 사람이어라
그 이는 아름다운 사람이어라

사십년이 더 지난 지금, 이 노래를 부르다가 문득 의문이 생겼다. "처마 밑에서 한 아이는 왜 울고 있을까?" 머리 속에서 그림이 그려진다.
1절에 빗 속에 우는 아이, 2절에 세찬 바람을 향해 벌판을 달려가는 아이, 3절에 눈 오는 산 위에 우뚝 선 아이. 세 아이에게서 연결점을 찾았다. 바로 '길 떠남'이다. 새끼 새가 둥지를 떠나는 것 처럼, 언젠가는 부모님과 집을 떠나야 한다.
뜻을 찾아 세상으로 길을 떠나는 아이, 마침내 길 끝에서 뜻을 이룬 아이. 모두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그러면 처마 밑에서 우는 아이는? 길을 떠나야하는데 차마 발걸음을 떼지 못할 만큼 사연이 깊다. 가난하고 병든 가족이 계셨을 것이다. 두 눈에 고인 슬픈 빗물은 한발짝 걸음도 내딛지 못 할 만큼 무겁다.

정말 아름다운 사람은 누구일까? 엄마 생각이 났다. 세 아이들은 '길 떠남'에 서 있다면, '엄마'는 '돌아옴'에 있다. 뜻이 집에 있고 살림에 있기 때문이다. 식구들 살리기 위해 밭일 나가시고, 장에 나가시고, 그러고는 찬거리 먹거리 가득이 이고 집으로 돌아오신다. 사람살리는 살림살이보다 더 아름다운 일이 있을까?
어머니와 우는 아이를 이중섭의 마지막 작품으로 알려진 '돌아오지 않는 강'에서 슬쩍 따왔다.

<아릉다운 사람>, 커피여과지에 수채물감

 

<아릉다운 사람>, 커피여과지에 수채물감, 파스텔
이중섭, <돌아오지 않는 강>

 

'음악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Salley Garden  (0) 2020.10.02
가시나무, '내 탓이오 내 탓이오.'  (0) 2020.09.19
아름다운 사람  (0) 2020.09.01
작은 연못  (0) 2020.08.30
500 Miles, 이런 시절도 있었구나.  (1) 2020.08.30
어릿광대를 보내주오.  (0) 2020.08.29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