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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와 청계천

이순신 장군 곁에 고디바 부인이?

by 문촌수기 2024. 2. 11.

오랜만에 세종대로 사거리를 찾았다. 이순신 장군상 오른쪽에 '고디바, GODIVA'라는 간판을 단 카페를 봤다. 가게는 초콜릿이 녹아 내리듯 외벽을 꾸몄다. 21세기 메트로폴리탄 서울의 중심지에 이런 촌스러운 간판이 있을까 싶었지만 그 이름이 좋은 인상을 주는지라 반갑게 눈에 들어왔다. 한편 '과연 이 가게가 언뜻보기에 초콜릿 카페라는 것을 누가 알까?'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고디바 부인의 전설
천년도 더 묵은 옛날 이야기이다. 그 주인공은 고디바(Godiva, 990년~1067년) 부인.
중세 머시아 왕국(현재의 영국의 워릭셔주 코벤트리, Coventry)의 백작 부인이다. 전설에 의하면 레오프릭 3세 영주는 큰 흉년이 들었음에도 무리하게 세금을 거두어들였다. 이에 소작농노들이 고통을 받게되자, 영주의 부인인 고디바가 세금을 낮춰 줄 것을 남편에게 부탁하였다. 이에 영주는 16세 밖에 안된 어린 부인에게,
"네 마음이 그리 진실되다면 알몸으로 동네 한 바퀴 돌고 오라. 그러면 내가 그러겠다" 고 조롱하였다. 고심하던 고디바는 영주가 던진 제의를 받아들였다. 이 소문은 그날 밤에 성내 일꾼들을 통해 동네로 번져 나갔다. 소문을 들은 마을 주민들은 부인이 마을을 돌 때 아무도 내다보지 않기로 하였다. 아름다운 그 몸과 정결한 영혼을 지켜주기 위해서였다.
드디어 이른 아침에 고디바 부인이 전라(全裸)의 몸으로 말을 타고 성 밖으로 나갔다. 마을 사람들은 부인의 고귀한 영혼과 용기에 감동하여 모두 집안으로 들어가 문과 창을 닫고 커튼을 내린 채 고개숙여 고디바 부인에게 경의를 표했다.
그렇게 고디바 부인은 마을을 돌고 성으로 들어 왔다. 흉년이 들어 추수한 것도 별로 없었던 늦가을 날씨였다. 레오프릭 영주는 부인이 설마 그러겠냐며 농담을 던졌는데 부인이 과감하게 실행에 옮긴 것이다. 자신의 입에서 뱉은 말이니 영주는 그 약속을 지킬 수 밖에 없었다.

전설의 주인공, 고디바부인을 칭송하며 경의의 마음으로 그린 그림이 많다. 난 그 중에서 이 그림이 가장 아름답게 눈에 들어온다. 긴머리카락으로 가슴을 가리고 수줍게 고개 숙인 저 어린 부인의 모습은 살신성인(殺身成仁)의 성스러움을 보여준다.
또한 어린 부인을 붉은 안장에 앉혀  태우고 당당히 마을 길을 걸어가는 저 백마의 위풍당당한 모습은 단순히 가축이 아니라, 신(神)의 화신(化身)과도 같다.

존 콜리어(1850~1944년), ‘고디바 부인(1898년)’
코벤트리 대성당 앞, 고디바부인청동상

한편, 레오프릭 영주는 고디바부인의 행동에 감화되어 세금을 감해주는 건 물론이고 이후로는 선정을 폈으며, 또한 아내를 따라 독실한 그리스도인이 되어 여러 수도원에 후원하였다. 그리고 농민들은 고디바 부인의 살신성인(殺身成仁) 정신에 감동하여 그녀를 추앙하게 되었다. 지금도 코번트리 마을의 상징은 말을 탄 여인의 모습이며, 스웨덴에서는 초콜릿 상품 이름이 되었다. 1926년 조셉 드랍스(Joseph Draps)와 그의 아내 가브리엘 (Gabriel)은 고디바 부인의 용기에 감동을 받아  "고디바"라는 브랜드 명을 짓고, 고디바 부인의 사랑을 초콜릿에 담아내었다. 고디바 가게는 스웨덴보다 우리나라에 더 많다고 한다. 해외여행이 잦아지고 국제선 비행기에서 선물용으로 많이 사오면서 유명해졌다.

고디바초콜릿과 로고

한편, 고디바부인의 알몸 시위 중에 톰(Tom)이라는 제단사가 몰래  그녀의 몸을 훔쳐보려고 커튼을 걷었다. 그 순간 강한 아침 햇살이 톰의 눈을 찔러 그는 장님이 되고 말았다. 이후 다른 사람을 엿보는 이들을 가리켜 'Peeping Tom(엿보는 톰)'이라고 부르게 되었고 관음증 환자나 관음증(觀淫症) 자체를 가리키는 명사로 정착됐다.

참고>
Peeping Tom >
(= voyeurism)

a man who tries to secretly watch women when they are wearing no clothes  ㅡ 캠브릿지 사전

♡고다이버이즘(godivaism)>
: '관행이나 상식, 힘의 역학에 불응하고 대담한 역의 논리로 뚫고 나가는 정치'
: '타성에 젖거나 굳어버린 관습과 상식을 깨는 행동'

♡ 신윤복의 <단오풍정>
:
단오날 창포에 머리감고 반라의 몸으로 목욕을 하는 기생들을 훔쳐보는 젊은 두 스님의 눈은 멀었을까? 호강했을까?
한 쪽 눈만 멀었겠다. 왜냐고?
반라(半裸)였으니!  하하하


♡ 살신성인이 어디 따로 있나?

https://munchon.tistory.com/m/1622

 

1508 고디바의 나신성인(裸身成仁)

"앗, 애마부인 누드화?" 아니, 귀족 부인의 나신성인(裸身成仁)을 이야기 하려한다.천년도 더 묵은 옛날 이야기이다. 그림 속의 주인공은 고디바(Godiva, 990년경~1067년). 중세 머시아 왕국(현재의 잉

munchon.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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