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 길을 걷다보면 빈 의자를 자주 만나게 된다. 한성대 입구역 산책길 초입에 '한중 평화의 소녀상'이 자리에 앉아있고 그 옆에 빈 의자가 있다. 빈의자는 누구를 위한 자리일까? 길상사를 찾아 올라가는 길이다. 어느 가게 앞에도 빈 의자가 놓여있다. 쉬었다 가라는 배려인가보다. 길따라 계속 걷다보면 '조지훈 시인의 방, 방우산장' 조형물을 만나게 된다. <낙화> 시가 새겨진 한쪽 벽만 있는 무릎 높이 기단 위에 옛날 교실의 걸상이 원형으로 배치되어 있다. 드디어 '맑고 향기로운 도량 길상사'에 들어 선다. 고기와 술과 웃음을 팔던 요정이 기도하는 절이 되었다. 길상사에서 가장 깊은 곳에 법정스님의 유품과 진영을 보관하는 진영각이 있다. 법정스님께서 이승에서 마지막 밤을 주무시고 떠나신 곳이다. 진영각 왼쪽에는 서툰 솜씨로 짠 목재 의자가 하나 놓여 있다. 오래전 법정스님께서 불일암에 계실 적에 빠삐용 처럼 '나는 무슨 죄를 지었는가?'를 돌아보고자 짜셨다 했다. 그 의자인지는 모르지만 나는 어린왕자를 무척 사랑하신 스님을 존중하며, 외로운 어린 왕자가 앉았던 의자를 연상해본다.
성북동 길에서 만났던 이 의자들은 누구의 자리일까? 자리가 비었다고 함부로 앉을 수 없어, 마음 만 앉아 나에게 물어본다.
"위안부 소녀들의 고통을 씻어주기 위해 나는 무엇을 했던가? 꽃이 지는데 바람을 탓해야 하나, 누구를 탓해야 하나? 나는 인생을 허비하지 않았는가?
나는 바르게 살았던가? 나의 자리는 어디인가?"


10‧12 席不正, 不坐.(석부정 부좌)
(공자께서는) 자리가 바르지 않으면, 앉지 않으셨다.
If his mat was not straight, he did not sit on it.

석부정부좌

 더 읽기>
https://munchon.tistory.com/1250

한ᆞ중 평화의 소녀상

성북동 인문학 산책의 첫걸음은 한ᆞ중 평화의 소녀상을 만나는 것부터 시작된다. 한성대 입구역 6번출구 버스정류장 작은 가로공원에 있다. 여느 곳의 평화의 소녀상과는 많이 다르다. 조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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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평화의 소녀상

 

방우산장 조형물

https://munchon.tistory.com/1239

조지훈의 방우산장

성북동 가을 길을 따라 걷는다. '시인의 방ㅡ방우산장'의 의자에 앉아 잠시 시를 읊는다. 그리고 추억을 그린다. "꽃이 지는데 바람을 탓하랴. ... 꽃 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하이얀 미닫이가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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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상사 진영각(행지실), 법정스님과 어린왕자
빠삐용의자 ㆍ 나는 어린 왕자의 의자를 연상한다.

 https://munchon.tistory.com/1248

법정스님과 어린 왕자.

"니가 나를 찾아오다니,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 "할아버지가 제게 보내신 편지(영혼의 모음, 1971.11)를 이제사 받았어요." "그랬구나. 너를 이렇게 만나다니 정말 다행이구나. 이제 너와 함께 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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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식동원(藥食同源)이란다. 보약 따로 없다. 음식이 곧 보약이다. 철에 맞는 음식먹고, 소식하며 정성껏 요리한 음식이 곧 건강의 비결이다. 봄이 되었는데 이맘때 나는 봄나물, 산나물이 그립다. 어머니가 계시지 않는 까닭이다. 그래서 봄이 되면 어머니가 더 그립다.

