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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19

1012 席不正不坐, 자리가 바르지 않으면 앉지 않는다. 성북동 길을 걷다보면 빈 의자를 자주 만나게 된다. 한성대 입구역 산책길 초입에 '한중 평화의 소녀상'이 자리에 앉아있고 그 옆에 빈 의자가 있다. 빈의자는 누구를 위한 자리일까? 길상사를 찾아 올라가는 길이다. 어느 가게 앞에도 빈 의자가 놓여있다. 쉬었다 가라는 배려인가보다. 길따라 계속 걷다보면 '조지훈 시인의 방, 방우산장' 조형물을 만나게 된다. 시가 새겨진 한쪽 벽만 있는 무릎 높이 기단 위에 옛날 교실의 걸상이 원형으로 배치되어 있다. 드디어 '맑고 향기로운 도량 길상사'에 들어 선다. 고기와 술과 웃음을 팔던 요정이 기도하는 절이 되었다. 길상사에서 가장 깊은 곳에 법정스님의 유품과 진영을 보관하는 진영각이 있다. 법정스님께서 이승에서 마지막 밤을 주무시고 떠나신 곳이다. 진영각 왼쪽에는 .. 2021. 3. 31.
10향당편 08 不時不食-때가 아니면 먹지 않는다. 약식동원(藥食同源)이란다. 보약 따로 없다. 음식이 곧 보약이다. 철에 맞는 음식먹고, 소식하며 정성껏 요리한 음식이 곧 건강의 비결이다. 봄이 되었는데 이맘때 나는 봄나물, 산나물이 그립다. 어머니가 계시지 않는 까닭이다. 그래서 봄이 되면 어머니가 더 그립다. 10, 향당편에서는 공자가 일상속에서 보여준 식습관을 전하고 있다. 언뜻 보기에 공자는 무척 까탈스런 미식가 같다. 그러나 달리보면 小食하고 절제하며 청결하고 경건한 식생활 모습을 보이셨다. '君子는 上達'이라 하지만, 공자에게서 음식은 결코 下達이 아니다. 양생의 보약이고 호학 수행의 기운이며 상달하는 계단이었다. 덕분에 병 없이 73세까지 장수하시고 큰 도를 이루셨으며 세상의 木鐸[스승]이 되셨다. 공자의 식습관은 이랬다. "밥은 정결하고 .. 2021. 3. 29.
0929 可與適道, 함께 같은 길을 걸어도.. 오래전 춘천 마라톤을 달렸다. 처음 도전하는 풀코스라서 설래고 긴장되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출발 총성을 기다리고 있다. 옆에 선 낯선 여성이 붙임성도 좋게 말을 건냈다. "처녀 출전이세요? 저도 처녀 출전이라예." "아? 예~~" 그저 웃음으로 답했다. 얼굴을 붉힐 뻔 했다. 같은 길[道]을 걷는 이를 도반(道伴)이라 한다. 같은 도를 수행해도 먼저 도달하는 이가 있고 늦게 도달하는 이가 있다. 중도 포기하는 자도 허다하다. 다행히 나의 풀코스 43.195km, 첫 도전은 4시간 30분대로 완주했다. 처녀 출전한다던 여성은 출발 총성과 함께 헤어졌다. 덕분에 재밌는 추억 만 남았다. 09 29 子曰: “可與共學, 未可與適道; 可與適道, 未可與立; 可與立, 未可與權.” ( “가여공학, 미가여적도; 가여적도.. 2021. 3. 27.
매화와 유유문답 '이런 것도 행복이구나. 사는 맛이 나겠구나' 싶다. 나도 매화 찾아 그저 '아~예' 하며 문답 놀이를 해볼까보다. [정민의 世說新語] 유유문답 (兪兪問答)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위백규(魏伯珪·1727~1798, 조선의 실학자)의 ‘존재집(存齋集)’에 ‘연어(然語)’란 글이 있다. 매군(梅君), 즉 인격을 부여한 매화와 나눈 가상 대화록이다. 토막의 문답이 길게 이어졌는데, 대화 규칙은 누가 먼저 무슨 말을 하더라도 대답은 ‘유(兪)’ 한 글자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兪)는 ‘네’라는 긍정의 대답이다. 말을 꺼낸 사람이 허튼 말을 하면 대화가 끝난다. 위백규(자, 子華)가 말한다. “살길이 많은 자는 사는 것이 죽을 맛이다. 군자는 사는 이유가 한 가지일 뿐이어서 사는 것이 즐겁다 (生之路多者,.. 2021. 3. 25.
