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음악과 미술

나날이 좋은 날, 일일시호일

by 문촌수기 2023. 10. 20.

저자거리에서 나물을 파는 할멈은 맑은 날이나 비오는 날이나 매냥 슬픈 얼굴을 지었습니다. 그러다가 장마지거나 가뭄이 지면 나날이 눈물을 흘리며 앉아 있었습니다. 저자길을 자주 지나던 스님이 그 모습을 보고는 무릎을 굽혀 이 울보 할멈에게 물었답니다.

"어찌 할멈은 매냥 우시오.
그 사연이나 함 들어봅시다."

슬픈 마음을 하소연할 길 없어 답답하던 터에, 때 마침 자비롭게 물어보는 스님이 여간 고맙지 않았습니다. 할멈은 신세 타령을 늘어 놓습니다.

"아, 글쎄. 이내 신세 어찌나 박복한지요. 영감 일찍 저 세상 보내고 어렵게 어렵게 두 딸년을 키웠건만, 큰 딸은 짚신장수한테 시집가고, 작은 딸은 우산장수한테 시집을 갔지 뭡니까? 가뭄이 길어지면  작은 딸네 우산이 안 팔릴 것이고, 장마 때가 되면 큰 딸네 짚신이 안 팔릴 것이니...휴우
내 팔자만큼이나 딸년들 신세도 불쌍하지 않습니까?"


할멈의 신세타령을 다 들으신 스님은 빙그레 웃으며 말을 건넵니다.

"허허 할멈. 그럼 나날이 좋은 날이지 않습니까? 맑은 날마다 큰 딸네 짚신 잘 팔릴 것이고, 비오는 날마다 작은 딸네 우산 잘 팔려 좋겠소."

마음 한 번 잘못 먹으면 나날이 슬픈 날이며, 마음 한 번 돌려 먹으면 나날이 좋은 날이니 천국과 지옥이 어디 멀리 있습니까? 모든 것은 마음이 만들어 내는 것(一切唯心造, 일체유심조)입니다.
이날 이후 할멈은 나날이 웃는 날. 나날이 좋은 날(日日是好日, 일일시호일)이 되었습니다.

오늘은 바람이 차지면서 가을을 재촉합니다. 휘날리며 떨어지는 나뭇잎에 쓸쓸하기도 합니다만, 물들어가는 모습이 예쁘기도 합니다.
바람 불어도 좋은 날, 추워도 깨끗해서 좋은 날입니다.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입니다. 나날이 좋은 날 되소서.

장욱진 글그림

"나날이 좋은 날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

Each Day Good Day
1995, 종이에 목판, 양주시립 장우진미술관
Woodcut on paper,
Chang Ucchin Museum of Art Yangju

나날이 좋은 날.

(십오일 전에 대해서는 묻지 않겠다.)
"그렇다면 십오일 후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 지를 말해보라.”

운문선사가 그의 제자에게 물었으나 아무도 대답하는 이가 없었다. 오랜 침묵이 흐른 후 운문 선사가 스스로 대답하였다.

"나날이 좋은 날이다."

나쁜 날이란 있을 수 없다.
슬픈 날이란 있지 않다.
매일 매일이 좋은 날이다.

봄의 꽃망울
가을의 달
여름의 산들바람
겨울의 눈....
어둠.
비.
실패했느냐?
이겼느냐?
어떤 날이 나쁜가?
어떤 날이 좋은가?

EACH DAY GOOD DAY

"What is the shortest syllable to express fifteen days trom now?"
Asked Master Yunmen to his disciples. Nobody answered.
After a long silence,
the Master himself replied.

" I IT SUHAO I" - 日日是好日
Each Day after each Day
is Good Day.
There can be no bad day.
There is no qloomy day.
Everyday is good day.
Soring flowers.
Autumn moon.
Summer breeze.
Winter snow.
Dark.
Raining
You failed?
You won?
What day is bad?
What day is qood?

"日日是好日(일일시호일),
나날이 좋은 날"

이 좋은 말은 불교의 화두 100칙을 모아 둔 <벽암록> 제6칙에 나오는 운문선사의 말이다. 비구니 승가대학인 경북 청도의 운문사는 이 스님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더읽기ㅡ'일일시호일' 출처
https://munchon.tistory.com/m/1847

日日是好日, 나날이 좋은 날

좋아하는 말이다. 그래서 종종 연하장으로 휘호하고 나눈다. 기도하고 축복하며 나를 위하고 주변분들께 드리기에 참 좋다. 모두에게 '나날이 좋은 날'이 되기를 바란다. 그런 날도 물론 내가 만

munchon.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