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하고서 골프를 배운다. 운동신경이 무딘 몸치인데다, 약도 오르지않고 도통 재미도 못 붙인다. 그저 심심풀이로 하니 실력도 늘지 않는다. 이런 걸 '제자리 곰배'요, '말짱 도루묵'이라 하지. 그러고보니 곰배 생김새가 골프채를 닮았네. 하하하!
그래도 친절하신 이웃분 덕에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늘 듣는 조언은 "중심을 잡으라(執中)"는 것이다. 중심이 흔들리니 뒷땅을 치고 탑볼을 때린다. 내가 잡아야 할 중심은 바로 머리였다. 그 지경에 남들하는 스크린 골프는 해보고 싶어서 신청했다. 회원가입을 하는데 ID가 필요했다. 언뜻 떠올린 말이 '자바머리' 뿐이었다. 이것을 나의 ID로 삼았다. 머리를 중심으로 잡아두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었다.
옛날 양반들은 호(號)를 지을 때에 다음의 방식을 따랐다. 정약용 선생의 호를 예로 들어본다. 소처(所處, 거처하는 곳ㆍ洌水), 소지(所志, 뜻하는 바ㆍ俟菴, 與猶堂), 소우(所遇, 처한 여건ㆍ茶山), 소축(所蓄, 좋아하는 것ㆍ紫霞道人), 소용(所容, 용모ㆍ三眉) 등이다. 그렇다면 나의 '자바머리'는 소지이호법(所志以號法)인 셈이다. 스윙에 중심이 되는 머리를 흔들리지 말고, 꼭 잡아두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잡아 머리!" 이것은 정신 똑 바로 차리고 살자는 뜻이기도 하다. 나이 들어감에 이런 自號(현대판 ID)를 갖는 것도 사는 재미라 여긴다. 골프에도 재미를 좀 붙여야겠다.
2001 堯曰: “咨! 爾舜! 天之曆數在爾躬, 允執其中. 四海困窮, 天祿永終". 舜亦以命禹
(요왈: “자! 이순! 천지력수재이궁, 윤집기중. 사해곤궁, 천록영종.” 순역이명우 )
요임금이 말씀하셨다. "아! 너 순아. 하늘에 역수가 너의 몸에 있으니, 진실로 그 중도를 잡아라. 사해가 곤궁하면, 하늘의 녹이 영원히 끊길 것이다."
순 임금도 이 말씀으로 우에게 명하였다.
Yao said, "Oh! you, Shun, the Heaven-determined order of succession now rests in your person. Sincerely hold fast the due Mean. If there shall be distress and want within the four seas, the Heavenly revenue will come to a perpetual end."
Shun also used the same language in giving charge to Yu.
더하기> 불교의 中道사상
- 드라이브를 쳤다하면 넓은 페어웨이(fair way)를 두고 좌우의 OB나 해저드로 빠진다. 나는 언제 中道를 걸을까? 인생길은 페어웨어를 걷자.
+ 아리스토텔레스의 중용(中庸)-無過不及
+ 正道와 中道
https://www.chosun.com/opinion/specialist_column/2022/09/01/XRQZ3FWAH5BLJF4YQKBJCGBV6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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