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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들56

요즘 아이들. 요즘 어른들. 요즘 아이들. 요즘 어른들. 딸아이 생일이 가까워오는지도 몰랐습니다. 며칠전 저녁밥을 먹은 딸아이가 친구에게 전화를 합니다. 언제부턴가 집 전화기는 딸아이와 아내의 것이 되어 있었습니다. "■■이야? 나, 쇼니야. 나 생일파티를 열꺼야. 토요일 내가 3만원으로 롯데리아에서 한번 쏠꺼야. 나랑 같이 꼭 가. 으응. 끊어." "어잉? 이 무슨 소린고? 뭐 쏜다구? 그것도 3만원으로. 그리고 누가 돈을 준댔나?" 아내랑 눈을 휘둥거리며 서로 마주보았습니다. 딸아이의 아홉째 돌이 가까워오는지 그래서 알았습니다. 이런 말을 어디서 배웠는지 요즘 아이들 참 기가 찹니다. 오늘 토요일. 출근한 아내에게서 교무실로 전화가 왔습니다. 딸아이 파티자금(?) 3만원을 식탁 위에 놓고 와야 했는데 깜빡 잊었답니다. 토요일 수.. 2013. 1. 2.
아버지 - (10) 20년이 지나 당신이 오셨습니다. 20년이 지나 당신이 오셨습니다. 곧 이사를 합니다. 오랫동안 보지않고 묵혀가던 책들을 많이 내놓았습니다. 내놓으면 남들이 보지않겠나며 타이른 아내의 말을 들었습니다. 차마 내놓지 못한 책 무더기속에는 20여년 동안 보관하던 교무수첩들도 있었습니다. 1988년초임의 교무수첩 속에서 귀한 편지 한통이 끼어 있었습니다. 선친께서보내신 편지였습니다. 처음 고향을 떠난 아들에게 보내신 편지였습니다. 이제 돌아 가신지 7년. 그리고 편지를 보내신지 20년. 당신은 다시 제게 돌아오시어 말씀하십니다. "가르침이란 착하고 어진이를 길러 가르침이 현저하여야 하고, 선배 선생의 장점을 내 것으로 할 것이며, 선배 교우에 순종이 미덕이다. 가르치는 일에는 터럭만큼이라도소홀함이 없도록 유념하거라." 고향 떠날 적에 하신 말.. 2013. 1. 2.
아버지 - (9)이번 추석에는 아버지가 계시지 않았습니다. 이번 추석에는 아버지가 계시지 않았습니다. 지난 추석에는 아버지가 계셨는데......... 아니, 지난 설날 때만해도 아버지가 계셨는데.............. 이번 추석에는 아니 계셨습니다. 돌아가시어 아니 계신 줄 알면서도 고향에 가면 어머니가 계시듯 아버지도 계신 것만 같았는데................... 어머니 혼자서 뒷마당 튓밭을 정성껏 가꾸어 가시고 화단에 예쁜 꽃들도 피어 있는데 꽃을 좋아하시고 사람 좋아시던 아버지는 아니 계십니다. 바다에 떠오르는 한가위 보름달님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달님에게 소원빌며 말했지요. 항시 내안에 계신 듯 그렇게 살아가게끔 아부질 살려달라구요 안녕, 친구들 아버지께 다가가서 아버지의 넓으신 가슴을 안아보세요. 그리고 말해봐요. "아버지 사랑해요."라고. ".. 2013. 1. 2.
아버지 - (8) 나비 되셨습니다. 아버지 - (8) 나비 되셨습니다. 다시 일상의 삶으로 돌아왔습니다. 돌아가신 아버지 곁에 머물며 100일 동안이나마 상복을 벗지않고 곡(哭)을 멈춤없이 애통해야만 자식의 도리이건만 세상사 이 죄인을 그렇게 허용치 않아 당신 곁을 떠나 일상으로 돌아옵니다. 상복(喪服)대신 상장(喪章)을 가슴에 달고 돌아옵니다. 망인이 되신 어머니는 상복의 삼베조각으로 상장(喪章)을 만드십니다. 나비모양으로 만들어 제 가슴에 달아주십니다. 적어도 사십구일재까지 만이라도 가무를 삼가며 애비를 여윈 죄 많은 상주되라며 표식으로 달아주십니다. 그렇게 부끄럽게 죄인이 되어 제자들 앞에 서서 감히 가르칩니다. "각오한 일이었건만 이렇게 아버지를 보내고 나니 참으로 참담하기 그지없구나. 내 너희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말 있으니, .. 2013. 1. 2.
아버지 - (7) 아버지를 닮았습니다 : 사십구재 아버지 - (7) 아버지를 닮았습니다 : 사십구재 불교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지옥행이냐 열반행이냐 환생(還生)하느냐 심판받기 전에 `중음(中陰)'이라는 곳에 머물며 일곱번의 심판단계를 거친답니다. 7일마다 초칠심(初七審)에서 칠칠심(七七審)까지 49일간의 심판을 받는다는데 이 중음(中陰)의 심판관들은 살아있는 가족과 친지들이 어느 만큼 슬퍼하고 공양(供養)을 하며 정성껏 재를 드리느냐에 따라 인정을 베푼답니다. 불꽃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신 아버지 당신을 위해 저희들은 49일재를 올립니다. 어느 누가 허물없는 당신을 심판하겠습니까마는 지성을 다하여 재(齋)를 드리면 행여나 저희 있는 곳으로 환생하지 않으실까, 생사윤회없는 열반의 세계로 들어가지 않으실까 열망하는 기도를 올립니다. 당신께서는 유림의 전통사례를.. 2013. 1. 2.
