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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산책 그림이야기

법정스님과 맑고 향기롭게

by 문촌수기 2024. 6. 13.

길상사 진영각에 들어와 한적하게 법정스님 영정 앞에 앉았다. 평일 오전이라서 그런가? 유월 상순인데도 벌써 30도를 넘나드는 무더위라서 그런가? 내방객들이 드물었다. 법정스님이 전하는 말씀(글씨)들이 찬찬히 눈에 들어왔다...차근히 따라 읽으며,
"예 그렇게 새기겠습니다."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속으로 대답하였다.

길상사 진영각 입구

진영각 쪽마루 왼편에 놓인 이 의자는 내겐 특별하다. 법정스님이 손수 만드시고' 빠삐용 의자'라며 이름하였던 그 의자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나는 빠삐용과 '어린왕자의 의자'를 연상하며 길상사에 들릴 적마다 각별히 대한다.
♡ 법정스님과 어린왕자 이야기
https://munchon.tistory.com/m/1248

법정스님과 어린 왕자.

■ 법정스님과 어린왕자의 대화 "니가 나를 찾아오다니,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 "할아버지가 제게 보내신 편지(영혼의 모음, 1971.11)를 이제사 받았어요." "그랬구나. 너를 이렇게 만나다니 정말

munchon.tistory.com

법정스님 손수 만드신 '빠삐용의자'인듯 내겐 특별하다.
법정스님 진영

이 시대의 연꽃과 같은 영혼의 스승
法頂스님

이 시대의 정신적 스승이신 법정 스님은 인간의 선의지(善意志)와 진리의 길을 찾아 1956년 효봉 스님의 문하로 출가했다. 1960년부터 1970년대 초까지 불교사전 편찬, 불교 경전 역경에 헌신하며, 불교계 언론과 유력한 신문에 죽비 같은 글로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1975년 송광사 뒷산에 불일암을 짓고 무소유 사상을 설파하였고, 1992년 강원도산골 오두막으로 거처를 옮기고 홀로 수행 정진하였다. 1994년 우리 심성에 맑고 향기로운 연꽃을 피우고자 시민모임 '맑고 향기롭게'를 발족하였고, 무소유 사상에 감동한 김영한(吉祥華)여사가 7천여 평의 대원각을 시주하여, 1997년 「맑고 향기롭게」근본도량 길상사를 창건하였다. 스님은 '맑음은 개인의 청정을, 향기로움은 그 청정의 사회적 메아리를 뜻한다'며, 「맑고 향기롭게」라는 이 말은 길상
사가 존속하는 한 인연있는 모든 이에게 공통적인 화두가 되어야 할 것이라 당부하셨다. 2010년길상사 행지실에서 입적하신 스님은 마지막까지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였고, 이 시대의 맑고 향기로운 연꽃이 되어 우리 영혼을 밝히고 있다.

"오랜만에 홀로 있는 내 자리를 되찾았다.
이 고요와 한적을 무엇에 비기리.
절대로 간소하게 살 것.
날마다 버릴 것."

-법정스님 말씀 (사진속 작은 글씨)

김수환 추기경과 법정스님의 미소
법정스님 승복
법정스님 다기
법정스님 필묵
불일임에서 손수 제작하여 '빠삐용 의자'라 이름한 의자.

[맑고 향기롭게 살기]
1994년 시민모임 "맑고 향기롭게"를 창립하여 이끌어 주셨다.

"맑음은 개인의 청정을,
향기로움은 그 청정의 사회적 메아리를 뜻합니다."
ㅡ법정

법정스님의 가르침, "맑고 향기롭게"는 이제 시민 운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ㅡ(사)시민모임 맑고 향기롭게
시민모임 맑고 향기롭게
1994년 발족한 순수 시민모임이다. 1996년 문화체육부로부터 '사단법인'으로 인가를 받았으며,1997년 길상화(吉祥華) 보살의 무주상보시로 창건된「맑고 향기롭게 근본도량」 길상사 내에 법인 사무국을 두고 있다.
(사)'맑고 향기롭게'는 한 점에서 시작된 파문이 연못 전체로 번져 나가듯 '나'로부터 시작한 맑고 향기로운 삶의 방식이 우리 사회 전체로 여울져 나가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밝히고 있다.

마음을 맑고 향기롭게
욕심을 줄이고 만족하며 삽시다
화내지 말고 웃으며 삽시다
나 혼자만 생각 말고 더불어 삽시다.

