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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9.01 아름다운 사람
  2. 2020.08.25 도나 도나

아름다운 사람

음악이야기 2020. 9. 1. 00:09 Posted by 문촌수기

대학생이 되었다. 70년대말 학번이다. 그렇게도 가보고 싶었던 다방을 이제 가 볼 수 있게 되었다. 3월의 캠퍼스, 곳곳에서 서클 회원 모집이 한창이다. 어떤 이유로 가입했는지 기억에 없지만 나의 유일한 서클이 로타랙트였다.
서클 모임 장소가 다방이었다. 처음 가는 다방이라 잔뜩 기대를 품고 갔는데, "이 뭐야?" 한복입은 다방마담, 레지와 중절모에 양복 차려입으신 점잖은 어르신들. 뿌연 담배연기. 경로당은 아니고 어르신 쉼터요 만남의 장소였다. 어르신 덕분에 나도 점잖아지고 조숙해졌다. 다방 위에는 당구장, 실은 이곳이 우리들은 놀이터였다. 다방 아래 일층은 의상실이다. 좁은 계단을 오르기 전 일층의 의상실은 늘 나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 나는 의상실 진열장 앞에 잠시 머물며 넋을 잃은 듯 마네킹을 바라본다. 너무 예뻤다. 아! 나의 이상형, 러시아 소설 속에 등장하는 여주인공, 나타샤가 저 여인일까? 내 혼자 마음으로 '나타샤'라 부르면서 사모하게 되었다. 의상실의 이름도 공교롭게 '아름다운 사람들'이었다. 훗날 비밀처럼 감춰둔 이 짝사랑을 친구한테 이야기 했더니, "니, 미친갱이 인가? 마네킹을 다 사랑하게?" 소문이 퍼져 서클 안에서 한 때 광대가 되었다. 피그말리온이 갈라테이아에게 한 것처럼 나도 나의 나타샤에게 매일 키스라도 해볼걸...
난 그 이후로 나의 나타샤보다 예쁜 마네킹을 본 적 없다. 청춘은 이렇게 미친 적이 있어 아름답다.

김민기의 <아름다운 사람> 노래가 참 좋다.
잔잔히 내리는 비에 천천히 젖어 드는 것 같아 철없고 잘 울고 가난한 내 정서에 딱 어울리는 노래였다.
김민기를 따라 <아름다운 사람>을 하모니카로 불러본다. 길 떠나지 못한 아이의 눈물에 나도 눈물 고인다.

아름다운 사람.m4a
3.67MB

<가사>
어두운 비 내려오면
처마 밑에 한 아이 울고 서 있네
그 맑은 두 눈에 빗물 고이면
음 아름다운 그 이는 사람이어라

세찬 바람 불어 오면
벌판에 한 아이 달려 가네
그 더운 가슴에 바람 안으면
음 아름다운 그 이는 사람이어라

새 하얀 눈 내려 오면
산 위에 한 아이 우뚝 서 있네
그 고운 마음에 노래 울리면
음 아름다운 그 이는 사람이어라
그 이는 아름다운 사람이어라

사십년이 더 지난 지금, 이 노래를 부르다가 문득 의문이 생겼다. "처마 밑에서 한 아이는 왜 울고 있을까?" 머리 속에서 그림이 그려진다.
1절에 빗 속에 우는 아이, 2절에 세찬 바람을 향해 벌판을 달려가는 아이, 3절에 눈 오는 산 위에 우뚝 선 아이. 세 아이에게서 연결점을 찾았다. 바로 '길 떠남'이다. 새끼 새가 둥지를 떠나는 것 처럼, 언젠가는 부모님과 집을 떠나야 한다.
뜻을 찾아 세상으로 길을 떠나는 아이, 마침내 길 끝에서 뜻을 이룬 아이. 모두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그러면 처마 밑에서 우는 아이는? 길을 떠나야하는데 차마 발걸음을 떼지 못할 만큼 사연이 깊다. 가난하고 병든 가족이 계셨을 것이다. 두 눈에 고인 슬픈 빗물은 한발짝 걸음도 내딛지 못 할 만큼 무겁다.

