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를 닮고 싶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 2013. 1. 4. 12:53 Posted by 문촌수기

국화를 닮고 싶습니다.

 

 

이제 가을입니다. 봄에 많은 꽃들이 피지만 가을에도 많은 꽃들이 핍니다. 가을이면 아무래도 코스모스가 많이 피지만 그래도 국화가 가을의 주인입니다.
지금 국화가 만발합니다. 전 많은 꽃들 중에 국화를 가장 좋아합니다. 소담스럽고 풍성한 모습과 포근한 노란 색은 엄마처럼 느껴지고, 때론 그렇게도 부러웠던 누나처럼 보이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우리 조상님들은 봄이면 진달래 따서 화전(꽃찌찜)해먹고, 가을이면 국화잎따서 단자(찹쌀가루와 꽃잎을 동그랗게 버물러 만든 떡)만들고, 국화주 마셨답니다. 꽃을 먹고 꽃을 마시니 우리 선조들은 참으로 멋있지 않습니까? 이렇듯 진달래와 더불어 국화는 우리 민족의 꽃이기도 합니다.


꽃에도 덕(德)이 있다합니다. 국화를 보며 꽃이 주는 덕을 기립니다. 모란이며 매화며 동백이며 백합이며 여러 꽃이 있겠지만 아마 가장 덕이 있는 꽃이 국화인 듯 합니다. 어느 누가 이렇게 예찬했는지 모르겠지만 국화가 지니는 덕을 전합니다.


하나. 밝고 둥근 것이 높이 달려 있으니 하늘의 덕(天德)이오.
둘.땅을 닮아 노란색을 띄니 땅의 덕(地德)이오.
셋. 일찍 심었는 데도 늦게 피어나니 군자(君子)의 덕이오.
넷. 서리를 이기고도 꽃을 피우니 지조(志操)의 덕이오.
다섯. 술잔에 꽃잎을 띄워 마시니 풍류(風流)의 덕이라.


 

조선 선조 때의 영의정 신용개는 중양절(음 9월 9일) 밤에 주안상(酒案床)을 차려 내오라 분부했습니다. 손님이 오신 기척이 없어 부인이 기이하게 여겨 숨어보았더니, 아홉 그루의 국화 화분을 앞에 놓고 꽃과 대작(對酌)을 하고 있었답니다. 꽃에 술을 권하여 화분에 술을 붓고, 꽃잎 하나 따서 술잔에 띄워 주고 받으며 마시기를 취하도록 하였다니 이 얼마나 멋들어진 군자의 풍류(風流)입니까?

생명보다 충절을 귀히 여긴 선비들이 좋아하였으니, 고려말 충신 정몽주 선생님의 [국화탄(菊花嘆)] 시를 여기에 옮깁니다.


꽃은 비록 말은 못하나
그 마음 꽃다움을 나는 사랑하네.
평생 술을 입에 대지 않았는데
너를 위해 한잔 들고
평생 위아랫니 뗀 적이 없는데
너를 위해 한바탕 웃는도다.
내 너 국화를 사랑함은
붉다 못해 노라진 일편단심인 것을.

이 가을, 저도 국화를 먹고 국화를 마시고 국화를 닮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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