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근현대미술전, 다시보다.
소마미술관에서
전시회는 이달 27일까지다.
장마며 더위며 태풍이며, 이리저리 피하다 비오는 날에 미술관을 찾았다. 그래도 참 좋다.
1988서울올림픽 35주년을
기념하는 한국근현대미술전
소마미술관은 서울올림픽 개최 35주년을 맞아 특별 기획전 '다시 보다:한국근현대미술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굴곡의 근대화 과정에서 한국이 서구적 조형 어법을본격적으로 수용한 1920년대부터 문화적 대변환의 계기가 된 1988년 서울올림픽에 이르기까지 근현대 미술의 전개 과정을 조망하는 자리다. 외세, 식민, 해방,전쟁, 분단의 질곡을 딛고 일어선 우리 그림, 우리 조각의 진정한 얼굴을 '스스로 그리고, '스스로새기는'전시다. 이러한 취지로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25인의 작가를 선정했다. 이번 특별 기획전은 한국미술의 자생성, 주체성의 혈맥을 5개의 소주제로 나누어 전시한다. 향토적 소재의 화풍으로 민족 정체성 찾기에 천착했던 <우리 땅, 민족의 노래>, 아방가르드 정신으로 동시대의 새로운 표현양식을 추구한 <추상, 세계화의 도전과 성취>, 주류 미술사에서 소외되었던 여성 및 북한을 포함한 해외 이주 작가의 미술을 새로운담론으로 재조명해 21세기 한국미술의 외연을 확장하는 <여성, 또 하나의 미술사>와 <디아스포라, 민족사의 여백>, 그리고 수적 열세와 열악한 환경에서 일구어낸 입체 조형의 꽃 <조각, 시대를 빛고 깎고> 등으로 한국 근현대미술을 살펴 본다.
1. 우리땅민족의 노래
이중섭/ 박수근/ 장욱진/
이인성/ 구본웅/ 박생광
한국 근대미술가들은 이 땅의 공기, 이 땅의 얼굴을 즐겨 그렸다. 경관이든 인물이든 그것은 우리가 사는 시대의 하나의 풍경(風景)이라 요약할 수 있다. 풍경은 눈에 보이는 외관뿐 아니라 눈에 보이지않는 마음까지 담는다. '경(景)'은 날(日)의 빛(光)과 그림자를 의미하듯이 객관적으로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이다. '풍(風)'은 풍토나 풍수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한국 근대미술의 인물화와풍경화는 단순히 소재 차원을 뛰어넘어 시대의 공기, 시간을 압축한민족의 노래다. 이 땅에 살았던 한민족의 희로애락을 담았다. 이 섹션은 일제 강점과 해방, 6·25 전쟁의 격동을 거쳐낸 대한민국 역사의 빛과 그림자다.
#장욱진
"<나는 심플하다> 이 말은 내가 항상 되풀이로 내세우고 있는 나의 단골말 가운데 한 마디지만 또 한 번 이 말을 큰소리로 외쳐보고 싶다.
꽃이 웃고 새가 노래하고 봄비가 내리는 그런 곳에 참 부처의 모습이 있는 것일까? 그림도 그런 것일까?"
-장욱진,강가의 아틀리에-장욱진 그림산문집,열화당, 2017(개정판)에서
하늘과 땅, 산과 나무, 집과 가족, 새와 강아지. 세상살이 이 보다 더 바랄 게 없다.
동화처럼 친하고 따뜻하다. 초가 두칸이지만 너른 마당 같이 가족의 넉넉함을 그렸다. 아버지는 부엌 아궁이 앞에 앉아있고, 안방에는 할머니와 엄마가 앉아있다. 마당에는 암수한쌍의 닭과 뛰어다니는 강아지가 재미있다. 사립문 밖의 딸은 누구를 기다리는 걸까?
+ 장욱진 첫 가족도
https://www.chosun.com/culture-life/culture_general/2023/08/17/ZQ2VCVTZ6JDCJCUKOTN4QTWUY4/
#이중섭(李仲燮, 1916-1956)
대향(大鄕) 이중섭은 1916년 평안남도 평원군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평양의 공립종로보통학교를 졸업하고 평안북도 정주의 오산고등보통학교에 진학하여 서양화가 임용련에게 미술 지도를 받았다. 1936년 일본의 데이코쿠 미술학교에 입학했으나, 이듬해 자유로운 학풍의 도쿄 분카학원에 다시 진학했다. 졸업 후에는 일본의 추상미술단체인 미술창작가협회에서 활동했고, 한국적 소재를 통해 유화의 향토화를 추구하는 신미술가협회를 결성하기도 했다. 귀국한 이중섭은 1945년 야마모토 마사코와 결혼하여 함경남도 원산에서 광복을 맞이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전쟁이 발발해 제주도와 부산에서 궁핍한 피란 생활을 하게 되었고, 1952년에는 아내와 두 아들이 일본으로 가게 되면서 이산가족이 되는 불행을 겪었다. 전쟁 직후 통영, 서울, 대구 등을 전전하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그림의 열정을 놓지 않았던 이중섭은 정신 이상증세, 간경화 등 병고에 시달리다 끝내 그리워하던 가족과 재회하지 못하고 1956년 서울적십자병원에서 쓸쓸하게 생을 마감했다.