세상을 맑고 향기롭게
나누어 주며 삽시다
양보하며 삽시다
남을 칭찬하며 삽시다

자연을 맑고 향기롭게
우리 것을 아끼고 사랑합시다
꽃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가꾸며 삽시다
덜 쓰고 덜 버립시다.

[법정스님 손글씨, 지장전 상량문]

길상사 지장전 상량문, 법정스님 글씨

길상사 지장전 상량문
시절인연의 덕으로 이 절이 문을 연지 어느덧 일곱해가 되었다. 그 전에 세워진 낡은 집들을 고쳐 크고 작은 불전과 은사로 쓰이고 있다. 절실한 필은에 따라 사부대중이 함께 원을 세워 무너져가는 집을 헐어내고 이 터에 지장전과 도서관 그리고 식당인 선열당을 짓고자 오늘 보를 올리는 행사를 갖는다. 이 불사에 동참한 불자들은 모든 중생을 남김없이 다 성불케 하리라는 지장보살의 큰 자비와 힘을 입어 이 집을 드나들 때마다 자기 자신이 오늘 이 땅의 지장보살 화신임을 새롭게 다져서 안팎으로 불자의 소임을 두루 향하기 바란다.
불기 2548년
서기 2004년 10월 17일
법정합장
나무지장보살 마하살

[법정스님 계첩]

삼귀의
거룩한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위없는 가르침에 귀의합니다. 청정한 승가에 귀의합니다

오계
산 목숨을 해치지않고 자비심을 발하게습니다.
남의 것을 훔치지 않고 복과 덕으로 베풀겠습니다.
부정한 행실을 하지않고 청정행을 닦겠습니다.
거짓말을 하지않고 진실만을 말하겠습니다.
술에 취하지 않고 맑은 정신을 지니겠습니다.

불기 2541년 정축 9월 추분절
계사 법정
수계제자 진경수
법명 보광(普光) 받아 지님

참고)
○ 사미오계 不殺生, 不偸盜, 不邪婬, 不妄語, 不飮酒를 풀어 쓰셨다.
○ 불교 출가승들의 삼학
삼학(三學, tisso sikkha-)은 ‘세 가지 공부지음’으로 옮길 수 있는데 계(戒, sla)와 삼매(定, sama-dhi)와 통찰지(慧, paa-)를 공부짓는 것(sikkha-)을 뜻하며 중국에서 계ㆍ정ㆍ혜 삼학으로 정착되어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진 덕목이다. 계학(戒學)은 도덕적인 삶을 뜻하고 정학(定學)은 삼매 수행을 말하고 혜학(慧學)은 통찰지의 개발을 의미한다.
○ 계첩ㅡ  불교의 수계식 이후에 계를 받았음을 증명하는 신표로 주는 첩을 지칭하는 용어. 불교문서 · 계첩.

[이해인 수녀님께 보낸 편지]

4월 14일 아침
수녀님.
숲은 꽃과 잎이 다시 피어나고 철새들이 다시 찾아와  내 창(窓)가에 노래를 보내줍니다. 이 좋은 계절에 요즘 나는 시름시름 봄 앓이를 합니다. 하기야 초봄이면 으레 치르는 계절적인 몸살이지만.
오랜만에 소식듣고 전하는군요. 수녀님도 건강하신지요. 마산 거쳐 서울로 다시 충무(忠武) 등지로 돌아오느라고 바빴습니다. 요즘은 소생하는 숲과 뜰을 지켜보면서 다시  자연(自然)의 질서에 감사드리고 싶은 그런 심경입니다.
부활절이 다가오는군요. 모든 중생들이 어둠에서 벗어나 거듭거듭 부활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시(詩) 많이 썼어요? 우리 불(佛)에의 뜰에 쑥이 탐스럽게 돋아나고 있는데 아무도 뜯을 이가 없어요. 두어 차례 뜯어 먹다가 그만 두었습니다. 그 동네 자매들도 두루 좋은 날 이루기를.  
건강하십시오 수녀(修女)님.
불(佛)에서 합장.


'
무소의 뿔 처럼 혼자서 가라.' 초고인듯.

[법정 찻잔] 왼손잡이도 위하신 배려

법정 찻잔

"법정 찻잔은 법정 스님이 디자인한 것을, 난 그게 좋으니까 그대로 하는 거죠. 그래서 '법정 찻잔'으로 내가 지은 이름이에요. 이 숙우가 오른손잡이만 할 수있는 것이 아니잖아요. 왼손잡이를 위해서 여기, 여기를 오므리는 것이 좋겠다.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2020년 6월 지헌 김기철 도예가 기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