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나를 찾아오다니,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
"할아버지가 제게 보내신 편지(영혼의 모음, 1971.11)를 이제사 받았어요."
"그랬구나. 너를 이렇게 만나다니 정말 다행이구나. 이제 너와 함께 갈 수 있겠구나."
"그래요. 내 친구 여우도 같이 갈거예요."
"그래, 나도 너와 관계맺게 해준 생떽쥐뻬리 아저씨의 <어린 왕자>와 <화엄경>은 갖고 가야겠다."

2010년 3월 11일 새벽.
어린 왕자가 길상사 행지실(行持室, 지금의 진영각)을 찾아와 마루에서  법정 스님을 만났다.
어린 왕자가 지구를 떠나 제 별로 돌아온 이후에도 의자에 앉아 늘 석양을 바라보았지만, 할아버지와 함께 한 이후에는, 더 이상 해 지는 것을 바라보지 않아도 되었다.
지금 길상사 진영각 왼쪽 기둥옆에는 '빠삐용 의자'만이 덩그러이 놓여 있다. 법정 스님께서 불일암에 계실 적에 손수 만드신 그 의자인지는 모르지만 그대로 빼닮았다. 법정 스님께선 이 의자에 앉아 인생을 허비하였지를 돌아보셨다고 한다. 그리고 어린 왕자처럼 해지는 광경도 즐겨 보셨다.
나도 이 의자에 앉아 제 인생을 얼마큼 허비하였는지 돌아보고 싶지만, 감히 그 자리에 앉지는 못하고 옆마루에 걸터앉아 어린 왕자가 사는 별을 올려다본다.
어린 왕자가 여우에게서 들은 비밀처럼,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고 마음으로 보아야하나 보다.

길상사 진영각, 빠삐용 의자.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