<논어>10, 향당편에서는 공자가 일상속에서 보여준 식습관을 전하고 있다. 언뜻 보기에 공자는 무척 까탈스런 미식가 같다. 그러나 달리보면 小食하고 절제하며 청결하고 경건한 식생활 모습을 보이셨다.
'君子는 上達'이라 하지만, 공자에게서 음식은 결코 下達이 아니다. 양생의 보약이고 호학 수행의 기운이며 상달하는 계단이었다. 덕분에 병 없이 73세까지 장수하시고 큰 도를 이루셨으며 세상의 木鐸[스승]이 되셨다. 공자의 식습관은 이랬다.

"밥은 정결하고 회는 가는 것을 좋아하셨다. 쉰 밥, 상한 생선, 부패한 고기는 먹지 않으셨고, 빛깔이나 냄새 나쁜 것도 먹지 않으셨다. 간이 맞지 않거나 덜 익거나 많이 익어 요리가 잘못된 것도 먹지 않으시고, 때가 아닌 것을 먹지 않으셨다[不時不食]. 자른 것이 바르지 않은 것도 먹지 않으시고, 마땅한 장을 얻지 못하면 먹지 않으셨다. (고기와 술을 많이 드시고 좋아하셨지만.과하지 않으셨다.) 시장에서 산 술과 포를 먹지 않으셨다. (정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 생강을 먹는 것을 거두지 않으시고[不撤薑食] 많이 드시지 않으셨다[不多食]. 음식 드실때는 대답하지 않으시고, 잠자리에서 말씀하지 않으셨다[食不語 寢不言]. 비록 거친 밥과 나물국이라도 반드시 고시래하시되 공경히 하였다. [疎食菜羹 必祭必齊]"

10‧08 不時不食....
肉雖多, 不使勝食氣. 唯酒無量, 不及亂.
(불시불식... .육수다, 불사승식기. 유주무량, 불급란)
때가 되지 않은 것은 먹지 않으셨다...고기가 비록 많으나 밥 기운을 이기게 하지 않으시며, 술은 일정한 양이 없었지만 어지러움에 이르지 않게 하셨다.

He did not eat anything which was ill-cooked, or was not in season. ~~~

Though there might be a large quantity of meat, he would not allow what he took to exceed the due proportion for the rice. 
It was only in wine that he laid down no limit for himself, but he did not allow himself to be confused by it.

 

육수다 불사승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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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可與適道, 함께 같은 길을 걸어도..

논어와 놀기 2021. 3. 27. 18:26 Posted by 문촌수기

오래전 춘천 마라톤을 달렸다. 처음 도전하는 풀코스라서 설래고 긴장되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출발 총성을 기다리고 있다. 옆에 선 낯선 여성이 붙임성도 좋게 말을 건냈다. "처녀 출전이세요? 저도 처녀 출전이라예." "아? 예~~" 그저 웃음으로 답했다. 얼굴을 붉힐 뻔 했다.
같은 길[道]을 걷는 이를 도반(道伴)이라 한다. 같은 도를 수행해도 먼저 도달하는 이가 있고 늦게 도달하는 이가 있다. 중도 포기하는 자도 허다하다.
다행히 나의 풀코스 43.195km, 첫 도전은 4시간 30분대로 완주했다. 처녀 출전한다던 여성은 출발 총성과 함께 헤어졌다. 덕분에 재밌는 추억 만 남았다.

09 29 子曰: “可與共學, 未可與適道; 可與適道, 未可與立; 可與立, 未可與權.
( “가여공학, 미가여적도; 가여적도, 미가여립; 가여립, 미가여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더불어 함께 배울 수는 있어도 함께 도에 나아갈 수는 없으며, 함께 도에 나아갈 수는 있어도 함께 설 수는 없으며, 함께 설 수는 있어도 함께 권도*를 행할 수는 없다."
(~동문이라도 진로가 같지 않고, 같은 길을 걸어도 나란히 설 수 없다. 함께 서 있어도 저울 추가 같을 수 없다.)
The Master said, ‘There are some with whom we may study in common, but we shall find them unable to go along with us to principles. Perhaps we may go on with them to principles, but we shall find them unable to get established in those along with us. Or if we may get so established along with them, we shall find them unable toweigh occurring events along with us.’

가여공학 미가여적도

 
더하기>권도(權道)와 시중(時中)
*권(權)은 저울의 추를 말한다. 권도를 부린다 함은 능히 경중을 저울질하여 의리에 합치됨을 말한다. 즉, 사리를 분별하여 시의적절하게 처리함을 이른다.

