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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라교육원 연구사님께 감동하다. 올해 초여름 그리고 오늘 초겨울, 제주도 탐라교육원에서 강의. 그 자리를 마련하신 연구사님의 정성에 고마워서 글을 쓴다. 지난 6월의 인문학 강연 때는 보내드린 인문학산책 현장 이미지를 현상하여 로비와 계단에 전시하고, 그림엽서까지 만들어 강의를 들으러 오신 선생님들께 선물로 나누셨다. 이렇게 감동적으로 강연장을 꾸며서 강사와 대상자를 맞이한 강의는 처음이었다. "지극정성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그리고 오늘. 한라산 중산간 지대에는 눈이 내렸다. 택시타고 탐라교육원을 가면서 지난 초여름, 4ᆞ3평화공원에서 만난 슬픈 비설(飛雪) 모자상을 떠올렸다. 그러나 탐라교육원의 풍광에 금방 지워졌다. 강의실을 찾아가는 복도와 로비에 부착해둔 '따뜻한 말 한마디'에 다시 감동했다. 교육자로서 일과 사람을 대하는 정성.. 2018. 12. 8.
아기 예수 오실 때가 되었네 아기 예수 오실 때가 되었네. 아파트마다 대문을 꽃불등을 장식하고 트리도 만들어 밝혔다. 서울 시내 곳곳에도 어두운 세상을 밝히고, 추운 세모를 따뜻하게 데우고 있다. 서울성모병원에서도 아기 예수 탄생을 기다리는 구유장식을 현관에 꾸몄다. 잠시 앞에서 아픈 이들의 상처를 어루만지시어 세상의 고통을 치유해 주십사 기도하였다. 죄를 짓고 에덴동산에서 추방되는 아담과 이브 대림 4주간을 보라색ㅡ연보라색ㅡ연분홍색ㅡ하얀색 띠로 이어가다 그 끝자리에 아기 예수 누울 요람이 마련되었다. 아직 빈자리. 구세주 어서 오시길 비나이다. "당신의 길을 알려 주시고 올바른 길 걷게 하소서." 2018. 12. 7.
한 여인의 이름ㅡ진향과 자야, 나타샤와 길상화 그냥 근영 그 날 처럼 눈이 푹푹 나릴 때, 시인은 흰 당나귀를 타고 사랑하는 자야를 찾아왔다. 응앙 응앙 울음 소리에 사당 문이 열린다. 이제 오셨구려 참 먼 길 오셨어요. 괜찮아요. 아무 말씀 마셔요. 어서 오셔요. 화촉 밝혀 데운 이 방으로 이렇게 그대 오기 만을 기다렸어요. ㅡ 백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 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 2018. 12. 3.
길상사 단풍놀이 한가을이다. 물들어가는 단풍이 꽃보다 더 곱다. 서울 성북동 길상사의 단풍은 여느 단풍놀이보다 아름답다. 길상사의 금당은 극락전이다. 서방정토 영원세상 극락세계를 주관하시는 아미타불을 모셨기에 아미타전, 무량수전이라 부르기도 한다. 길상사는 본래 사찰이 아니었다. 일제시대에 청암장이라 불리던 별장을 진향이라는 기생이 '대원각'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술과 고기와 음식을 팔던 고급요정으로 만들었다. 풍류가락이 울려퍼지고 흥청(興淸)이 만청(滿廳)하였다. 그랬던 이곳이 대원각의 주인마님인 김영한이 법정 스님의 를 읽고 그 인연으로 '맑고 향기로운' 부처님의 말씀이 퍼지는 사찰이 되었다. 다른 사찰 전각에는 단청이 칠해져있지만, 이곳 전각에는 단청이 없다. 아무리 치장해도 웃음꽃 전하는 요정의 여인네들보다 더 고.. 2018. 12. 2.