이중섭의 편지
늘 내 가슴 속에서 나를 끝없이 따스하게 감싸주고 용기를 주는 나의 귀중하고 유일한 사람천사 남덕씨.
건강하게 잘 지내나요. 아고리는 점점 더 힘을 내어 순조롭게 작품을 슥슥 그려내고 있어요.
나도 놀랄 정도로 작품이 잘 되어 감격스러워 가슴이 터질 것 같다오. 더욱 힘을 내어 추위에도 지지 않고 굴하지 않고 이른 새벽에 일어나 전등을 밝히고 그림을 제작하고 있어요.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내 사람이여, 상냥하고 진실하고 성실한 사람이여!! 진정 기쁜 마음으로 서류를 잘 꾸려줘요. 하루라도 빨리 같이 지내고 싶소.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성과를 낼 수 있게 해줘요.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예수의 말씀이라오. 하루에도 몇 번이나 마음속에서 열광적으로 소중하고 멋진 그대의 모든 것을 끌어안고 또 끌어안고 끝도 없이 그대만을 하루 종일 생각하며 가슴 벅차한다오. 빨리 만나고 싶어 죽겠소.
이 세상에 나만큼 아내를 사랑하고 미친 듯이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또 있을까요. 보고 싶고 보고 싶어 또 보고 싶어 머리가 멍해지고 말아요.
끝도 없이 상냥한 나의 아름다운 천사여!!
서둘러 서류를 만들어 나한테로 보내주세요. 내가 얼마나 애타게 기다리는지 그대는 잘 알 것이오. 사진도 빨리 보내주세요. 작품으로 만들 것이라 생각하고 발가락 사진을 석 장 정도보내 주세요. 김인호 형이 찍은 내 사진(뒤편 돌산에올랐을 때 찍은 것)을 보내오. 지금 아고리는 온통 작품에 둘러싸여 온동 어지러운 방한구석에서 그대와 아이들에게 편지를 쓴다오. 자, 힘차게 성과를 얻을 때까지 굴하지 말고 이겨냅시다.
중섭쓰다
- 편지 빨리 보내주세요.
왼쪽 - 멋진 사진 서둘러 보내주세요.
뽀뽀뽀뽀뽀뽀뽀뽀뽀뽀뽀뽀뽀뽀뽀뽀뽀뽀뽀뽀뽀뽀뽀뽀뽀뽀뽀뽀뽀뽀
태현이에게
내 귀여운 태현아. 잘 지내나요? 학교 갈 때춥지는 않나요. 지난번에 엄마랑 태성이랑태현이 셋이서 이노카시라 공원에 놀러갔다면서요. 연못 속에는 커다란 잉어가 많이 살지요. 아빠가 학교 다닐 때 이노카시라 공원 근처에 살아서 매일 공원 연못 주변을 산책하면서 커다란 잉어가 노니는 모습을 바라 보았어요. 이번에 아빠가 빨리 가서 보트 태워줄게요. 아빠는 닷새나 감기에 걸려 누워 있었지만 오늘건강해져서······ 또 열심히 그림을 그려서 빨리 전시회를 열어····· 그림을 팔아서 돈과 선물 많이 사 들고 갈 테니까 건강한 모습으로 기다려주세요.
아빠 ㅈㅜㅇㅅㅓㅂ
위 - 아빠는 약을 먹고 건강해졌습니다.
약.
아빠가 감기에 걸려 누웠습니다.
너희들 사진.
왼쪽 - 엄마랑 태현이랑 태성이가 이노카시라 공원에 갑니다.
#박수근
"나는 인간의 선함과 진실함을 그려야 한다는 예술에 대한 평범한 견해를 지니고 있다.
내가 그리는 인간상은 단순하며 그들의 가정에 있는 평범한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물론 어린아이들의 이미지를 가장 즐겨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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