<맹자> 진심편에 “執中無權ㆍ집중무권”이란 말이 있다.  “가운데를 잡으면 저울 추. 권(權) 이 필요없다"는 뜻이다. 지나침도 없고 모자람도 없는 중용(中庸, the Golen Mean)은 미덕이다. 그렇다고 늘 변함없이 '가운데만 잡는 것(執中)'만을 고집하면 저울의 추 마저 필요없게 된다. 시의 적절한 임시변통의 쓰임[用]이 있어야 무게를 잴 수 있다. 그래서 "君子之中庸也(군자지중용야)는 君子而時中(군자이시중)이라" 한다. ㅡ《中용》에서.
사랑하지도 않고 미워하지도 않으며 늘 평정심을 고집하는 것은 執中이고, 사랑할 때를 알아서 사랑하고, 미워해야 할 사람을 가려서 미워하는 것은 時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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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와 유유문답

카테고리 없음 2021. 3. 25. 09:45 Posted by 문촌수기

'이런 것도 행복이구나. 사는 맛이 나겠구나' 싶다.
나도 매화 찾아 그저 '아~예' 하며 문답 놀이를 해볼까보다.

동탄2 신리천 공원길에서

 [정민의 世說新語]
유유문답 (兪兪問答)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위백규(魏伯珪·1727~1798, 조선의 실학자)의 ‘존재집(存齋集)’에 ‘연어(然語)’란 글이 있다. 매군(梅君), 즉 인격을 부여한 매화와 나눈 가상 대화록이다. 토막의 문답이 길게 이어졌는데, 대화 규칙은 누가 먼저 무슨 말을 하더라도 대답은 ‘유(兪)’ 한 글자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兪)는 ‘네’라는 긍정의 대답이다. 말을 꺼낸 사람이 허튼 말을 하면 대화가 끝난다.
위백규(자, 子華)가 말한다.
살길이 많은 자는 사는 것이 죽을 맛이다. 군자는 사는 이유가 한 가지일 뿐이어서 사는 것이 즐겁다
(生之路多者, 其生也死也. 君子之所以生者一而已, 故其生也樂).”
네.(兪)”
자신의 잘못을 덮어 가리는 자는 남의 작은 잘못 들추기를 좋아하고, 남의 선함을 시기하는 자는 남이 면전에서 칭찬하는 것을 기뻐한다(自掩其非者, 好摘人之細過. 猜忮人善者, 喜人面譽).”
“네.”
꽃이 시들지 않고는 열매가 맺히지 않고, 소금은 볶지 않으면 짠맛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이름을 구하는 자는 알찬 행실이 없고, 늘 편안한 자는 재목을 이루지 못한다(花不謝實不成, 鹵不熬醎不成. 是以求名者無實行, 恒逸者無成材).”
“네.”
남에게 끝없이 요구하는 자는 이미 남에게 줄 수 없는 자이고, 남이 끊임없이 떠받들어 주기를 바라는 자는 이미 남을 섬길 수 없는 자이다(求諸人無厭者, 己不能與人者也. 欲人承奉不已者, 己不能事人者也).”
“네.”

이어지는 대화도 있다.
자하 왈(子華曰~자화는 위백규의 字이다.)
올해는 장마로 괴로웠습니다(今年霖雨苦矣).”
매군(梅君) 왈,
덕분에 제 몸에 이끼를 길렀습니다(吾因以養吾苔).”
내가 웃었다.(子華笑.)
자화왈(子華曰)
하늘은 어떤 존재입니까?” (天果何如?’)
매군이 말했다.
봄바람이 불면 내가 싹트고, 양기가 회복되면 내가 꽃을 피웁니다. 사람들은 이것을 하늘이라 합니까?” (梅君曰: ‘春風吹矣, 吾芽. 陽氣復矣, 吾花. 人以是謂之天乎?’)
자화왈 "그렇습니다(然)"

가끔 규칙을 깨고 대답도 한다.
매군이 말했다.
밤은 고요하고 달빛이 밝은데, 맑은 바람이 불어옵니다(夜靜月明, 淸風至矣)"
자화왈, “즐겁군요(樂)"