정말 아름다운 사람은 누구일까? 엄마 생각이 났다. 세 아이들은 '길 떠남'에 서 있다면, '엄마'는 '돌아옴'에 있다. 뜻이 집에 있고 살림에 있기 때문이다. 식구들 살리기 위해 밭일 나가시고, 장에 나가시고, 그러고는 찬거리 먹거리 가득이 이고 집으로 돌아오신다. 사람살리는 살림살이보다 더 아름다운 일이 있을까?
어머니와 우는 아이를 이중섭의 마지막 작품으로 알려진 '돌아오지 않는 강'에서 슬쩍 따왔다.

<아릉다운 사람>, 커피여과지에 수채물감

 

<아릉다운 사람>, 커피여과지에 수채물감, 파스텔
이중섭, <돌아오지 않는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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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나 도나

음악이야기 2020. 8. 25. 12:55 Posted by 문촌수기

어릴 적 형들 따라 전축판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따라했다. 가난했지만 흥이 많은 우리 가족들은 늘 노래를 가까이 했다. 그 때 불렀던 노래, "돈아 돈아 돈아 돈아, 돈아 돈아 돈아 돈" 마치 돈이 굴러오라고 비는 주문과 같았다. '이런다고 돈이 굴러올까?' 싶었지만 이 후렴구는 뜻도 모르고 재미있게 따라 불렀다. 그 옛날에 형제들 같이 웃으면서.

창궐하는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집에서 방송미사를 올린 지 반년도 넘었다.
"하느님의 어린 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님,
저희에게 평화를 주소서"
(Dona Novis Pacem!)-"Grant us Peace"

미사 시간마다 이 기도를 올리면서, 문득 조안 바에즈의 노래 '도나도나'를 떠올려 보았다.

수레에 실려 우시장으로 팔려가는 송아지, '음매음매' 연신 울어댄다. 끌고가는 어미소도 '움머 움머' 울부짓는다. 그 위로 제비가 제빠르게 날아간다. "도나 도나 이럇 이럇 " 바람은 따라가며 종일 웃는다. 농부가 돌아보며 야단을 친다.
"불평하지마. 그러니깐 누가 너더러 소 새끼로 태어나랬어? 저 자유롭고 자랑스런 제비나 되지?"
밤길이라도 집으로 돌아 올 수 있다면 꽃 길 따라 찾아 오라며 아들래미는 눈물 젖은 꽃을 뿌린다.
이중섭의 <길 떠나는 가족>을 패러디하여 그렸다.

라틴어 dona는 '주다. 수여하다'라는 뜻으로,
기부(donation)의 어원이 된다.
노래 제목 '도나도나도나'는
히브리어로 "이랴 이랴~" 뜻이지만, 은유적으로 "주여 주여~"라는 뜻도 된다.
우시장으로 실려가는 송아지는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끌려가는 유태인의 모습을 은유한다.
설마 어린 송아지가 바로 도살장으로 끌고가지는 않았겠지?

판데믹으로 삶을 빼앗긴 지금의 인류를 저 송아지 신세에 견주어 본다.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아도나이(Adonai), 나의 주님께 이 시대의 자유와 평화를 빈다.
"도나 노비스 파쳄(Dona Novis Pacem!)"

도나 도나, 커피여과지에 싸인펜, 색연필, 파스텔

이 그림은 이중섭의 <길 떠나는 가족>을 오마주하며 모방하였다.

길 떠나는 가족 그림편지, 종이에 유채 10.5×25.7cm, 1954년

<도나도나(Donna Donna) > 가사 해석
- 이랴 이랴/주여 주여//주소서 주소서

1절
On a wagon bound for market
There's a calf with a mournful eye
High above him there's a swallow
Winging swiftly through the sky
(후렴)
How the winds are laughing
They laugh with all the their might
Laugh and laugh the whole day through
And half the summer's night

Donna Donna Donna Donna
Donna Donna Donna Don
Donna Donna Donna Donna
Donna Donna Donna Don

슬픈 눈빛을 한 어린 송아지가
시장을 향해 달리는 마차위에 있네.
그 위로는 하늘을 가로질러 쏜살같이
나르는 한 마리의 제비가 있네.

