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 선생님으로부터 "저런 싸가지 없는 놈, 봤나?"라며 야단을 들었다. 말대꾸한다고 들은 말이다. 기분이 많이 상했지만 다시 말대꾸해봤자 돌아올 게 뻔해서 속으로만 씩씩 거리고 참았다.
대체 싸가지가 뭘까? 지긋지긋한 2020년이 저물고 있다. '아시타비, 후안무치, 내로남불, 격화소양' 등이 올해의 사자성어으로 거론되고 선정되었다 한다.
싸가지는 있어야 하나보다. 싸가지란 열매맺고 꽃피울 수 있는 조짐이나 가능성을 보여주는 떡잎, 싹수를 말한다. 새해는 마스크도 벗고 말대꾸도 할 수 있는 싸가지가 있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
박학다식하면서도 예의를 갖춘 사람이라야 목탁(세상의 스승)을 울릴 수 있겠다. 나도 博約(박약)하는 자가 되어야 할 진대, 박학다식으로 억지 부리지 말야겠다.
<중용>에서 사람의 길(人之道), 공부의 길을 박학, 심문, 신사, 명변, 독행이라고 했다. '두루 배우고, 자세히 묻고, 신중히 생각하며, 바르게 분별하고, 삶 속에서 꾸준히 행한다'는 거다. 다섯 개의 길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다섯 단계가 한 길이다. 두루 배우며[박학], 자주 자세히 물어야[심문] 한다.
세간에 박학다식 이들이 너무 많다. 그런데 자세히 묻지 않으니, 앞뒤 말이 달라지고 맥락이 없다. 또한 자기에게 묻는 것을 빠트리고 세상에만 물으니, 결국 내가 놓은 덫에 내가 걸리고 만다. 이런게 싸가지(싹아지) 없는 것이다.
공부란 나를 알고 나를 묻는데서 출발하지 않으면 안된다. 위기지학(爲己之學)이 되어야한다. 박학은 공부의 시작이요 독행은 공부의 끝이라 한다. 그러나 굳이 독행을 나중에 해야하는 것은 아니다. 실행하면서 더 많이 배울 수 있다. 실천이 따르지 않는 배움은 무책임하다.
06‧27 子曰: “君子博學於文, 約之以禮, 亦可以弗畔矣夫!” (자왈, 군자 박시어문, 약지이례, 역가이불반의부)
"군자가 文에 널리 배우고 禮로써 규약(절제)한다면 또한 (도에) 어긋나지 않을 것이다."
The Master said, "The superior man, extensively studying all learning, and keeping himself under the restraint of the rules of propriety, may thus likewise not overstep what is right."
博學於文, 約之以禮, <논어> 문구에서 따온 박약재(博約齋)는 도산서원의 동재에 현액되어있다.
도산서원에서 읽는 《논어》
https://munchon.tistory.com/m/1197
#더하기 <중용>에서 읽는 공부의 도 ~
박학ㆍ심문ㆍ신사ㆍ명변ㆍ독행
~두루 배우고, 자세히 묻고, 신중히 생각하며, 바르게 분별하고, 돈독히 행한다. 참되며 꾸준히 실천하다.
https://m.sedaily.com/NewsViewAmp/1S62AD3RX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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