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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그림42

가시나무, '내 탓이오 내 탓이오.' "내 속에 내가 너무 많아..." 첫 소절에서부터 가슴에 전기 충격기를 맞은 듯하다. 시적이고 철학적인 노랫말을 참으로 고운 가락으로 옷을 입혔다. 시인과 촌장이 부른 , 눈물나도록 아름다운 이 노래를 처음 듣자마자 반하였다. "내 속에 내가 너무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 바람만 불면 그 메마른 가지, 서로 부대끼며 울어대고.." 회한과 원망과 미움은 어디서 온 것일까? 누가 지은 것일까? 더듬어보면 모두 내가 지은 것이다. 我相이 집착을 가져오고, 번뇌를 낳고, 제 꼬리를 물고 제자리를 도는 고통에 빠지게 한다. 이 고통 무슨 까닭일까? "내 탓이오. 내 탓이오. 나의 큰 탓이다." (mea culpa, mea culpa, mea maxima culpa) 가시나무 속에 가시 뿐이니 어찌 아프지 않.. 2020. 9. 19.
아름다운 사람 대학생이 되었다. 70년대말 학번이다. 그렇게도 가보고 싶었던 다방을 이제 가 볼 수 있게 되었다. 3월의 캠퍼스, 곳곳에서 서클 회원 모집이 한창이다. 어떤 이유로 가입했는지 기억에 없지만 나의 유일한 서클이 로타랙트였다. 서클 모임 장소가 시내 다방이었다. 처음 가는 다방이라 잔뜩 기대를 품고 갔는데, "이 뭐야?" 한복입은 다방마담, 레지와 중절모에 양복 차려입으신 점잖은 어르신들. 뿌연 담배연기. 경로당은 아니고 어르신 쉼터요 만남의 장소였다. 어르신 덕분에 우리도 점잖아지고 조숙해졌다. 다방 위에는 당구장, 실은 이곳이 우리들은 놀이터였다. 그러나 내가 설레인 곳은 다방 아래 일층의 의상실이었다. 좁은 계단을 오르기 전 일층의 의상실은 늘 나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 나는 의상실 진열장 앞에 .. 2020. 9. 1.
작은 연못 깊은 산 속 '작은 연못'의 평화는 붕어 두마리의 싸움 때문에 깨진 것일까? 아니면 인간의 탐욕 때문은 아닐까? 오늘날의 물신(物神)주의는 생명체인 자연을 파괴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창궐로 많은 인류가 죽고 공포에 빠진 것도 인간 탐욕의 결과일 것이다. 이제 자연의 경고와 신음을 들어야 한다. 자연에 더 가까워져야 한다. 멀리보다 발 밑을 볼 줄 알아야 한다. 큰 소리보다 작은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한다 - 작곡·작사· 노래 김민기 1절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엔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것도 살지 않지만 먼 옛날 이 연못엔 예쁜 붕어 두 마리 살고 있었다고 전해지지요 깊은 산 작은 연못 어느 맑은 여름 날 연못 속에 붕어 두 마리 서로 싸워 한 마리는 물 위에 떠오르고 여린 살이 썩어.. 2020. 8. 30.
500 Miles, 이런 시절도 있었구나. 피터폴앤매리의 노래따라 다이아토닉 하모니카를 불러본다. 노래의 배경은 1930년대, 미국 대공황 시대다. 이 노래는 당대의 날품팔이들의 신세를 노래한 호보 송(hobo song)이다. 이 노래는 1962년에 '피터, 폴 앤 메리 (Peter, Paul and Mary)'가 불러서 큰 사랑을 받았다. ‘피터, 폴 앤 메리’에 앞서서 1962년 2월에 킹스턴 트리오(Kingston Trio)란 3인조 악단도 이 노래를 불렀다. 바비 베어(Bobby Bare), 존 바에즈(Joan Baez) 등이 부른 노래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피터 폴 앤 매리의 앨범 자켓을 보고 음반을 들으면서 하모니카를 따라 부른다니! 시공을 초월하여 만나는 이 즐거움을 남겨본다. 고향의 꽃씨를 따서 기차길에 뿌리며 고향을 떠난다. 언.. 2020. 8. 30.
어릿광대를 보내주오. 조커 카드는 불리한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거나, 판세를 뒤집어 내 쪽으로 기져오기 위해 꺼내는 카드다. 코로나바이러스 정국을 뒤엎을 우리의 조커는 누구인가? 결국, "모든 것은 가게 되어 있고, 가야한다." (everything must go). 그것은 필연이고 당위다. 언젠가 끝장을 보이겠지만, 좀 더 일찍 국면 전환을 위해 간절한 마음으로 조커 패를 던진다. 영화 의 엔딩곡으로 프랭크 시나트라의 "Send in the Clown, 어릿광대를 보내주오"이 흘러나왔다. '여기서 왜 니가 나와?' 조커는 광대였으니까. 퇴직하고도 도덕선생 꼰대근성이 아직 몸에 배어 있는지, 몹쓸 영어 실력인지, 조금 비틀어서 이렇게 들렸다. 'Sand in the Crown'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것은 '왕관의 모래'이다.. 2020. 8. 29.