바람은 어떻게 웃을까
있는 힘을 다해 그들은 웃지
온종일 웃고 웃고 또
여름밤의 반나절을..
도나, 도나, 도나,

2절
"Stop complaining", said the farmer
"Who told you a calf to be
Why don't you have wings to fly with
Like the swallow so proud and free"

How the winds are laughing
They laugh with all the their might
Laugh and laugh the whole day through
And half the summer's night

Donna Donna Donna Donna
Donna Donna Donna Don
Donna Donna Donna Donna
Donna Donna Donna Don

"불평, 그만하라"고 농부가 말해요
"누가 너더러 송아지가 되라고 했나.
너는 왜 자랑스럽고 자유스럽게 날 수 있는
제비와 같은 날개를 갖지 못했나."(후렴)

(3절)
Calves are easily bound and slaughtered
Never knowing the reason why
But whoever treasures freedom
Like the swallow has learned to fly

How the winds are laughing
They laugh with all the their might
Laugh and laugh the whole day through
And half the summer's night
Donna Donna Donna Donna
Donna Donna Donna Don
Donna Donna Donna Donna
Donna Donna Donna Don

쉽게도 송아지들은
자유를 잃고 도살을 당하지.
왜 그래도 되는지 이유를 알 수가 없네.
하지만 누구라도 자유는 소중하게 생각하지
마치 제비가 하늘을 날면서 배운 것처럼(후렴)

https://youtu.be/dIeoCpGo3Zc

ㅡㅡㅡㅡㅡㅡ
참고ᆞ[김창수 시인의 뜨락] ‘도나도나’,
이작 카체넬슨이 짓고 존 바에즈가 부르다

카체넬존(1886~1944)은 유대인으로 아이슈비츠 수용소에서 사망했다. 수용소에서 그가 쓴 시 중 어떤 것들은 유리병 속에 담겨 수용소 뜰에 묻혔다가 발굴되기도 하였고, 수용소를 간신히 빠져나온 한 유태인 소녀의 가방 속에서 나오기도 하였다.
이성으로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고 고통스러운 상황이나 사태에 직면하여 신앙인이 신을 향해 토해낼 수 있는 단어는 “주여!”라는 울부짖음이다. 구약성서 시편에 나오는 ‘주여’라는 단어 속에는 ‘어찌하여’, ‘왜’라는 항변과 탄식이 들어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구원의 요청과 희망이 내재하고 있다. 이작 카체넬존의 ‘Donna Donna’도 그렇다.
원래 ‘Dona’는 히브리어로 소를 몰 때 ‘이랴~!’라는 직설적인 뜻이 있지만 은유적으로는 ‘주여!’라는 뜻을 지닌 단어다. ‘Donna Donna’라는 노래는 카체넬존이 아이슈비츠 수용소에서 쓴 시로 1960~70년대 반전 평화운동의 가수 존 바에즈(Joan Baez)가 불러 히트를 쳤다. 그리고 그 노래가 오늘날까지 이스라엘의 국민적 노래로 불리고 있다.
‘Donna Donna’는 장터에 팔려가는 송아지와 하늘을 자유롭게 나는 제비를 대비시키며, 아우슈비츠에서 죽어간 유태인들의 실상을 드러내고 죽음의 늪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고자 하는 포로들의 자유를 향한 염원을 담고 있다.
시적 화자는 “네게 누가 송아지가 되라고 했나. 너는 왜 자랑스럽고 자유스럽게 날 수 있는 제비와 같은 날개를 갖지 못했나”라고 자성하면서, “바람은 어떻게 웃을까. 있는 힘을 다해 그들은 웃지”라고 대답한다. 자유를 상징하는 바람이 혼신의 힘을 다해 웃듯 자유를 찾고 싶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ㅡㅡㅡ더하기ㅡㅡㅡ
이중섭의 <길 떠나는 가족> 편지 그림 속의 글.
"엄마, 태성군, 태현군을 소달구지에 태우고 아빠가 앞에서 황소를 끌고 따뜻한 남쪽나라로 함께 가는 그림을 그렸다. 황소군의 위에는 구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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