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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미술

BAC, 브리즈 Eroica

by 문촌수기 2025. 9. 15.

브리즈 앙상블이 부천아트센터(BAC) 소공연장에서 "BREEZE of EROICA"라는 이름으로 세 개의 작품을 연주한다.
'브리즈'가 또 뭐지? 찾아보니,
산들바람이란다.
클래식 음악계에서는 특별한 의미가 따로 있나, 싶어서 구글AI에게 물어보니,

"음악회에서 '브리즈(Breeze)'는 '산들바람'을 뜻하며, 청중에게 신선하고 기분 좋은 감동을 선사하겠다는 의미로 사용됩니다. 또는 가볍고 자유로운 바람처럼 서로의 음악을 존중하며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앙상블을 지향한다는 의미를 담기도 합니다. 이처럼 '브리즈'는 음악회나 공연 단체의 이름에 자주 사용되며, 긍정적이고 신선한 느낌을 전달합니다."

고놈 참 신기하다. 대답도 잘하지! 젊은 청년들로 결성된 브리즈 챔버 앙상블은 이름 그대로 밝고 시원하고 건강했다.

브리즈가 들려주는 가을밤의 산들바람으로 오늘도 베토벤을 만났다.
음악의 성인, 베토벤의 교향곡 3번 영웅(Eroica)은 나의 첫 오디오, "태광 에로이카"의 추억을 소환했다. 교직 생활 박봉의 월급을 아껴 용산 전자상가에서 구입하였다.  포장된 박스는 그다지 크지않아 손에 들고, 전철타고 버스타고 전세방으로 들고 올 때 가슴 벅찼다.
그것보다 한참 이전인 대학교 1학년 때, 병영집체 훈련을 소집한 1979년 10월 27일 아침. 머리 깎으러 들어간 이발소에서는 '에로이카의 2악장'이 라디오에서 계속 흘러나왔다.
무슨 사연인가를 여쭈니, 박정희 대통령이 전날밤에 총격으로 서거하셨다는 충격적인 비보였다.
머리를 깎지않고 학교로 달려갔다.
"에로이카 2악장," 장송행진곡은 머리 속에 계속 연주되고 되감기를 반복하였다.
그가 영웅인가?
누가 영웅인가?
그때 그 자리에서 던질 질문도 아닌 화두를 붙잡고 달렸다.

프로그램

1> 루트비히 반 베토벤
: 12개의 시골춤곡 WoO 14
브리즈 앙상블 연주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의 주제와 연결되는 곡은 7번째 춤곡이다.

브리즈앙상블, BAC 소공연장
제8곡, 탬버린의 연주가 경쾌하다. 불어오는 산들바람같다.


https://youtu.be/lCg-nP5sxCk?si=chvyixcP-kfnLOPn

7번 춤곡
https://youtu.be/F8_AHjtYdAI?si=DYLYUZ00yfPnTnhP

2>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 호른 협주곡 2번 Eb장조, TrV 283

I. Allegro
II. Andante con moto
III. Rondo (Allegro molto)
브리즈 앙상블의 연습장면
https://youtube.com/shorts/Ogu5JeYGF6U?si=kjPoYQx3h0VapTzs

슈트라우스
호른 협주곡 제 2번/
부천필하모닉과 김홍박 호른
Richard Strauss Horn Concerto No. 2 in E-Flat Major, Trv 283
https://youtu.be/-PkPzMDgSKw?si=M4dzJtCtX6VR4ps-

Conductor: Youngmin Park
Hornist: Hongpark Kim
Orchestra: Bucheon Philharmonic Orchestra
Date: 13th July 2017
Venue: Lotte Concert Hall

- 휴식 (15분) -

3> 루트비히 반 베토벤 교향곡 3번 Eb장조 Op. 55 "영웅"
I. Allegro con brio
II. Marcia funebre (Adagio assai)
III. Scherzo (Allegro vivace)
IV. Finale (Allegro molto)

<환영의 글>
오늘의 프로그램은 세 개의 작품이지만, 사실 하나의 흐름을 잇고 있습니다.
그 시작은 <12개의 시골 춤곡> 에서 들려오는 소박한 민중의 춤입니다. 짧고 단순한 선율과 생활감 있는 리듬 속에는 훗날 장대한 창조 서사를 이끌어낼 씨앗이 숨어 있습니다.
이 씨앗은 발레 <프로메테우스의 창조물>을 거쳐, 교향곡 3번 '영웅'의 핵심 주제로 성장합니다. 프로메테우스가 불을 가져와 인류에 문명을 선물하듯, 베토벤은 민중의 춤에서 출발해 인간 정신의 창조와 재생을 음악으로 그려냅니다.
그 사이에는 슈트라우스의 호른 협주곡 2번이 자리합니다. 세대를 넘어 아버지와 화해하는 마음, 그리고 고전적 품격 속에 깃든 따뜻한 음색은, 베토벤의 서사 속 '인간적인 영웅'의 모습과 맞닿아 있습니다.
오늘 무대에서 세 작품은 시대와 장르를 넘어 서로를 비추며, 한 편의 긴 이야기처럼 이어집니다. 그 여정 속에서 관객 여러분이 발견하는 '영웅'은, 아마도 전쟁터의 장군이 아닌, 삶 속의 우리와 닮아 있을 것입니다.

