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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미술

괴테와 브람스의 알토 랩소디

by 문촌수기 2019. 3. 30.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브람스의 <알토 랩소디> ㅡ 스크랩

■전하지 못한 진심 “솔직하게 한번만 말해 주었다면…”

〈알토 랩소디〉는 괴테의 `겨울의 하르츠산 여행'이란 총 12연으로 된 시 중 3연을 발췌하여 곡을 붙인 작품이다. 괴테는 자신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고 세상을 비관, 절망에 빠져 자신을 찾아온 젊은 청년 프레싱크를 위로하기 위해 함께 하르츠 여행을 다녀온 후에 쓴 시이다. 브람스는 슈만의 딸 율리와의 이루지 못한 사랑의 쓰라린 상처를 달래기 위해 이 시를 바탕으로 작곡하였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실연의 사무치는 아픔의 실제 체험을 음악을 통해 자신의 일기장처럼 옮겨놓은 곡으로 당시 그의 내면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작품이다.
알토 독창, 남성 합창 및 관현악을 위한 <알토 랩소디> 속에서 브람스는 인간의 고뇌와 체념과 구원을 그려내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한 여인을 짝사랑하는 마음의 깊은 심연, 깊고도 격렬한 극적 감정의 소용돌이를 표현하여 당시 ‘베르테르 신드롬’이 일어날 정도로 대단한 반향을 일으켰다. 남자들은 베르테르의 복장을 흉내 내 입고 다녔으며 여자들은 여주인공 롯데처럼 사랑받기를 꿈꾸었고 너무 몰입된 젊은이는 심지어 자살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열풍에 당시 신학을 전공하고 괴테를 존경하던 청년 프레싱 역시 괴테에게 편지를 썼다. `겨울의 하르츠산 여행'은 괴테가 이 젊은이를 데리고 위험하고 험준한 겨울산인 하르츠산을 여행하며, 자신의 경험을 통해 얻은 지혜로 그를 위로하면서 그 감회를 적은 시이다.

이 시는 브람스가 겪었던 비련의 고통과 연결되어 그에게 강렬한 동감을 불러 일으켰다. 그는 슈만이 타계한 후에도 슈만 가족과 친하게 지냈는데 슈만의 셋째 딸 율리에게 은근히 연정을 품게 되었다. 당시 율리는 24세, 브람스는 36세였다. 브람스는 피아노이중주 〈사랑의 노래 왈츠〉에서 이 형용할 수 없는 들뜨고 즐거운 기분을 묘사하고 있다. 그러던 중 율리가 결핵 때문에 잠시 이탈리아에 체류하다가 만난 젊은 마르모리토 백작과의 약혼소식을 클라라로부터 들었다.

당시 클라라는 브람스의 반응을 일기에 남겨놓았다. “나는 브람스에게 제일 먼저 이 소식을 말했다. 그런데 어떤 일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처럼 몹시 당황한 것 같았다.” 결국 그해 9월 율리는 백작과 결혼하였고, 그 후 브람스의 정신적 충격은 말로 다 할 수 없었다. 그는 이 곡을 완성했을 때 출판사에 이런 편지를 보냈다. “나는 슈만의 딸 백작부인을 위해 `신부의 노래'를 지었다. 그러나 원망하는 마음으로 그것을 썼다. 화가 나서 썼다.”

이 곡을 받은 클라라는 이 내용도 남겨놓았다. “요하네스는 작품 하나를 가져왔다… 괴테의 `겨울의 하르츠 여행'이란 시로 쓴 알토, 남성합창, 그리고 오케스트라를 위한 작품이었다. 그 시와 음악에 스민 깊은 고통을 들으며 오랜만에 진한 감동을 받았다. 자신의 마음의 고통을 표현한 것처럼 보인다. 솔직하게 한 번만 말해주었다면 좋았을 것을!”