아버지 - (6) 불꽃타고 가리라. 아버지 - (6) 불꽃타고 가리라. 아버지는 청빈하신 선비로 한평생을 사시면서 유림(儒林)의 예법과 종문(宗門)의 영예를 소중히 여기시어 헌신하셨건만, 막상 당신 떠나실 적에는 화장(火葬)하실 것을 유언하셨습니다. "나의 일은 내가 알아 할 터이니 다른 생각은 말아라. 그동안 도와주신 분들에게 은혜를 다 갚지 못한 것이 송구스럽다. 다만 작금 현실은 산사람보다 죽은 자의 터가 너무도 많은 것이 안타까우니 나부터 장묘에 대하여 모범을 보일터이니 너희들도 섭섭하게 생각 말아라. 거듭 당부하니 매사에 소홀히 하지 말라" 종문의 여러 어르신들께는 황당한 결정이었지만 당신의 숭고하신 뜻대로 다비를 올립니다. 고운 옷 갈아입으시고 꽃마차에 오르시어 이 세상 소풍 끝내고 생사윤회 없는 열반의 세계로 돌아가시려 다비장.. 2013. 1. 2.
아버지 - (5) 당신의 청춘을 제가 마십니다. 아버지 - (5) 당신의 청춘을 제가 마십니다. 고향집 꽃밭의 동백꽃 붉은 봉오리는 아버지께서 건강하게 돌아오실 때를 고대하면서 제 몸치장에 여념이 없습니다. 사람 좋아하시고 꽃을 좋아하시던 당신에게 예쁜 제 모양새를 자랑하려고 잔뜩 분주한 그 동백꽃 봉오리 앞에서 저는 아버지 혼백을 목 터지게 불렀습니다. 불러도 불러도 돌아오시지 않는 당신이기에 저 동백의 붉은 꽃봉오리는 사랑하는 주인의 열정과 청춘을 보담아 숨기고 있습니다. 어머니와 함께 꽃밭 가꾸시며 자식처럼 아껴주던 저 동백이기에 그 누구보다도 애절하게 당신의 생명을 보담아 숨기고 있습니다. 아버지 혼백께 식상을 올리고 이 죄인들은 아버지 없이 동백꽃처럼 붉은 팥죽을 먹습니다. 어릴 적 동짓날 엄마 곁에 우리형제들 옹기종기 둘러앉아 야단맞아 가면.. 2013. 1. 2.
아버지 - (4) 돌아오소서 : 고복(皐復) 아버지 - (4) 돌아오소서 : 고복(皐復) Category: 사랑하는 사람들, Tag: 여가,여가생활 09/19/2004 12:28 am 아버지 - (4) 돌아오소서 : 고복(皐復) 아버지가 이세상을 떠나셨는데도 곡읍(哭泣)을 참아야만 하였습니다. 어머니께서 그렇게 하라셨기에 그렇게 했습니다. 아버지를 모시러 오신 저승 손님들께, 건강을 회복하고자 입원하신 병원의 환자와 보호자분, 이승에 남아계신 여러분들께 경망스럽게 결례를 해서는 안된다시며 미리 당부하신 까닭입니다. 최명희의 에서 읽은 적이 있습니다. 임종(臨終)의 자리에서 후손들이 너무 애통하여 울부짖으면, 떠나시는 망인의 넋을 소란스럽게 괴롭히는 일이되고 또 망인의 발이 눈물에 젖어 무거운 탓에 가볍고 좋은 곳으로 못 간다고요. 그래도 그래도 쏟.. 2013. 1. 2.
아버지 - (3) 안녕히 가세요.: 임종(臨終) 아버지 - (3) 안녕히 가세요.: 임종(臨終) "오늘 밤을 넘기시지 못하겠다. 마음 단단히 먹고 절대 소란스럽게 울지말거라. 조용히 조용히 일을 처리해라. 그래도 느그 아부지, 참 욕심많은 사람이재. 참 희얀체? 한 번도 찾아오지 않던 사람들이 오늘따라 다 찾아오고, 이제사 보고싶은 사람 다 보시고 자식들 다 불러놓고 가실라카네. 참말로 사람욕심 많은 사람이제." 오랫동안 입원실에서 아버지 병 수발을 하시며 지칠대로 지치신 어머니는 자식들에게 말씀하십니다. 올해 어머니 칠순이신데..... 한 평생을 같이 사셨던 사랑하는 사람을 저 세상으로 보내시는 분치고 너무나 덤덤하십니다. 고통은 살아있는 자의 빚이였던지 아버지에게는 이제 고통마저도 사라졌습니다. 다만 남아있는 이승에서의 아름다운 추억과 고통의 기억.. 2013. 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