양명한 햇살 속, 꽃그늘 아래 앉아 매화와 이런 대화나 나누며 한봄을 건너갔으면 싶다. (이상, 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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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는 나이 '마흔에 불혹(不惑)했다'고 말하였다. 그리고 '지자(知者)는 불혹'이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공자는 '마흔에 지자가 되었다'는 논리다.
무엇을 알았기에 흔들리지 않을까?
노자의 《도덕경 》에서 답을 찾아본다.
족함을 아는 것이고, 그침을 아는 것이다.
노자는 말하였다.
"족함 알면 욕 되지 않고, 그침 알면 위태롭지 않다. 오래 갈 수가 있다(知足不辱, 知止不殆, 可以長久)."
"만족을 아는 것이 부자이다.(知足者富)"
알았으면 그만이지, 애써 말할 것도 없다.
그냥 그대로 살아가는 것이다.
"아는 자는 말하지 않는다(知者不言)"
불혹(不惑)하니 욕되지 앓고 위태롭지 않고 말할 것도 없다. 부자 따로 없다.
知止者賢인데, 나는 언제 그렇게 되려나?
공자가 말한 知者는 지식인(소피스트)인가, 愛智者(필로소퍼)인가? 딴지를 걸어본다. 공자 스스로를 好學者라 했으니 Philosopher인가 보다.
나의 不惑은 아직 멀다. 유혹(誘惑)이 많은지라.

09 29 子曰: “知者不惑, 仁者不憂, 勇者不懼.”
(자왈: “지자불혹, 인자불우, 용자불구.”)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지혜로운 자는 의혹하지 않고, 어진 자는 근심하지 않으며, 용맹한 자는 두려워하지 않는다."

The Master said, ‘The wise are free from perplexities; the virtuous from anxiety; and the bold from fear.’

지자불혹, 인자불우, 용자불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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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7 歲寒孤節의 아름다운 이야기

논어와 놀기 2021. 3. 20. 15:08 Posted by 문촌수기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 사연이다.
"우선이, 이것 보시게. 완당이.
...공자가 말씀하시기를 '날이 차가워진 이후라야 소나무 측백나무는 시들지 않음을 알게 된다'고 하였다. 송백은 사철을 통하여 시들지 않는 것으로서, 날이 추워지기 전에도 하나의 송백이요 날이 추워진 후에도 하나의 송백이다. 성인이 특히 세한을 당한 이후를 칭찬하였는데, 지금 자네는 이전이라고 더한 것이 없고, 이후라고 덜한 것이  없구나. 세한 이전의 자네를 칭찬할 것 없거니와, 세한 이후의 자네는 또한 성인에게 칭찬 받을 만한 것 아닌가? 성인이 특별히 칭찬한 것은 한갓 시들지 않음의 정조와 근절을 위한 것만이 아니라, 또한 세한의 시절에 느끼는 바가 있었기 때문이다. ............- 완당(阮堂) 노인(老人)이 쓰다.

09 28 子曰: “歲寒, 然後知松柏之後彫也.”
(자왈: “세한, 연후지송백지후조야.”)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날씨가 추워진 뒤에야 소나무와 측백나무가 뒤늦게 시듦을 알 수 있다."

The Master said, ‘When the year becomes cold, then we know how the pine and the cypress are the last to lose their leaves.’

세한연후지송백지후조

 추사의 <세한도>


이야기+
일년 중 가장 춥다는 세한(歲寒)의 절기도 지나고 봄이 왔다. 남녘의 꽃향기를 실려오지만 그래도 봄바람은 아직 차다.

참으로 오랜만에 국립중앙박물관을 다녀왔다.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를 보고 싶어서였다. 많이 봐 온 그림이지만 직접 내 눈으로 오리지널을 친견한다는 것은 정말 설래는 일이다.

