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다시 찾아 펼치니 세월이 누렇게 이끼낀 듯하다.
참 많은 깨우침을 준 스승의 책이다.
다시 읽어본다.
'나는 참 많은 것을 갖고 있구나'.....
지난해 여름 장마가 개인 어느 날 봉선사 운허 노사(耘虛老師)를 뵈러 간 일이 있었다. 한낮이 되자 장마에 갇혔던 햇볕이 눈부시게 쏟아져 내리고 앞 개울 물소리에 어울려 숲속에서는 매미들이 있는 대로 목청을 돋구었다. 아차! 이 때에야 문득 생각이 난 것이다. 난초를 뜰에 내놓은 채 온 것이다. 모처럼 보인 찬란한 햇볕이 돌연 원망스러워졌다. 뜨거운 햇볕에 늘어져 있을 난초잎이 눈에 아른거려 더 지체할 수가 없었다. 허둥지둥 그 길로 돌아왔다. 아니나 다를까 잎은 축 늘어져 어딘가 생생한 기운이 빠져버린 것 같았다.
(중략)
나는 이 때 온몸으로, 그리고 마음 속으로 절절히 느끼게 되었다. 집착(執着)이 괴로움인 것을, 그렇다. 나는 난초에게 너무 집착해버린 것이다. 이 집착에서 벗어나야겠다고 결심했다. 난을 가꾸면서는 산철[승가의 유행기]에도 나그네길을 떠나지 못한 채 꼼짝 못하고 말았다.
(중략)
며칠 후, 난초처럼 말이 없는 친구가 놀러왔기에 선뜻 그의 품에 분을 안겨 주었다. 비로소 나는 얽매임에서 벗어난 것이다. 날 듯 홀가분한 해방감, 삼 년 가까이 함께 지낸 ‘유정(有情)’을 떠나 보냈는데도 서운하고 허전함보다 홀가분한 마음이 앞섰다. 이 때부터 나는 하루 한 가지씩 버려야겠다고 스스로 다짐을 했다. 난을 통해 무소유의 의미 같은 걸 터득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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