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spañol 프레스파뇰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제330회 정기연주회
2025.10.16 19:30
부천아트센터 콘서트홀
'프레스파뇰'이 뭐지?
아하! 프랑스와 에스파니아 합성어란다. 'Français'(프랑스어)와 'Español'(스페인어)의 앞글자를 따와 만든 합성어.
프랑스 작곡가들이 스페인을 그린 작품을 들을 수 있는 연주회다.
특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생상스의 오페라, '카르멘'. 오늘은 오페라가 대신 '카르멘모음곡'을 듣는다. 그중에서도 '하바네라'

프로그램 해설
■ 라벨, 어릿광대의 아침 노래
M. Ravel, Alborada del gracioso
유투브감상
https://youtu.be/kGgEroiMBCY?si=f_K4sDwyXVRUa9Rx
라벨의 '어릿광대의 아침 노래'는 1905년 피아노 모음곡 거울(Miros)의 일부로 작곡되었으며, 1918년 작곡가가 직접 관현악으로 편곡한 작품이다. 제목 속의 알보라다 (Alborada) 책의 인사 혹은 아침 노래를 의미하고, 그라시오소(gradoso)는 스페인 화극 속 어릿광대를 가리킨다. 그래서 이 곡은 단순히 아침을 찬미하는 노래라기보다는 익살과 풍자, 그리고 그 속에 숨어 있는 쓸쓸함을 함께 담고 있다.
음악은 기타를 흉내내는 날카로운 스타카토 불규칙한 악센트, 빠른 알베르티오반복적인 반주 형태의 연속으로 시작된다. 중간부에서는 분위기가 갑자기 바뀌어, 목관악기와 하프의 부드러운 선율을 들려주는데 이는 스페인 민속 노래를 떠올리게 한다. 이 대목은 웃음과 익살 속에 감춰진 광대의 고독한 내면을 엿보게 하는 순간인데, 여러 악기들이 이를 조심스럽게 이어간다. 이어 다시 빠르고 경쾌한 리듬이 시작되고, 출처럼 몰아치는 듯한 전개 속에서 화려하게 막을 내린다.
이 작품은 라벨 특유의 스페인주의 (exotisme espagnol)'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로, 실제 민속 음악을 그대로 옮기는 대신 세련된 화성과 정교한 오케스트레이션을 통해 상상의 스페인을 창조한다. 곡 전반에는 웃음과 눈물, 유희와 고독이 교차하며, 밝고 화려하면서도 동시에 차갑고 날카로운 색채를 동시에 띤다. 결과적으로 이 곡은 단순한 무곡이 아니라, 인간의 양면성을 담아낸 짧은 연극 같은 성격을 지닌 작품이며, 라벨이 그려낸 아이러니와 색재의 미학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곡으로 평가된다.
■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 라단조, 작품 47
J. Sibelius,
Violin Concerto Op. 47 d minor
유투브감상
양인모(Inmo Yang) - Jean Sibelius Violin Competition 2022 /우승 Sibelius Violi... - https://youtube.com/watch?v=NIyJfJed1-c&si=gbzIEXvasPhO6h3T
바이올린 협주곡 라단조, 작품 47은 시벨리우스가 직접 바이올린을 연주한 경험을 바탕으로 작곡한 걸작이다. 1903-04년에 작곡되었고, 1905년에 개정된 이 곡은 작곡가의 악기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바이올린의 섬세한 표현력과 가능성을 세밀하게 담아냈다. 초연은 당시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1905년 베를린 연주를 기점으로 주목받기 시작하여 오늘날에는 세계 무대에서 가장 사랑받는 협주곡 중하나가 되었다.
이 협주곡은 전통적인 협주곡의 물을 빌리면서도 낭만적인 정서와 고전적인 구조를 절묘하게 공존시키고, 시벨리우스 특유의 자연 서정, 구조적 혁신, 북유럽의 정서를 반영한 작품이다. 화려한 기교가 넘치지만, 그것은 감정의 과잉이 아니다. 오히려 음향의 질감과 공간감을 드러내는 데 쓰임으로 과장된 표현보다는 절제와 여백 속에서 빛을 발한다. 이러한 면에서 이 곡은 시벨리우스 특유의 '투명성의 미학' 즉 북유럽을 연상케 하는 차가운 빛과 맑은 소리의 조화를 잘 보여준다.