추사의 오리지널 세한도와 앞뒤로 붙인 두루마리


<세한도>는 제주도에 유배 온 지 5년이 지난 추사(秋史) 김정희가 나이 59세(1844년) 때 그린 것이다. 
역관(譯官)이었던 제자 이상적(李尙迪, 1804~1865)에게 고마움을 전하고자 그려 준 그림이다. 추사는 자신의 처한 상황과 제자의 한결같은 마음을 歲寒 松柏을 그렸으며, 그 사연을 기록하였다. 

강하면서도 수려한 예서체로 '세한도(歲寒圖 )' 쓰고, 그 오른쪽에 '우선시상(藕船是賞)’과 ‘완당(阮堂)’이라고 썼다. ‘우선이, 이것 보시게. 완당이’이라는 뜻이다.

‘우선(藕船)’은 제자이면서 통역관인 이상적의 호이다. 그림과 글씨를 감상하다가 눈길을 왼쪽으로 가면서 자칫 놓치고 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꼭 눈여겨 보고 가야할 곳이 있다. 바로 가장 오른쪽 하단의 붉은 색 ‘장무상망(長毋相忘)’ 유인(遊印) 낙관(落款)이다. “오래도록 서로 잊지 말자.”는 뜻으로 스승과 제자의 아름다운 정을 새겼다. 나에게도 이렇게 오래도록 서로 잊지 말자며 약속한 제자가 있었던가? 스승이 있었던가? 그런 친구 있었던가?

아호인, 완당
성명인, 정희
유인, 長毋相忘
아호인, 추사

뤼순 옥중에서 안중근 의사, 유묵 세한연후
~ '後' 자를 빠트리고 써서, 나중에 아니 '不'자가 작게 삽입되었다. 뜻은 다르지 않는다.


세한연후의 뜻을 새기고자 휘호하여 가까이 두었다.


세한연후를 노래하며, '상록수'를 부르며 그려보았다.
"저 들에 푸르른 솔 잎을 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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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3월 영국의 한 TV 예능 프로그램, '브리튼스 갓 탤런트(Britain's Got Talent)' 오디션장의 일이다. 키가 작달막하고 통통한 한 지원자가 겸연쩍게 등장했다. 소매는 길고 품은 좁아 터질 듯하다. '오페라를 부르겠다'는 말에 심사관들은 다소 놀란 듯 했다. 호기심 가득한 청중의 시선에서는 의외의 웃음도 배어 나왔다.
휴대폰 판매원인 폴 포츠(Paul Potts)는 이날 오페라 <투란도트>의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불렀다. "Nessun dorma! 네순 도르마!(아무도 잠들지 마라)" 첫 소절에서부터 심사관들의 시선을 집중시켰고, 청중석에서는 탄성이 울렸다. 그가 노래하는 동안 다들 전율을 느끼며 환호하였다. "Vincero~ 빈체로~(이기리라, 승리여)" 노래를 다 마쳤을 때 막혔던 숨통이 트인 듯 함성이 터졌다.
깐깐하기로 소문난 남성 심사관은 "난 전혀 이럴거라고 생각 못했다. 그런데 완전히 눈을 확뜨게 만드는 신선한 공기같았다. 당신은 완벽하게 해냈다" 고 했다. 여성 심사관은 "우리는 지금 작은 석탄 하나를 발견했다. 머지않아 다이아몬드로 변할 것이다" 고 했다.
폴 포츠는 그 해 '브리튼스 갓 탤런트'에서 최종 승리자가 되었다. 이후 그는 백만장자가 되었다. 예언대로 다이아몬드가 되었다. 영화 같은 삶의 주인공 폴 포츠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우승할 수 있었던 것은 나 자신에게 진실했기 때문이다. 난 여전히 나일 뿐이다. "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사람이 성공한 사람이다. 무슨 차를 모느냐, 집이 몇 평이냐는 상관없다."
~"No matter what life throws at you, Be You.(어떤 일이 닥치더라도 여러분 자신이 되세요)."


소인은 남에게서 구하고, 군자는 자기에게서 구한다고 했다. 나를 남과 비교하지 않으니, 부러울 것도 없고 부끄러울 것도 없다. 시기할 것도 없고 탐낼 것도 없다. 나는 '그냥 나'이다(I'm just me.)

