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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로마 7대 성당, 성 바오로 대성당 II

by 문촌수기 2025. 8. 6.

희년에 떠나는 로마 V
로마 7대 성당, 성 바오로 대성당 II

저자, 김세웅 디오니시오
이탈리아공인 가이드, 쥬빌레오로마

"나는 훌륭히 싸웠고 달릴 길을 다 달렸으며 믿음을 지켰습니다." (2티모 4,7)

다마스쿠스에서 주님을 만난 이후 복음을 선포하기 시작한 성 바오로는 세 차례의 선교 여행을 하며 로마에 도착하기까지 약 15,000km가 넘는 거리를 걸었고, 항해했으며, 스스로 고백한 대로 주님을 위해 달렸습니다. 사도의 머리를 대리석 기둥에 기대어 검으로 내리쳐 떨어뜨린 순교터에서 북쪽으로 3k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그의 무덤을 향해 순례자들의 발걸음은 오늘날까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서쪽을 향해 있는 정면부에서 성전 안으로 들어가는 성문은 모두 5개인데, 희년에는 사각 회랑의 성 루카의 조각상 뒤편에 자리한 성문을 통과하여 들어가게 됩니다. 내부의 길이 135미터, 너비 65미터, 높이 30미 터로 로마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인 성 바오로 대성당은 80개의 화강암 기둥들로 이루어진 4열 5랑의 전형적인 바실리카 양식의 성전입니다. 내부를 보면 천장이 금박으로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고, 노란빛의 설화 석고로 만들어진 창문들을 통해 은은한 태양 빛이 스며들며, 상부의 창문 사이마다 총 36편의 프레스코(fresco)화들을 통해 사도행전에 등장한 바오로의 생애가 자세히 묘사되어 있습니다. 한편, 베드로 대성당에서는 황금 모자이크 선을 따라 베드로에게 남기신 주님의 말씀들로 채워졌던 공간이 바오로 대성당에서는 1.4미터 지름의 원안에 역대 교황들의 초상들이 모자이크로 새겨져 있는데, 이것은 초대 교황인 베드로부터 최근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266대)까지 이어지는 지난 2000년 동안 성령께서 베드로의 후계자들을 통해 이끌어 오신 일치된 교회의 역사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는 점에서 순례자들의 탄성을 자아냅니다.

계속해서 동쪽을 향해 중랑을 걷다 보면 육중한 기둥들이 받치고 있는 고대 로마의 개선문(arco trionfale)처럼 보이는 독특한 건축 구조를 만날 수 있습니다. 전쟁에서 승리한 개선장군을 기념하기 위해 세웠던 이 기념비적인 건축물을 성전 안에서 볼 수 있게 하는 이유는 죽음을 이기시고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승리를 기념하고, 바오로를 통해 우리가 이어받은 신앙과 진리의ㅇ 정수를 신자들에게 장엄하게 드러내기 위함입니다. 테오도시우스 황제의 딸 갈라 플라치디아 공주의 후원으로 제작된 모자이크에는 묵시록에 등장하는 심판자로 다시 오실 그리스도께 24명의 원로들이 손에 든 승리의 화관을 바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그리스도는 타작하실 도리깨를 들고서 위협적인 눈빛으로 우리를 엄격하게 바라보십니다.

본능적으로 숨고 싶게 하는 이 두려움의 이미지 앞에서 순례자들은 겸손함으로 하느님께 대한 두려움을 잠시도 잊지 않은 채 멈추지 않고, 바오로의 무덤을 향해 더 걸어가야만 합니다.

"승리가 죽음을 삼켜 버렸다. 죽음아, 너의 독침이 어디 있느냐?" (1코린 15,55)

13세기를 대표하는 건축가 겸 조각가 아르놀포 디 캄비오(1245?-1310?)의 천개(제단이나 무덤 위를 기둥으로 지지하여 덮는 장식)는 성 바오로 대성당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고딕 양식의 작품으로, 하느님의 영광을 향해 수직선으로 뻗어 있는 화려한 장식 아래로 교황만이 미사를 집전할 수 있는 교황 제대가 자리하고 있는데 이곳을 증거와 고백, 더 나아가 순교를 뜻하는 그리스어 μάρτυς 에서 유래한 '고백의 제단'이라고도 부릅니다. 이제 순례자들은 제대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을 통해 성전을 방문하는 첫째 목적지인 성 바오로 사도의 무덤에 도달하게 됩니다. 현재의 석관은 테오도시우스 황제 때 사도의 유해를 옮겨 모신 것으로 석관 앞쪽 지하로는 콘스탄티누스 황제 때 지어진 첫 번째 성당의 기초를 확인할 수 있고, 석관 상단에는 쇠사슬이 보관되어 있는데, 9개의 고리로 연결된 이 쇠사슬은 사도가 군사의 감시를 받으며 지내던 로마 체류 시기에 사용된 것입니다. 신약성경에 총 13번, 바오로의 서간에는 7번이나 쇠사슬에 대해 언급되어 있기 때문에 순례자들은 다시 한번 말씀들을 떠올리며 그분이 남겨 주신 주님에 대한 사랑을 마음에 새깁니다.

성 바오로 무덤과 '영원한 바오로의 불꽃(Fiamma Paolina Perenne)'
바오로 석곽 상단의 쇠사슬

"무엇이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갈라놓을 수 있겠습니까?...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님에게서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에서 우리를 떼어 놓을 수 없습니다." (로마 8,35.39)

이제 무덤에서 올라오면 바오로 대성당의 가장 동쪽에 위치한 후진부에 옥좌에 앉아 계신 영광의 그리스도를 마주하게 됩니다. 이 장면은 로마에 남아있는 가장 큰 모자이크로 1823년 화재 때조차 파 괴되지 않고 보존된 기적 같은 작품입니다. 개선문에 새겨진 모습과는 다르게 더 이상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바오로 사도가 체험한 대로 자비롭고 인자하신 그 분께서 들고 있는 책에는 "오너라, 내 아버지께 복을 받은 이들아."(마태 25,34 참조)라는 말 씀이 적혀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오른편에는 바오로와 루카, 반대편에는 베드로와 안드레아가 발걸음은 그리스도를 향해 걸어가고 있고, 그들의 손은 그리스도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리스도의 오른쪽 발치에는 작품의 의뢰자였던 호노리오 3세 교황(1216-1227 재위)이 그분께 경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성 필립보 네리는 바오로 대성당을 향하는 순례의 여정에서 성령칠은 중 효경을 청하였습니다.

"진정 여러분이 자녀이기 때문에 하느님께서 당신 아드님의 영을 우리 마음 안에 보내 주셨습니다. 그 영께서 '아빠! 아버지!' 하고 외치고 계십니다." (갈라 4,6)

성 바오로는 주님과의 만남을 통해 참 아버지이신 하느님을 알았고, 초인적인 인내로 순교의 화관을 얻기까지 모든 영광을 하느님께 돌려드렸기에 지금까지 성 베드로와 함께 로마와 교회를 지켜주고 있습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에게 승리를 주시는 하느님께 감사드립시다." (1코린 15,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