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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커피그림이야기

영화<졸업>과 사이먼&가펑클

by 문촌수기 2024. 3. 30.

내가 무척 좋아하는 듀오밴드 사이먼 앤 가펑클, 그들의 노래에서도 <사운드 오브 사일런스>를 특히 좋아한다.
이 노래는 1960년대 청춘의 소외감을 표현했다는 영화 <졸업(The Graduate, 1967)>에서 사운드 트랙으로 사용되어 성공 신화를 이루었다. 니콜스 감독은 영화제작에 앞서 주인공 여배우 캐스팅을 놓고 제작자와 실랑이를 벌였는데, 여배우를 양보하는 대신 사이먼과 가펑클에게 영화음악 전반을 맡기는 것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듀엣 <사이먼과 가펑클>이 '전 세계적이고 세기적인 최고(the best of the world and the century)'의 듀오가 되었다.

더스틴 호프만 주연의 영화 <졸업ㆍThe Graduate>에는  <사운드 오브 사일런스>말고도  그들의 노래가 많이 들어있다기에 근래에 넷플에서 애써 찾아서 봤다. 1967년에 개봉을 한 영화니 벌써 57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고, 주인공 더스틴 호프만은 미수(米壽)가 다 되어간다.
영화는 <사운드 오브 사일런스>에서부터 시작하여 <사운드 오브 사일런스>로 끝나며,  그 안에서 <April Come She Will>, <미세스 로빈슨>, <스카보루우 페어> 등이 자주 흘렀다.
각각의 노래는 주인공의 심리상태와 스토리 전개의 주제가 되었다.

사이먼 앤 가펑클의 노래들은 알다시피 영화에 사용되기 전부터 대중적으로 소개돼 잘 알려진 상태였다. 'Sound of silence'는 1964년 폴 사이먼이 작곡해 데뷔앨범에 수록했으나 1966년 1월 리믹스 버전으로 뒤늦게 빌보드 차트 정상을 차지한 곡. 'April come she will'과 'The big bright green pleasure machine'도 1966년 각각 발표된 두 번째와 세 번째 정규앨범 수록곡이다. 영국의 전통 발라드를 재해석한 'Scarborough fair/Canticle'(1966)을 포함해, < 졸업 >의 사운드트랙에 실린 포크 록 듀오의 기성 명곡은 영화 음악에 있어서 일대 혁신이었다. 영화의 극을 구성하는 내러티브의 일부로 이야기는 물론, 관객이 등장인물과 상호접속할 수 있는 의미를 노래와 멜로디로 제공했다는 점에서 더욱 탁월했다.

사이먼 앤 가펑클의 포크 록 음악은 그때 그 시절, 그 시대의 젊은 세대에 의해 규정되고 귀속되어 있었다. 기성세대와 현실에 대한 풍자적 전언을 내재한 그룹의 노래는 온전히 당시의 젊은 청춘들을 위한 것이며, 동일세대 간 상호 유대와 공감을 갖게 하는 소통의 창구였다. 그 관계망 내에서 세상을 공유하고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는 방식으로 젊은 관객들은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다. 감독 마이크 니콜스는 이러한 연관성이 이야기 내에서 방해가 될 수 있다고 보는 다른 감독들과 달리 노래의 의미를 포용했다.

먼저,
는 도입과 엔딩부 등 세번이나 삽입되었다.

○ 도입부 ~ 미 동부의 명문대학을 졸업한 주인공 벤자민이 고향 캘리포니아로 금의귀향하는 비행기안에서부터 무빙워크로 이동할 때까지

○ 전반부~아버지의 동업자인 로빈슨씨 부인이 이십대의 주인공을 유혹하여 주인공 머리 속에서 암(cancer)처럼 자라난 환상(vision)이 펼쳐질 때

○엔딩부~ 일레인의 결혼을 파경에 빠트리고 둘이서 도망치며 버스를 타고 떠날 때

영화보다 먼저 만들어진 노래지만 영화 장면 속에서 <Sound of Sillence>는 주인공 벤자민의 불안한 내면과 미래에 대한 암묵에 너무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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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il Come She Will

미세스 로빈슨

스카보로우 페어

영화, "졸업" ost
https://youtu.be/xvJHVDlFPwk?si=0o_HTGMl04X35dxY


<스크랩>
팝 역사상 가장 위대한 듀오로 칭송되는 사이먼 앤드 가펑클의 이 명곡은 표면적으로는 현대 사회의 의사 소통 부재를 얘기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케네디 암살과 석연찮은 수사 과정에 대한 지적인 분노를 표현한 것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이 노래는 침묵 속에서 움직이는 기득권의 보이지 않는 손과 진실로부터 격리된 대중들에 강요되는 침묵을 다룬다.

“사람들은 주장하는 대신 그냥 떠들어대고/ 경청하지 않고 그저 듣고 흘리며/ 사람들은 결코 같이 부를 수 없는 노래들이나 쓰고 있네/ 그래서 아무도 침묵의 소리에 감히 대들지 못하지/ 내가 말했네, ‘바보들, 당신들은 그 침묵이 암처럼 자란다는 것을 몰라’
(People talking without speaking/
People hearing without listening/
People writing songs that voices never shared/
And no one dared disturb the sound of silence/
‘Fools,’ said I, ‘You do not know Silence like a cancer grows’).”

푸틴에게는 가장 성가신 눈엣가시이면서 러시아에서 얼마 남지 않은 민주 세력을 대표해 왔던 인권 변호사 출신의 활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수감 중이던 시베리아 교도소에서 급작스러운 의문의 죽음을 맞았다. 그는 이미 7년 전에도 괴한의 습격으로 한쪽 눈을 잃었고, 4년 전에는 독살 시도로 거의 죽을 뻔했다.
그는 생전에 푸틴의 추악한 비리를 지속적으로 추적하고, 반부패 재단을 설립해 고위 관료들의 부패를 신랄하게 고발해왔다. 그는 시민들에게 침묵하지 말고 소리 높여 말하고 참여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던졌다.
사이먼 앤드 가펑클 듀오의 데뷔 앨범에 실린 어쿠스틱 기타 반주의 이 노래에 대해 대중은 처음엔 침묵했다. 그러나 일렉트릭 사운드로 다시 편곡해 2년 뒤 후속 앨범에 수록됐을 때 이 노래는 위대한 영광을 얻었다. 나발니도 그렇게 침묵의 어둠을 딛고 다시 태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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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졸업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