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偈頌이 만나면....

2015.08.26 종이신문 A28면 - 

비틀스 명곡 넷과 ‘法句經’
과거·현재·미래 속박 벗고 平和 얻으라는 공통점 있어
스트레스 유발하는 이 사회…
佛敎 교리 담은 音律 들으며

심신을 治癒함이 어떠할까

[ESSAY] 월호 스님·행불선원장

 

요즘 한 방송국에서 늦은 저녁 프로그램을 맡아 진행하면서 불교 게송(偈頌)에 음악을 접목해 좋은 효과를 보고 있다. 많은 분께서 긍정적 메시지를 보내주고 지속적인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다.

현재 한국사회는 스트레스로 열병을 앓고 있다. 메르스와 같은 전염병이 사회 전반을 강타하는가 하면, 남북 간의 긴장, 일본과의 불화, 경제적 난국과 사회 현상의 급속한 변화 등이 가뜩이나 심각한 개인적 스트레스를 가중시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불교의 핵심을 시구 형식으로 표현한 게송은 커다란 마음 치유 효과가 있다. 듣는 사람의 마음을 전환시켜주는 것은 물론, 때로는 깊은 영감을 주기도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좋은 음악 또한 사람의 마음을 편안케 해준다. 때로는 위안을, 때로는 행복감을 안겨주기도 한다. 이러한 게송과 음악 두 장르가 합쳐지니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더욱 큰 치유 효과를 갖게 되는 것이 아닐까?

 

예컨대 BBC가 선정한 20세기 최고 팝송인 비틀스의 ‘예스터데이(Yesterday)’는 헤어진 연인과의 이별을 고통스러워하며 지난날을 그리워하는 내용으로 돼 있다.’예전에 모든 나의 고통은 멀리 떨어져 있는 듯했지요. 지금은 모든 고통이 가까이에 머물러 있는 듯합니다. 오! 나는 지난날이 그립습니다.’

 

또한 ‘헤이 주드(Hey! Jude)’는 비틀스의 멤버 폴 메카트니가 존 레넌의 아들인 줄리안 레넌을 위로하기 위해 작곡한 노래이다. 존 레넌이 줄리안 레넌의 생모인 신시아와 이혼하고 일본의 전위예술가 오노 요코와 재혼할 당시 천진난만한 줄리안 레넌의 장래가 걱정됐던 것이다. ‘헤이, 주드! 그다지 나쁘게 생각하진 마. 슬픈 노래를 좋은 노래로 만들어 보자고. 그녀를 자네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걸 기억해. 그러면 넌 더 좋아질 수 있을 거야.’

 

비틀스 최고 인기곡인 ‘렛 잇 비(Let it be)’는 ‘그냥 내버려두라’는 뜻이다. 폴 매카트니는 멤버들 간의 불화로 해체 위기에 빠진 그룹으로 인해 번민이 많았다. 그렇게 노심초사하던 어느 날 밤 꿈속에 어머니가 나타나 그에게 말했다. ‘렛 잇 비’ ‘그냥 내버려두라’. 이 말을 듣고 매카트니는 홀연 마음의 안정을 찾았고, 곧바로 곡을 썼다. 그 곡이 바로 ‘렛 잇 비’인 것이다. ‘내가 고통의 시간 속에 있을 때 어머니 메리가 내게 다가와 지혜의 말씀을 던져줍니다, 렛 잇 비. 나의 어둠의 시간에 그녀는 내 앞에 서서 지혜의 말씀을 던져줍니다, 렛 잇 비.’

 

마지막으로 존 레넌의 대표적인 곡인 ‘이매진’이 있다. 종교가 없고, 국가도 없고, 소유도 없는 이상적인 세상을 상상해보라는 의미이다. 그래서 모든 사람이 하나가 돼 바로 오늘만 생각하며 평화롭게 나누고 사는 세상. 한낱 몽상에 불과할 뿐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내 마음부터 시작한다면 그리 어려운 것만도 아니다. ‘국가란 게 없다고 상상해 보세요.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랍니다. 누군가를 죽여야 할 일도, 무엇인가를 위해 죽어야 할 이유도 없는, 그리고 종교란 것도 없는, 모든 사람이 평화롭게 사는 모습을 상상해 보세요.’

 

요약하자면 ‘예스터데이’에서는 지나간 과거에 대한 회한을 노래하고,

 ‘헤이 주드’에서는 아이의 앞날을 걱정하고 있다.

 ‘렛 잇 비’에서는 ‘내버려두라’고 말하고,

 ‘이매진’에서는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가고자 한다.

 

이러한 네 가지 내용을 모두 포괄하는 게송이 있다. 갑자기 돌연사한 애인을 보고 슬픔을 주체하지 못하는 산따띠 장관을 위로하고자 부처님께서는 ‘법구경(法句經)’에서 다음과 같은 게송을 읊어주신다.

 

“지나가버린 과거를 붙들고 근심하지 말고/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지도 말라./

지금 이 순간에도 머무르지 않는다면/

그대는 평화롭게 살아가리라.”

 

이 네 구절의 게송과 비틀스의 노래 네 곡이 만나면 내용이 상통하여 더욱 깊이 와 닿는다.

 

 ‘지나가버린 과거를 붙들고 근심하지 말고’는 ‘예스터데이’와 유사한 내용이며,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지도 말라’는 ‘헤이 주드’와,

 ‘지금 이 순간에도 머무르지 않는다면’은 ‘렛 잇 비’와,

‘그대는 평화롭게 살아가리라’는 ‘이매진’과 상통(相通)하는 바가 있다.

 

그래서 이 게송과 함께 비틀스의 대표적인 네 곡을 소개하니 대부분 감명 깊게 받아들였다.

 

식사를 할 때도 적합한 음악을 들으면 훨씬 미각을 살리게 된다고 하며, 판매장에도 손님들의 구매 의욕을 자극하는 음악이 있다. 태교에 좋은 음악과 명상에 좋은 음악도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붓다의 게송을 음악과 함께 음미하다 보면 내용이 훨씬 실감 나고 심신 치유 효과가 극대화되지 않을까?

가난하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로하고자 전법(傳法)을 시작했던 산따띠 장관과 같이 음악으로 꽁꽁 얼어붙은 사람들의 마음의 문을 열어주고, 게송으로 마음을 더욱 편안하게 만들어 줌으로써 세상이 좀 더 밝고 아름다워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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