1. Allegro moderaio
첫 악장은 잔잔한 현악기 위에 독주 바이올린이 서서히 등장하며 시작된다. 전통적 소나타 형식을 따르지만, 바이올린 카덴차가 구조적 중심을 이루는 점이 독창적이다. 단순한 기교 과시가 아닌 음악적 긴장과 추진력을 형성하며, 마치 북유럽의 서늘한 공기를 마주하는 듯한 투명하고 차가운 음향을 만들어낸다.
2. Adagio di molto
두 번째 악장은 이 협주곡의 정서적 중심이다. 오케스트라의 절제된 화성 위에 독주 바이올린이 길고 서정적인 선율을 얹어 정적인 아름다움을 만든다. 고요하지만 긴장감을 잃지 않는 깊이를 전달하며, 침묵과 여백마저 음악의 일부처럼 느껴지게 한다.
3. Allegro, ma non tanto
마지막 악장은 거칠고 야성적인 리듬으로 폭발적으로 시작한다. 한 비평가는 이를 거대한 곰의 폴로네즈"라고 묘사했을 만큼 강렬한 인상을 준다. 독주와 오케스트라가 맞부딪히듯 긴장을 고조시키고, 마치 북유럽의 대지와 설원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장면을 그려낸다. 이 모든 흐름은 인간과 자연이 거대한 힘으로 맞서는 듯하며, 장엄한 결말로 향한다.
Intermission
■ 마스네, 르 시드: 발레음악
Jules Massenet, Le Cid: Ballet Music
https://youtu.be/d9qYLwzlHSI?si=quguiZos9o6EDTSI
쥘 마스네의 오페라 <르 시드> (1885) 제2막에 삽입된 발레 모음은, 스페인 각지의 무곡을 바탕으로 구성된 일곱 곡의 연속 춤곡이다. 마스네는 이 음악을 통해 실제 민속 무용을 재현하기보다는, 극장적 장관과 낭만적 환상이 교차하는 '극장의 스페인'을 창조했다. 이는 19세기 후반 프랑스가 즐겨 그려낸 이국적 상상력을 대표 하는 장면으로, 오늘날에도 이 작품이 독립적인 연주곡으로 사랑받는 이유가 된다.
I. Castillane (카스티야)
금관의 팡파르와 타악, 현악의 리드미컬한 패턴이 어우러지며 서곡처럼 힘차게 곡의 문을 연다. 스페인 카스티야 지방의 전통춤에서 영감을 받은 6/8박자 리듬과 당김음은 민속적 활력과 질서를 동시에 표현한다.
II. Andalouse (안달루시아)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의 정열과 서정을 담은 이 곡은, 3/4박자의 느린 춤곡 리듬 위에 프리지안 선율과 유려한 장식이 어우러진다. 현악의 지속적인 리듬과 목관의 섬세한 음색이 관능적인 선율을 떠받치며, 장단조의 교차와 반음계 화성이 몽환적인 분위기를 형성한다.
III. Aragonaise (아라곤)
스페인 아라곤 지방의 전통춤에서 유래한 경쾌하고 생기 넘치는 춤곡이다. 3/4 박자에 기반한 짧고 분명한 리듬과 밝은 선율이 교차하여 말기를 불어넣고, 현악과 목관의 경쾌한 패시지 위에 금관과 하프가 더해져 무곡을 고전적 균형과 세련된 색채로 끌어올려, 민속춤의 흥취를 세련되게 오케스트레이션 한 예로, 밝고 역동적인 매력이 돋보인다.
IV. Aubade (오바드, 새벽의 노래)
모음곡의 서정적 중심부로, 새벽의 고요와 맑음을 경쾌한 리듬과 목관 중심의 선율로 그려낸다. 플루트와 오보에의 서정적인 멜로디가 하프의 아르페지오와 어우러지며, 자연 풍경처럼 청명하고 목가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강렬한 춤곡들 사이에서 일시적 휴식을 제공하며, 전체 구성에 서정적 균형과 여유를 더한다.
