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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이야기'에 해당되는 글 112건

  1. 2013.01.04 국화를 닮고 싶습니다.
  2. 2013.01.04 정발산을 다시 산 것은?

국화를 닮고 싶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 2013. 1. 4. 12:53 Posted by 문촌수기

국화를 닮고 싶습니다.

 

 

이제 가을입니다. 봄에 많은 꽃들이 피지만 가을에도 많은 꽃들이 핍니다. 가을이면 아무래도 코스모스가 많이 피지만 그래도 국화가 가을의 주인입니다.
지금 국화가 만발합니다. 전 많은 꽃들 중에 국화를 가장 좋아합니다. 소담스럽고 풍성한 모습과 포근한 노란 색은 엄마처럼 느껴지고, 때론 그렇게도 부러웠던 누나처럼 보이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우리 조상님들은 봄이면 진달래 따서 화전(꽃찌찜)해먹고, 가을이면 국화잎따서 단자(찹쌀가루와 꽃잎을 동그랗게 버물러 만든 떡)만들고, 국화주 마셨답니다. 꽃을 먹고 꽃을 마시니 우리 선조들은 참으로 멋있지 않습니까? 이렇듯 진달래와 더불어 국화는 우리 민족의 꽃이기도 합니다.


꽃에도 덕(德)이 있다합니다. 국화를 보며 꽃이 주는 덕을 기립니다. 모란이며 매화며 동백이며 백합이며 여러 꽃이 있겠지만 아마 가장 덕이 있는 꽃이 국화인 듯 합니다. 어느 누가 이렇게 예찬했는지 모르겠지만 국화가 지니는 덕을 전합니다.


하나. 밝고 둥근 것이 높이 달려 있으니 하늘의 덕(天德)이오.
둘.땅을 닮아 노란색을 띄니 땅의 덕(地德)이오.
셋. 일찍 심었는 데도 늦게 피어나니 군자(君子)의 덕이오.
넷. 서리를 이기고도 꽃을 피우니 지조(志操)의 덕이오.
다섯. 술잔에 꽃잎을 띄워 마시니 풍류(風流)의 덕이라.


 

조선 선조 때의 영의정 신용개는 중양절(음 9월 9일) 밤에 주안상(酒案床)을 차려 내오라 분부했습니다. 손님이 오신 기척이 없어 부인이 기이하게 여겨 숨어보았더니, 아홉 그루의 국화 화분을 앞에 놓고 꽃과 대작(對酌)을 하고 있었답니다. 꽃에 술을 권하여 화분에 술을 붓고, 꽃잎 하나 따서 술잔에 띄워 주고 받으며 마시기를 취하도록 하였다니 이 얼마나 멋들어진 군자의 풍류(風流)입니까?

생명보다 충절을 귀히 여긴 선비들이 좋아하였으니, 고려말 충신 정몽주 선생님의 [국화탄(菊花嘆)] 시를 여기에 옮깁니다.


꽃은 비록 말은 못하나
그 마음 꽃다움을 나는 사랑하네.
평생 술을 입에 대지 않았는데
너를 위해 한잔 들고
평생 위아랫니 뗀 적이 없는데
너를 위해 한바탕 웃는도다.
내 너 국화를 사랑함은
붉다 못해 노라진 일편단심인 것을.

이 가을, 저도 국화를 먹고 국화를 마시고 국화를 닮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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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발산을 다시 산 것은?

이런저런 이야기 2013. 1. 4. 12:52 Posted by 문촌수기

정발산을 다시 산 것은?

일산신도시 아파트 빌딩 숲 한가운데 정발산이 있습니다.
마치 고봉산 자락아래 펼쳐진 너른 땅을 고르고 매꾸고 아파트를 짓고 남은 돌모래를 쌓아 도시인의 심신을 위로할 겸 인공적으로 쌓아올린 듯한 낮은 동산입니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라' 하지만 또한,
'산은 산이 아니요. 물은 물이 아니어라.' 였습니다.
그렇게만 여기고 일산에 산 지 2년이 지나도록 가보지 않았습니다.

그런 생각은 그릇된 편견이었습니다.
일산 교육청 옆 주차장에서 정발산을 오르는 길은 참으로 한가하고 아름다웠습니다. 소나무 숲사이로 작은 산길은 참으로 산책하기에 좋았습니다. 다람쥐는 월동준비로 분주하게 땅바닥을 뒤지며 열매를 찾아 다닙니다. 한볼때기 가득 무얼 그리 집어 넣었는지 볼때기 양쪽이 터질 듯 부풀어 반들거리는 눈을 굴리며 돌아다닙니다.
도심의 소음이 숲에 가리고 새소리 벌레 소리가 들려옵니다. 가을바람이 솔향기를 묻혀 전해져옵니다.
교육청 뒤에서부터 시작하여 정발산 역까지 말 발굽처럼 'ㄷ '자 굽어진 등산길은 아이에서부터 노인까지 온 가족이 함께 오르내리기에 안성맞춤이었습니다. 이런 도심 한 복판에 이런 한가한 산이 있다니 일산인들에게는 참으로 소중한 선물이었습니다. '산은 산이 아니고 물은 물이 아니어라' 생각이 역시 그릇되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었습니다. 이제 정발산을 산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정발산을 산으로 되찾고 나의 것으로 가지게 된 기쁨으로 그 옛날 선승의 선시 한 수 전합니다. 자연이 주는 삶의 한가로움이 얼마나 넉넉한 지를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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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前一片閑田地 (산전일편한전지)
叉手 問祖翁 (차수 문조옹)
幾度賣來還自買 (기도매래환자매)
爲憐松竹引淸風 (위린송죽인청풍)

- 五祖 法演 -

저 산 밑의 한뙈기 묵은 밭을
차수하며 공손히 노인께 여쭈었더니
몇 번이나 팔았다가도 다시 산 것은
대숲과 솔숲이 전해주는 맑은 바람 때문이라고.

(* 차수 : 손을 합장하듯 가슴앞에 모아 공손히 인사드리며 )

- 오조 법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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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 10. 1 황보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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