0928 知者不或, 지자는 흔들리지 않는다. 공자는 나이 '마흔에 불혹(不惑)한다'고 했다. 그리고 '지자(知者)는 불혹'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공자는 '마흔에 지자가 되었다'는 논리다. 무엇을 알았기에 흔들리지 않을까? 노자《도덕경》에서 답을 찾아본다. 노자는 말하였다. "족함 알면 욕 되지 않고, 그침 알면 위태롭지 않다. 오래 갈 수가 있다(知足不辱, 知止不殆, 可以長久)." "만족을 아는 것이 부자이다.(知足者富)" 족함을 아는 것이고, 그침을 아는 것이다. 알았으면 그만이지, 애써 말할 것도 없다. 그냥 그대로 살아가는 것이다. "아는 자는 말하지 않는다(知者不言)" 라고도 했다. 불혹(不惑)하니 욕되지 앓고 위태롭지 않고 말할 것도 없다. 부자 또한 따로 없다. 知止者賢인데, 나는 언제 그렇게 되려나? 공자가 말한 知者는 지식인(소피스트.. 2021. 3. 23.
0927 歲寒孤節의 아름다운 이야기 추사 김정희의 사연이다. "이것 보시게. 우선(추사의 제자, 이상적의 호)이, 완당이 보냄. ...공자가 말씀하시기를 '날이 차가워진 이후라야 소나무 ㆍ측백나무는 시들지 않음을 알게 된다'고 하였다. 송백은 사철을 통하여 시들지 않는 것으로서, 날이 추워지기 전에도 하나의 송백이요 날이 추워진 후에도 하나의 송백이다. 성인이 특히 세한을 당한 이후를 칭찬하였는데, 지금 자네는 이전이라고 더한 것이 없고, 이후라고 덜한 것이 없구나. 세한 이전의 자네를 칭찬할 것 없거니와, 세한 이후의 자네는 또한 성인에게 칭찬 받을 만한 것 아닌가? 성인이 특별히 칭찬한 것은 한갓 시들지 않음의 정조와 근절을 위한 것만이 아니라, 또한 세한의 시절에 느끼는 바가 있었기 때문이다. ............ - 완당(阮堂) .. 2021. 3. 20.
0926 不忮不求 -시기할 것도 없고, 탐낼 것도 없다. 2007년 3월 영국의 한 TV 예능 프로그램, '브리튼스 갓 탤런트(Britain's Got Talent)' 오디션장의 일이다. 키가 작달막하고 통통한 한 지원자가 겸연쩍게 등장했다. 소매는 길고 품은 좁아 터질 듯하다. '오페라를 부르겠다'는 말에 심사관들은 다소 놀란 듯 했다. 호기심 가득한 청중의 시선에서는 의외의 웃음도 배어 나왔다. 휴대폰 판매원인 폴 포츠(Paul Potts)는 이날 오페라 의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불렀다. "Nessun dorma! 네순 도르마!(아무도 잠들지 마라)" 첫 소절에서부터 심사관들의 시선을 집중시켰고, 청중석에서는 탄성이 울렸다. 그가 노래하는 동안 다들 전율을 느끼며 환호하였다. "Vincero~ 빈체로~(이기리라, 승리여)" 노래를 다 마쳤을 때 막혔던.. 2021. 3. 18.
0925 불가탈지-필부의 뜻은 빼앗을 수 없다. 작금에 일부 공직자들의 부동산 투기로 세상이 또 시끌벅적하다. 투기를 넘어 범죄에 가깝다. 치부가 드러났는데도 핑계대고 감추기에 바쁘다. 부끄러운 줄도 모른다. 국민의 분노가 치솟는다. 공직자는 무엇을 근본으로 삼아야 하는가? 다산 선생은 '廉者 牧之本務(염자 목지본무)'라며 청렴(淸廉)을 제일 덕목으로 삼았다. 오늘 공직자는 어디에 뜻을 두는 사람인가? 국민을 주인으로 섬기고 국민의 세금을 무섭게 여기며 나랏돈 귀하게 쓰고 맡겨진 나랏일에 뜻을 두며 충실하게 종사하는 사람이다. 그렇다고해서 가난한 청백리가 되어야한다는 것은 아니다. 설령 廉吏(렴리)가 되지 못하더라도, 染吏(염리)ㆍ오리(汚吏)는 되지 말아야지. 맑으면 더 좋으련만, 그저 썩지나 말기를 바라야지. 09 25 子曰: “三軍可奪帥也, 匹夫不.. 2021. 3. 16.
0923 따말, 부드러운 말 한마디 강요ㆍ명령ㆍ질책하며 남의 마음을 해치는 말을 '자칼의 언어'라 한다면, 이해ㆍ존중ㆍ사랑으로 남의 마음을 헤아리는 말을 '기린의 언어'라 한다. 따뜻한 말 한마디는 사람을 살릴 수도 있다. 공자님께서 말씀하신 '부드러운 말 - 손언(巽言)'이 바로 '기린의 언어'이다. 09 23 子曰: “法語之言, 能無從乎? 改之爲貴. 巽與之言, 能無說乎? 繹之爲貴. 說而不繹, 從而不改, 吾末如之何也已矣. (자왈: “법어지언, 능무종호? 개지위귀. 손여지언, 능무열호? 역지위귀. 열이불역, 종이불개, 오말여지하야이의.”) (*末 끝 '말'은 없을 '無'와 같은 뜻으로 쓰임)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바르게 타이르는 말을 따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자신의 잘못을 고치는 것이 중요하다. (부드럽게) 완곡하게 해주는 말을 기뻐하.. 2021. 3.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