길상사 관음 보살과 법정스님 - 그냥 근영 길상사 가을에는 단풍이 참 곱다. 산책나온 이웃 수녀님 얼굴에 미소꽃이 피었다 뒷짐지고 행지실로 올라가는 법정스님께서 무슨 말씀을 건내셨길래, 저리도 평화로울까? 성모님을 닮았다는 관음 보살님은 들으셨겠지.관음보살상을 조각한 천주교인 최종태 화가는 '이 억겁의 시간에 우리 두 손(법정스님과 나)이 잠깐 하나로 만나서 이 형상을 만들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 억겁의 시간에 우리 두 손이 잠깐 하나로 만나..' 이 말씀 속에서 경외감을 느껴진다. 우주의 나이 137억년, 여기에 우리의 삶 100년은 정말 눈깜짝할 사이다. '우리 두 손'을 손(手)이 아니라, 잠시 머물다가는 '손님'으로 읽으면 더더욱 경이로움이 느껴진다. 이 우주의 손[客]이 되어 만난 우리의 인연에 감동하고 감사하다. '관.. 2018. 11. 28.
조지훈의 방우산장 성북동 가을 길을 따라 걷는다. '시인의 방ㅡ방우산장'의 의자에 앉아 잠시 시를 읊는다. 그리고 추억을 그린다. "꽃이 지는데 바람을 탓하랴. ... 꽃 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하이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ㅡ 조지훈의 중에서. 그렇다. 지난 봄에는 꽃이 지더니, 이제는 물들었던 단풍 잎이 진다. 세상사가 그렇다. 다 가야 할 때가 있다. 그러니 누구를 탓하랴? 조지훈 시인은 이 곳 성북동에 살면서 박목월, 박두진 등과 함께 청록집을 출간하였다. 이른바 청록파 시인들이다. 조지훈 시인이 살던 그 때 그 집은 지금 없지만 시인을 기념하고자 성북동 142-1번지 가로길에 조지훈 '시인의 방ㅡ방우산장(放牛山莊)' 표지 기념 조형물이 설치되어있다. 시인은 자신이 기거했던 곳을 모두 ‘방우산장(放牛山莊)’ 이.. 2018. 11. 25.
성북동 성당 '한국의 바티칸'이라 별명하는 성북동 나들이. 길상사와 짝을 지어 성북동 성당을 찾는 의미는 크다. 성북동 성당은 좀 특별하다. 성전이 지하에 있다. 초기교회 카타콤바를 연상시킨다. 그래서인지 더욱 차분하고 경건하다. 유리 성화도 특별하다. 전통적인 스테인글라스 성화기법이 아니고, 우리의 민화풍으로 우리의 조상들을 그렸다. 얼핏보기에 불경이야기를 그린 듯 하기도 하다. 성모상도 조선의 어머니인 듯.카타쿰바(Catacumba)는 고대 로마인들의 지하 공동묘지를 일컫는 말이다. 우리말로 직역하면 ‘웅덩이 옆’이라는 뜻이다. 로마인들은 지하 공동묘지가 로마 성문 밖 언덕과 언덕 사이에 조성했기에 카타쿰바라 불렀다. 로마인들은 카타쿰바를 ‘네크로폴리스’(νεκροs πολιs-죽은 이들의 도시)라 은유적으로 표.. 2018. 11. 25.
행복은 저축이 되지 않는다. "행복은 저축이 되지 않는데." 아내가 라디오에서 들었다며 내게 전한다. '아내에게 저축되었으니 이 행복한 말을 나눌 수 있게 된 것 아닐까?' 괜한 딴지로 달리 생각해본다. 아니다. 설령 저축되고 기억되어도 내게 전하고 나눌 때 행복한 것이니 이 말이 맞는 말 같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그러니깐, 지금 사용하라는 거다. '아끼다 ×된다'는 말이 이 말이구나." 감탄했다. 행복은 감정이니 지금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이 행복이라는 것이다. 누릴 수 있을 때 행복한거다. 가을 산책 길의 행복을 찾아 누린다. 고맙다. 아직도 꽃 피어 있어서 물들어 가는 것이 꽃 보다 예쁘구나. 갈대, 너를 볼 적 마다 가야 할 때를 알게 되는 가을을 느낀다. 다들 고맙구나. 2018. 11. 20.
시 낭송 - Love, George Herbert http://www.korearoot.net/song/HarrieReading-Love-GeorgeHerbert.mp3 내가 참 좋아하고 존경하는 '두복'님(필명)의 시 낭송입니다. Love(3) - George Herbert - Love bade me welcome: yet my soul drew back, Guilty of dust and sin. But quick-eyed Love, observing me grow slack From my first entrance in, Drew nearer to me, sweetly questioning If I lacked anything. "A guest," I answered, "worthy to be hers": Love said, "You shall b.. 2018. 11.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