1> 루트비히 반 베토벤
: 12개의 시골춤곡 WoO 14

1800년 전후, 빈은 유럽 음악의 중심지이자 춤과 사교 문화가 활발했던 도시였다. 당시 작곡가들은 귀족의 무도회, 시골 축제, 시민 모임 등 다양한 자리에서 연주할 수 있는 짧은 춤곡을 많이 만들었는데, 베토벤도 예외가 아니었다. <12개의 시골춤곡>은 짧고 단순한 구조, 명료한 리듬, 즉흥적인 장식과 유머가 특징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춤곡의 일부 선율과 리듬이 훗날 발레 <프로메테우스의 창조물>과 교향곡 3번 '영웅'의 소재와 연결된다는 것이다. 베토벤은 민중의 일상과 축제 속에서 발견한 단순한 음악적 아이디어를 변형·발전시켜, 장대한 교향곡의 주제로까지 끌어올렸다. 이렇게 보면 <12개의 시골춤곡>은 단순한 오락 음악이 아니라, 프로메테우스적 창조 서사의 "첫 장"이라고도 할 수 있다.

전곡 듣기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EompV7oqmlTv07k_BS3bQloWVpMAX6h-&si=3S8KI9LroLl5V0MR

Ludwig Van Beethoven's 12 Contradances for Orchestra WoO. 14

www.youtube.com

2>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호른 협주곡 2번 Eb장조, TrV 283
1942년, 세상은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었지만, 78세의 슈트라우스는 놀랍도록 온화하고 명료한 협주곡을 썼다. 이 곡의 표면에는 18세기 고전주의 협주곡의 구조와 품격이 살아 있지만, 그 이면에는 개인적인 이야기가 깃들어 있다.
아버지 프란츠 슈트라우스는 당대 최고의 호른연주자였으며, 아들에게 호른에 대한 깊은 이해를 심어주었다. 그러나 동시에 보수적인 음악관으로 인해 부자 간에는 갈등이 잦았다. 프란츠는 아들이 바그너나 대규모 관현악에 심취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고, 아들은 아버지의 취향이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느꼈다.
이 협주곡은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지 17년 뒤, 그가 사랑했던 고전적 형식을 바탕으로 쓰였다. 화려한 관현악 대신 간결한 편성, 과시적인 기교보다 선율의 유연함을 택한 것은, 젊은 시절의 반발을 넘어 아버지의 음악적 신념을 받아들이는 화해의 제스처로 읽힌다.

I. Allegro
호른의 당당하고 개방적인 울림이 경쾌하게 문을 연다. 주제는 넓게 호흡하며 전개되지만, 과시적 기교보다는 고전적인 균형과 안정감을 유지한다. 호른은 때로 노래하듯, 때로 대화를 나누듯 오케스트라와 호흡한다. 여기에는 아버지가 생전에 즐겨 연주하던 고전적 양식과, 이를 존중하는 노년의 슈트라우스가 녹아 있다.

II. Andante con moto
호른의 부드러운 음색이 마치 오래된 기억을 풀어놓듯 조심스럽게 흐른다. 목관과 현악은 섬세하게 반주하며, 한 음한 음에 여운을 남긴다. 호른은 독백과 대화를 오가며, 청중을 작곡가의 내면으로 이끈다.

III. Rondo (Allegro molto)
경쾌하고 유쾌한 주제가 반복·변주되며 활발하게 전개된다. 호른은 높은 음역과 낮은 음역을 오가며 탄력적인 리듬을 그려내고, 오케스트라는 이를 유연하게 뒷받침한다. 이 피날레는 단순한 결말이 아니라, 세대를 넘어 이어진 음악적 유대의 축하 연회처럼 들린다.

