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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처작주, 주인공이 되라.

by 문촌수기 2026. 6. 15.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여라'며 큰소리 친 스님이 계신다. 임제 의현(臨濟義玄)스님이시다.
부처님의 도를 따라 사는 스님이 어찌 부처를 죽인다고 할까?
이는 문자 그대로 누군가를 해치라는 것이 아니라, 절대적 권위와 맹목적  교의에 얽매이거나 의존하지말고 주체적으로 깨달음을 구하라는 가르침이다.
'신은 죽었다'고 한 니체의 선언과 다름없겠다.

여행은 좋은 친구들과 재밌는 놀거리와 멋진 풍광을 즐기고 맛난 것을 찾아 먹는 것도 좋지만 우연히 좋은 문장을 얻는 것도 큰 기쁨이다.
친구네 감곡별장에서 한 문장을 얻었다. 달마대사가 벽안의 눈을 부라리고 쳐다보는데, 그 머리 위로는 "수처작주(隨處作主)"가 써 있었다. 바로 살불살조(殺佛殺祖)하라던 임제 선사의 말씀이다. 선불교의 초조가 달마이며, 선불교의 큰 종파를 이룬 임제종의 창시자가 바로 임제 의현선사이다.

수처작주(隨處作主)는 중국 당나라 시대 임제 선사의 어록인《임제록》에 등장하는 선어(禪語)로 입처개진(立處皆眞)과 짝을 이루며  함께 쓰인다.
"머무는 곳마다 주인이 되면, 지금 서 있는 그 자리(현재)가 모두 진리의 세계"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수처작주, 일일호일

굳이 수처(隨處)와 입처(立處)를 구분하자면, 수처는 공간적 의미로 내가 머무는 곳 바로 '여기(HERE)'이며, 입처는 시간적 의미로 '지금(NOW)' 이 순간이 되겠다.
진리와 행복이 어디 있는가?
나 있는 지금 바로 여기에 있다.
내가 어디에 있던 "바로 이 자리 여기에서 주인공이 되면, 지금 서 있는 현재가 모두 참"이라는 뜻이다.

감곡 별장

'수처작주'하라는 말씀대로
별장 연못가에서 하모니카를 입에 물고 김광석 노래를 작주(作奏)하는 즐거움도 누린다.

隨處作奏樂

책꽂이 깊이 묻힌 <임제록>을 찾아 다시 펼쳐본다.

'수처작주'와 더불어 액자에서,
'日日好日 月月好月 年年好年'도 읽는다.
"나날이 좋은 날,
다달이 좋은 달,
해마다 좋은 해"
되라며 축원하고 있다.
'나날이 좋은 날', 日日是好日은 선불교의 <벽암록>에 나오는 문장이다.

ㅡ 장욱진의 '나날이 좋은 날'

https://munchon.tistory.com/m/1808

나날이 좋은 날, 일일시호일

저자거리에서 나물을 파는 할멈은 맑은 날이나 비오는 날이나 매냥 슬픈 얼굴을 지었습니다. 그러다가 장마지거나 가뭄이 지면 나날이 눈물을 흘리며 앉아 있었습니다. 저자길을 자주 지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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