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상사 신방

그 날 처럼 눈이 푹푹 나릴 때,
흰 당나귀를 타고
시인은 자야를 찾아왔다.
응앙 응앙 울음 소리에
사당 문이 열린다.

이제서야 오셨구려
참 머언 길을 오셨네요.
괜찮아요.
아무 말씀 마셔요.

어서 오셔요.
화촉 밝혀 데운 이 방으로
이렇게 그대
오기 만을 기다렸어요. 

<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
                                 ㅡ 백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 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 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길상사 길상화 공덕비와 사당

시인이 떠나온 곳은 흰 눈에 물들어버린 자작나무 숲이다. 시인은 이렇게 그 곳을 노래하였다.

백화(白樺)  ㅡ 백석
‘산골집은 대들보도 기둥도 문살도 자작나무다
밤이면 캥캥 여우가 우는 산도 자작나무다
그 맛있는 메밀국수를 삶는 장작도 자작나무다
그리고 감로같이 단샘이 솟는 박우물도 자작나무다
산 너머는 평안도 땅도 뵈인다는 이 산골은 온통 자작나무다.’

인제 자작나무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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