호른 이하영, 커튼콜 장면
박판기 지휘자와 호른 이하영, 커튼콜 장면

휴식시간

3> 루트비히 반 베토벤
교향곡 3번 Eb장조 Op. 55 "영웅"


1803~1804년, 베토벤은 당시로서는 전례 없는 규모와 구조를 가진 교향곡을 구상했다. 흔히 이 작품은 나폴레옹을 향한 헌정과 철회의 일화, 그리고 '혁명'의 상징으로 해석되지만, 음악 속에는 소박한 민속 춤과 노래에서 비롯된 선율이 곳곳에 숨어 있다. 이 선율의 원형은 <12개의 시골춤곡>이나 <프로메테우스의 창조물 >과 같은 초기 무곡·발레 음악에서 찾아볼 수 있다. 따라서 '영웅'의 서사는 민중의 춤에서 시작해, 창조와 변화의 힘으로 완성되는 여정이다.

1. Allegro con brio
교향곡의 첫 악장이자, 전곡의 설계도. 시작의 당당한 Eb장조 화음 뒤에 이어지는 주제는 힘차지만, 그 안에는 단순하고 인간적인 선율이 숨겨져 있다. 이 주제의 핵심 동기는 4악장에서 완전한 모습으로 나타날 <프로메테우스의 창조물> 피날레 주제와 깊은 관련이 있다. 베토벤은 이 동기를 발전부 전반에 걸쳐 변형·확장하며, 고전주의 형식을 넘어선 유기적 구조를 만들어냈다. 1악장은 그 규모와 밀도에서 당시 음악계에 혁명적 충격을 주었으며, 지금도 '교향곡의 지형'을 바꾼 기념비적 악장으로 남아 있다.

II. Marcia funebre
(Adagio assai)
엄숙한 장송행진곡은 전통적인 비극성을 유지하면서도 과장된 감정 표현을 피한다. 베토벤은 '특정한 영웅'의 죽음을 애도하기보다, 모든 인간이 겪는 이별과 유한성, 그리고 그 뒤를 잇는 발걸음을 그린다. 중간부의 격정적인 절정은 절망의 폭발이 아니라, 삶을 향한 의지의 표출이다. 1악장에서 제시된 창조의 동기는 이곳에서 '기억'과 '추모'의 색채를 띠며 변형된다.

III. Scherzo (Allegro vivace)
조용한 현악 도입부가 갑자기 생기 넘치는 리듬으로 터져 나온다. 빠른 3박자의 에너지는 민속 춤의 흥겨움을 연상시키며, 장송행진곡의 무게를 걷어낸다. 중간부의 호른 트리오는 시야를 확 트이게 하는 개방감을 주며, 자연과 공동체의 힘을 느끼게 한다. 이 악장은 베토벤이 말하는 '영웅'이 전쟁터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환희 속에도 존재한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IV. Finale (Allegro molto)
마침내 <프로메테우스의 창조물) 피날레 주제가 본모습으로 등장한다. 단순하고 명확한 선율이 변주를 거듭하며, 각기 다른 성격과 색채를 띠고 성장해간다. 경쾌함, 장중함, 서정성, 유머가 차례로 모습을 드러내며, 마치 하나의 생명이 다양한 경험을 거쳐 성숙해지는 과정처럼 들린다. 마지막의 화려한 종결은 승리의 함성이 아니라, 창조와 재생의 힘이 멈추지 않고 이어진다는 선언이다.

글_박판기


감상3 영웅, 에로이카
카라얀과 베를린 필
https://youtu.be/8dl_5NGxJXM?si=kOksWlSvFu4D7qRb

설명

베토벤 교향곡 제3번 내림 마 장조 작품번호 55 영웅 (Sinfonie Nr.3 Es-dur op.55 “Eroica”)
Symphony no.3 in E flat major, op.55 - ‘Eroica’
창작 시기 : 1802년 - 1804년
작곡 : 루트비히 판 베토벤
장르 : 교향곡
초연일 : 1805년 4월 7일
초연 장소 : 오스트리아 빈

2016년 BBC Music Magazine에서 전세계 저명한 현역 지휘자 151명에게 역사상 가장 위대한 교향곡을 설문조사한 결과 베토벤의 "영웅"교향곡이 1위를 차지했다. 참고로 2위는 '합창' 교향곡. 지금까지도 음악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교향곡 분야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중요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교향곡이라는 장르를 정립한 사람이 하이든이었다면 교향곡을 작곡가의 인생음악으로 만든 사람이 바로 베토벤이었고, 바로 이 영웅교향곡이 그 시발점이라고 볼 수 있다. 영웅 교향곡 이후 교향곡은 단순한 여흥이나 행사를 위한 음악이 아니라 작곡가의 개인적인 사색과 작곡 역량을 드러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고 중요한 장르가 되었으며 이런 경향은 현재에도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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