도나 도나, Donna donna 어릴 적 형들 따라 전축판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따라했다. 가난했지만 흥이 많은 우리 가족들은 늘 노래를 가까이 했다. 그 때 불렀던 노래, "돈아 돈아 돈아 돈아, 돈아 돈아 돈아 돈" 마치 돈이 돌고 돌아 내게도 오라고 비는 주문과 같았다. '이런다고 돈이 돌아서 올까?' 마는 이 후렴구를 뜻도 모르고 재미있게 따라 불렀다. 그 옛날에 형제들 같이 웃으면서. 창궐하는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집에서 방송미사를 올린 지 반년도 넘었다. "하느님의 어린 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님, 저희에게 평화를 주소서" (Dona Novis Pacem!)- "Grant us Peace" 미사 시간마다 이 기도를 올리면서, 문득 조안 바에즈의 노래 '도나도나'를 떠올려 보았다. 수레에 실려 우시장으로 팔려가는 송아지.. 2020. 8. 25.
Can't Help Falling in Love, 사랑에 빠진 나 사랑에 빠진 나. 때론 바보가 되고, 때론 죄인이 되고, 때론 광인(狂人)이 되고, 때론 성인(聖人)이 된다. 사랑? 사랑이 대체 뭐길래 나를 이렇게 만드는 걸까? 불나방이 거미줄에 걸리던 말던 불구덩이로 무작정 뛰어든다. 사랑은 이렇게 무모하게 목숨을 걸게 한다. 사랑은 십자가를 짊어지고 냉골의 가시밭길도 걷게 한다. 사랑에 빠진 나는 어쩔 수가 없다. 언제나 당신 곁에 머물고 싶어서. 퇴직을 해서 스테인드글라스를 배우고 싶었다. 성당의 유리창으로 들어오는 빛의 성화를 그리고 싶었다. 신을 찬양하는 아름다운 일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아직 그러지 못했다. 세속 놀이에 빠진 탓이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Can't Help Falling in Love'를 스테인드글라스 타입으로 그려보았다. 1절은 세속의 .. 2020. 8. 15.
그루터기, 다 주고도 사랑넘친다. 꺾이어 스러져 버린 나무. 그 밑동의 마음은 어떠할까? 엉켜붙은 사랑의 피 넘쳐 흘리며 그루터기만 남아 너를 그리워한다. 세월의 무게를 견디며 애써 키웠건만, 내 먹지않고 너 다 주어 살렸건만, 네 먼저 꺾여 쓰러지면, 난 어쩌라고? 네 죽어 흙이 되고 숲이 되고, 그루터기의 뿌리로 돌아올 때, 나도 숲이 되고, 너도 숲이 되어 하나로 엉켜 사는구나. 그루터기 - 김광석 노래 / 한동헌 작사/작곡 1. 천년을 굵어온 아름 등걸에 한올로 엉켜엉킨 우리의 한이 고달픈 잠깨우고 사라져오면 그루터기 가슴엔 회한도 없다 2. 하늘을 향해 벌린 푸른 가지와 쇳소리로 엉켜붙은 우리의 피가 안타까운 열매를 붉게 익히면 푸르던 날 어느새 단풍 물든다 3. 대지를 꿰뚫은 깊은 뿌리와 내일을 드리고 선 바쁜 의지로 초롱불 .. 2020. 8. 3.
녹슨 총보다 아름다운 것은 없다 70년 전 우리 한반도에는 오늘도 총성이 울리고 있다. 고통의 울부짖음 속에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 그러기를 3년이 넘도록 수백만명의 인명피해를 맞았다. 군인들보다 민간인들의 인명피해가 극히 심했다. 당시 남북한 전체 인구의 1/5이 피해를 입었으며, 개인별로 보면 한 가족에 1명 이상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1953년 7월 27일. 휴전 협정으로 총성은 그쳤지만, 아직도 한반도의 평화는 멀기만하다. 분명한 것은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리가 먼저 총을 버리면 평화가 찾아올까? 세상이 갖고 있는 모든 총에 녹이 슬면 인류의 평화가 실현될까? 그 날은 언제일까? 나는 늘 묻기만 한다. 숲 속에 버린 총에 녹이 슬고 흙이 된 그 자리에 사랑의 꽃이 피고 향기로운 어머니 동산.. 2020. 7.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