브람스가 채택한 이 시의 3개 연은 고통 받는 젊은이를 위로하려는 괴테를 가장 잘 묘사한 부분이다. 첫 두 연이 불안과 갈등, 혼란과 고뇌로 가득하며 절규하는 탄식이라면, 셋째 연은 경건한 기도로 고통 받는 인간과 구원의 노래이다. 알토의 압도하는 낭독조의 서창과 아리아에 이르기까지 드라마틱한 형식의 전개를 보여주는 오페라 같은 특성이 다분한 곡이다.

△제1부 Adagio
세상을 원망하고 남을 비방하며 자기를 학대하는 청년 프레싱을 둘러싼 정서가 그려져 있다. 겨울에 하르츠산을 여행하는 사람의 쓸쓸한 모습을 노래하고 있는데 실연한 브람스의 심경을 노래하면서 그의 섬세하고, 세련된 감정처리와 극한 상황에서도 진실을 보기 위해 내적으로 침잠해가는 브람스의 신중함이 잘 드러나 있다.  (아래 가사는 '상상의 숲'~ https://jsksoft.tistory.com/13376 에서 캡쳐함./더 읽기)

Aber abseits wer ist’s? (그러나 저 멀리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Ins Gebüsch verliert sich der Pfad,(그가 걸어가는 흔적은 덤불 속에 가려 있고)
hinter ihm schlagen (지나고 나면)
Die Sträuche zusammen,(덤불은 다시 엉켜 붙고)
das Gras steht wieder auf,(풀은 다시 일어나 무성해지며)
die Öde verschlingt ihn.(황야는 그를 삼켜 버린다.)

△제2부 Poco andante
서주 없이 저음의 현에 실려 알토 독창이 제2탄식으로 돌입하며 이제 황야에서 방황하는 젊은이의 고통과 방황에 대해 절절히 노래한다. 시작할 때는 달콤하지만, 실연으로 끝나면 그토록 절망적이고 치명적인 것도 없다고 노래한다. 결국 그 고통의 원인을 자신의 이기심 탓으로 돌린다.

Ach, wer heilet die Schmerzen (아, 누가 이 고통을 치유해 줄 것인가)
des, dem Balsam zu Gift ward?(향유가 독으로 변해 버린 그의 고통을?)
Der sich Menschenhass aus der Fülle der Liebe trank?(사랑의 샘에서 인간 증오의 물을 마셔 버린 그)
Erst verachtet, nun ein Verächter,(처음 멸시 당하다가 이제는 멸시하는 사람이 된)
zehrt er heimlich auf (그는 아무도 모르게)
seinen eigen Wert (자신의 가치를 소모시킨다)
in ungenügender Selbstsucht.(계속되는 이기심으로.)

△제3부 Adagio 제1부와 제2부보다 밝은 느낌으로 마치 하늘과 땅으로 이어진 계단에서 내려오며 부르는 듯 어느 정도 안정감을 얻는다. 불행한 청년의 구원을 신께 호소하는 시인의 기도이다.

Ist auf deinem Psalter,(당신의 시편에,)
Vater der Liebe, (사랑의 아버지시여,)
ein Ton seinem Ohre vernehmlich,(그가 들을 수 있는 하나의 소리가 있다면,)
so erquicke sein Herz!(그것으로 그의 마음을 위로하소서!)
öffne den umwölkten Blick(그의 흐려진 시야를 맑게 하시어)
Über die tausend Quellen (수천의 샘물을 발견하게 하소서.)
neben dem Durstenden in der Wüste! (사막에서 목말라하는 그에게!)
~3부 내용 전체 반복
“erquicke (위로하소서!)” ~반복
“sein Herz! (그의 마음을!)” 끝.

■들을 만한 음반
△캐서린 페리어(알토), 클레멘스 크라우스(지휘),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Decca, 1947]
△크리스타 루트비히(알토), 오토 클렘페러(지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EMI, 1962]
△마리야나 리포브세크(알토), 클라우디오 아바도(지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DB, 1988]
듣기>() 마리야나, (지휘) 클라우디오 아바도ㅡ유투브에서

의사신문ᆞ클래식 이야기에서 스크랩하고 일부내용 재구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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