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덕수궁 미술관에서 전시되는 이중섭 그림을 보고 왔습니다. 일본에 있는 사랑하는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와 편지여백의 그림이 저의 심금을 울리며 가슴에 새겨져 있습니다. 그리고 '길 떠나는 가족'과 '돌아오지 않는 강' 그림도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그가 얼마나 가족을 사랑하고 그리워했는가를 알 수 있습니다. 그의 그리움에 공감하여 눈시울을 여러 번 적셨습니다. “이중섭ㆍ백년의 신화”전시회를 감상한 시민들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그림을 물었더니 '벚꽃 위에 앉은 새'를 첫 번째로 꼽았답니다. 익히 알고 있던 이중섭의 강인한 황소 그림과는 영 딴 판의 매우 서정적인 그림이라 저도 그 앞에서 미소 지으며 오랫동안 바라보았습니다. 그림 속에는 이야기가 흐릅니다. 등장인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야기를 만들어 냅니다. 그러는 동안에 쓰윽 떠오르는 한마디 말이 있었습니다. 이야기는 그렇게 끝을 맺으며 마음이 따뜻해져 왔습니다. "그래서 그랬구나."
꽃을 찾아와 연정을 나누던 노랑나비가 훌쩍 날아갑니다. 청개구리가 저를 잡으러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이 광경을 지켜본 새가 청개구리를 크게 나무라며 꽃가지 위로 내려앉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청개구리는 귀를 열어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랬구나." 그 재미나고 따뜻한 이야기를 추억하고자 어설프게 캘리 한 수를 그려보았습니다. "그래서 그랬구나"라고 말하고 나면, 세상에 이해 못할 일과 속상할 일들이 다 없어지진 않지만 조금씩 엷어져 갑니다. "그래서 그랬구나."
그 바람에 애꿎게도 연분홍 꽃잎만 후르륵 떨어집니다. 바람 탓이 아닙니다. 꽃잎 떨어지는 까닭은 꽃가지에 내려앉는 새 탓이요 새는 청개구리 탓입니다. 나비 날아가는 까닭도 청개구리 탓 이구요.
그러고 보니 모두 청개구리 탓인 듯합니다. 그러나 그게 아니랍니다. 알고 보니 모두 사랑 탓입니다.
꽃을 찾아온 나비의 사랑 탓입니다.
나비를 탐한 개구리의 사랑 탓이구요.
개구리를 야단치는 새의 사랑 탓이랍니다.
그 사랑 탓에 까닭이 이어지고 그래서 꽂 잎이 떨어지나 봅니다.
세상에 까닭 없이 생기는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지금의 모든 일은 그렇게 숨어 있는 까닭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말은 제가 혼자서도 종종하는 말이지만, 아이들과 상담하며 자주하는 말이랍니다. 외로운 아이, 우울한 아이, 눈물 흘리는 아이, 짜증부리는 아이, 성질부리는 아이, 별의별 아이들과 상담하면서 아이들의 밑 마음을 읽어주는 데에 이 한 마디 말은 매우 효과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선생님들께도 권하는 따뜻한 말입니다. "그래서 그랬구나." 이 한마디 말에 아이들은 순해지고, 자기 문제를 스스로 알게 되고, 문제의 해결책도 스스로 찾게 되는 경우를 종종 보았습니다. 선생님은 그저 고개 끄덕여주며 “그래서 그랬구나.” 가까이 다가앉아 어깨 두들겨주고 눈 마주치며 “그래서 이제 어떡하면 좋을까?” 한마디 말을 더하여 슬쩍 거들어줍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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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더하기
그림의 제목은 화가의 친구들이 마를린먼로 주연의 영화 제목이랍니다. 이 또한 무슨 까닭이 있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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