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하지욕(胯下之辱)이라는 성어가 있다. <사기>의 '회음후 열전'에 나오는 한신(韓信)의 이야기다. 훗날에 한고조 유방을 도와 천하를 통일한 대장군이요 초왕이 된 영웅이다. 그러나 젊은 평민의 시절에 한신은 늘 칼을 차고 다니면서도 가난한데다 방종하였다. 키는 큰 데 스스로 벌어 먹지 못하고 하는 일없이 남을 따라 다니며 얻어 먹고 살았다. 사내가 되어 이 모양이니 동네 아낙들에게도 비웃음 거리가 되었다.
그런 한신이 어느 날 장터에서 장똘뱅이 양아치 같은 이에게 잡혀 수모를 당하게 되었다.
"네 놈이 죽기가 두렵지 않다면 네가 차고 다니는 그 칼로 나를 찔러봐라. 죽음이 두렵다면 내 가랑이 사이로 기어 나가라."
한신은 그를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그만 땅 바닥에 엎드려 가랑이 밑으로 기어 나갔다.
시장 사람들은 모두 그를 겁쟁이라고 비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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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신이 과연 겁쟁이라서 그랬을까? 아니다. 한신이 그렇게 가랑이 아래로 기어가는 치욕을 감내한 것은 의롭지 않는 일에 만용을 부리지 않기 위해서이다. 그에게는 훗날의 大業이 있었기에 눈 앞의 치욕을 참아 낸 것이다. 大義를 구하는 사람은 잠시의 치욕에 분하지 않는다. 한신은 겁쟁이가 아니라, 용기있는 사람이었다. 大勇은 無勇이다.
02‧24 子曰: “非其鬼而祭之, 諂也.
見義不爲, 無勇也.”
(자왈 비기귀이제지, 첨야. 견의불위, 무용야)
~ "귀신도 아닌데 제사드리는 것은 아첨하는 것이요, 의로움을 보고도 하지 않으면 용기가 없는 것이다."
The Master said, "For a man to sacrifice to a spirit which does not belong to him is flattery. To see what is right and not to do, it is want of cour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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