0926 子曰: “衣敝縕袍, 與衣狐貉者立, 而不恥者, 其由也與? ‘不忮不求, 何用不臧?’”
(“의폐온포, 여의호맥자립, 이불치자, 기유야여? ‘불기불구, 하용부장?’”)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해진 솜옷을 입고서 여우나 담비 가죽으로 만든 갖옷을 입는 자와 같이 서 있으면서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자는 바로 자로(由)일 것이다. '남을 질투하지도 않고 남의 것을 탐하지 않는다면, 어찌 훌륭하지 않겠는가? '"
"He dislikes none, he covets nothing;– what can he do but what is good"
____________
* 불기불구 하용부장, 이 구절은 <시경>에 나오는 노랫말(위풍 웅치의 시)이다. 자로는 이 구절을 자주 읊고 다녔다. 공자님께서는, 이 말에 이어서 "그 노랫말에만 그쳐서야 어찌 착하겠나?"
(나날이 새롭게 나아가야지)

불기불구 하용부장

 브리튼스 갓 탤런트의 오디션ㆍ폴포츠
https://youtu.be/XuB8VQ3Yg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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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금에 일부 공직자들의 부동산 투기로 세상이 또 시끌벅적하다. 투기를 넘어 범죄에 가깝다. 치부가 드러났는데도 핑계대고 감추기에 바쁘다. 부끄러운 줄도 모른다. 국민의 분노가 치솟는다.
공직자는 무엇을 근본으로 삼아야 하는가? 다산 선생은 '廉者 牧之本務(염자 목지본무)'라며 청렴(淸廉)을 제일 덕목으로 삼았다. 오늘 공직자는 어디에 뜻을 두는 사람인가? 국민을 주인으로 섬기고 국민의 세금을 무섭게 여기며 나랏돈 귀하게 쓰고 맡겨진 나랏일에 뜻을 두며 충실하게 종사하는 사람이다. 그렇다고해서 가난한 청백리가 되어야한다는 것은 아니다. 설령 廉吏(렴리)가 되지 못하더라도, 染吏(염리)ㆍ오리(汚吏)는 되지 말아야지.
맑으면 더 좋으련만, 그저 썩지나 말기를 바라야지.

09 25 子曰: “三軍可奪帥也, 匹夫不可奪志也.”
(삼군가탈수야 필부 불가탈지야.)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삼군의 장수는 빼앗을 수 있으나, 필부의 뜻은 빼앗을 수가 없다."
The Master said, ‘The commander of the forces of a large state may be carried off, but the will of even a common man cannot be taken from him.’

 

삼군 가탈수야, 필부 불가탈지야

 더하기> 맹자 시대의 공직자, 사(士)의 상지(尙志)
"선비[士, 오늘날 공직자]는 무엇을 하는 사람입니까?" 라는 물음을 듣고 맹자는 이렇게 말했다.
"뜻을 숭상한다. (尙志)"
“어떻게 해야 뜻을 숭상한다고 합니까?” 물으니, “인의(仁義) 뿐이다. 한 사람이라도 무죄한 이를 죽이면 仁이 아니요, 소유하지 않아야 할 것을 취한다면 의(義)가 아니다. (仁義而已矣. 殺一無罪, 非仁也; 非其有而取之, 非義也)"


나는 무엇을 숭상하며 살아야 하는가?
나는 무엇에 뜻을 두고 살아야 하는가?
비록 필부일지라도 내 양심을 더럽히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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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3 따말, 부드러운 말 한마디

논어와 놀기 2021. 3. 16. 10:22 Posted by 문촌수기

강요ㆍ명령ㆍ질책하며 남의 마음을 해치는 말을 '자칼의 언어'라 한다면, 이해ㆍ존중ㆍ사랑으로 남의 마음을 헤아리는 말을 '기린의 언어'라 한다. 따뜻한 말 한마디는 사람을 살릴 수도 있다. 공자님께서 말씀하신 '부드러운 말 - 손언(巽言)'이 바로 '기린의 언어'이다.

09 23 子曰: “法語之言, 能無從乎? 改之爲貴.
巽與之言, 能無說乎? 繹之爲貴. 說而不繹,
從而不改, 吾末如之何也已矣.
(자왈: “법어지언, 능무종호? 개지위귀.
손여지언, 능무열호? 역지위귀.

열이불역, 종이불개, 오말여지하야이의.”)
(*末 끝 '말'은 없을 '無'와 같은 뜻으로 쓰임)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바르게 타이르는 말을 따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자신의 잘못을 고치는 것이 중요하다.
(부드럽게) 완곡하게 해주는 말을 기뻐하지 않겠는가? 그 실마리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기뻐하기만 하고 실마리를 찾지 아니하며, 따르기만 하고 잘못을 고치지 않는다면, 내 그를 어찌할 수가 없다."


The Master said, ‘Can men refuse to assent to the words of strict admonition? But it is reforming the conduct because of them which is valuable. Can men refuse to be pleased with words of gentle advice? But it is unfolding their aim which is valuable.
If a man be pleased with these words, but does not unfold their aim, and assents to those, but does not reform his conduct, I can really do nothing with him.’

법어지언ㆍ손여지언

 더하기> 따뜻한 말 - 기린의 언어와 SOFTEN Tal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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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청출어람에 후생가외로다.

논어와 놀기 2021. 3. 15. 16:25 Posted by 문촌수기

경복궁에서 인왕산 자락, 서촌마을에는 오래전부터 예술가들이 많이 살았다. 조선 시대에는 겸재 정선과 추사 김정희, 근대에는 화가 이중섭, 구본웅, 박노수와 시인 윤동주와 이상 등이 이 동네에서 살았다.
사직단에서 통인시장으로 걸어 올라가는 누하동 골목에 이상범 가옥이 있다. 근대 한국 수묵화의 거장 청전 이상범(靑田 李象範 · 1897~1972)의 집과 화실이다. 베를린 올림픽 우승자인 손기정 선수의 가슴에서 일장기를 지운 사람이다.
통인시장 서쪽에서 인왕산 수성동 계곡을 올라가는 길에는 박노수 미술관이 있다. 남정 박노수(藍丁 朴魯壽ㆍ1927~2013)의 자택은 현재 종로구립 박노수미술관으로 개관되어 화가의 그림을 볼 수 있다. 藍丁 박노수는 해방 후 靑田 이상범의 청전화숙에서 그림 공부에 입문하였다.
靑田과 藍丁, 사제의 아호가 눈길을 끈다. 우연이겠지만, '청출어람(靑出於藍)'의 푸른 색과 쪽색에서 나온 것 같다. 물론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스승과 제자가 바뀐 셈이니 말이다.
청전(靑田)은 스승이신 심전(心田) 안중식(安中植, 1861~1919)이 '靑年 心田'이라는 뜻으로 지어준 것이다.
 남정(藍丁)은 서예가 素筌 손재형(1902~1981, 완당 김정희의 세한도를 태평양 전쟁 중 일본에서 찾아온 장본인)이 지어준 것으로 ‘푸른빛’, ‘가람’, ‘변치 않는 마음’ 등의 뜻을 갖고 있다. 푸른 쪽빛은 그의 작품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청전과 남정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청출어람에 후생가외를 느낀다.

09 23子曰 : 後生可畏, 焉知來者之不如今也?
자왈: “후생가외, 언지래자지불여금야?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후배들이 두려워할 만하니, 후배들의 장래가 나의 지금만 못할 줄을 어찌 알겠는가?"
(내일의 후배가 오늘의 나보다 더 나을지도 모르지 않는가?)

The Master said, ‘A youth is to be regarded with respect. How do we know that his future will not be equal to our present?

 

후생가외

 더하기>
♡청출어람(靑出於藍)의 출처, 청취어람(靑取於藍)
"학문은 그쳐서는 안 된다. 푸른색은 쪽에서 취했지만 쪽빛보다 더 푸르고, 얼음은 물이 이루었지만 물보다도 더 차다."
(學不可以已, 靑取之於藍而靑於藍, 氷水爲之而寒於水) ㆍ<순자> 권학편

♡이상범 가옥, 누하동천과 그림, 추경산수화

♡박노수 미술관과 박노수의 쪽빛 그림들

♡박노수미술관 관람 기념, 마그네틱 잔받침

박노수 그림 찻잔받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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