V. Catalane (카틸란)
생동감 넘치는 카탈루냐 지방의 춤으로, 명확한 6/8박자의 경쾌한 리듬과 점 리듬이 활기를 불어넣는다. 반복되는 동기와 빠른 템포 속에 현악과 목관이 리듬을 주고받으며, 민속적 활기를 관현악적 밀도로 구현한다. 이 곡은 모음곡 전체에 역동성과 밝은 추진력을 부여한다.
VI. Madrilene (마드릴렌)
수도 마드리드를 상징하는 우아하고 세련된 춤으로, 장조의 선물과 3/4박자가 기품과 정체를 드러낸다. 캐스터네츠와 타악이 강조하는 스페인적 리듬 위에, 목관과 금관이 유려하게 얽히며 사회적 품위를 지닌 무곡을 형성한다. 금관과 타악이 축제의 힘찬 에너지를 불어넣어 무대를 화려하게 물들이며, 세련되고 귀족적인 성격은 관객 에게 궁정의 스페인을 연상시킨다.
VII. Navarraise (나바라)
스페인 북부 나바라 지방의 중곡에서 유래한 이 곡은 모음곡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피날레로, 금관의 짧은 동기가 환호처럼 번쩍이며 빠른 몰아치는 리듬이 축제의 열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현악의 오스티나토, 금관의 반복 동기, 타악의 강렬한 타격이 결합하여 장대한 피날레로 달려가서 극적이고 활기찬 클라이맥스를 통해, 모음곡 전체의 정서를 역동적으로 마무리한다.
■ 비제, 카르멘 모음곡 제1번
G. Bizet, Carmen: Suite No.1
https://youtu.be/qvit0kufwZ4?si=i4Pz7lNnU6XCGg_s
1875년 초연된 조르주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은 스페인의 열정과 운명적 비극을 결합한 독창성으로 프랑스 오페라의 대표작으로 자리매김했다. 비제의 사후, 동료 에르네스트 기로(Ernest Guiraud)는 이 작품을 바탕으로 두 개의 연주회용 모음곡을 편곡하였으며, 이 중 제1번 모음곡은 오늘날 가장 널리 연주되는 버전으로 알려져 있다. 각 악장은 오페라의 맥락을 떠나 독립적인 음악 소품으로 연주되지만, 단순한 장면 묘사에 그치지 않고, 하바네라 리듬, 프리지안 선법, 금관과 목관의 색채 대비, 현악기의 리듬 패턴 등 구체적인 음악적 장치를 통해 스페인의 정서를 인상적으로 그려낸다.
I. Prelude & Aragonaise
(전주곡 & 아라고네즈)
오페라 서막으로 잘 알려진 서곡(Prélude)은 현악기의 강렬한 리듬과 금관의 팡파르로 시작한다. '운명의 동기'라 불리는 단호한 선율은 긴장감을 조성하며,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운명적 비극의 그림자를 예고하는 서사적 기능을 수행한다. 이어지는 아라고네즈(Aragonaise)는 스페인 아라곤 지방의 민속춤을 바탕으로 경쾌한 3/4박 춤곡이다. 현악기의 빠른 반복 라듬, 목관의 생기 넘치는 선율, 타악기의 반짝이는 리듬이 어우러져 지역적 축제의 환희를 음악적으로 구현한다.
II. Intermezzo (간주곡)
원래는 오페라의 2막과 3막 사이에 연주되는 곡으로, 플루트의 노래 같은 선율과 클라리넷과 오보에의 맑은 가락은 긴장된 비극적 전개 속에서 잠시 찾아오는 스쳐가는 한줄기 희망과 정서적 위안 그리고 평화와 순수의 순간을 표현한다.
III. Seguedille (세기디야)
원래는 오페라 제1막에서 카르멘이 돈 호세를 유혹하는 장면에서 불리는 아리아이다. 리듬은 스페인 민속춤인 세기디야에서 비롯되었으며, 관현악 편곡에서도 춤곡 특유의 집요한 리듬감과 하강하는 관능적 선을 패턴은 유혹과 도발의 긴장을 고조 시키며, 자유분방하고 매혹적인 카르멘의 성격을 함축적으로 드러낸다.
IV. Les Dragons d'Alcala (알칼라의 용기병)
군인들의 등장 장면을 음악으로 형상화한 곡이다. 목관악기와 금관악기 그리고 타악기들이 이끄는 위엄있는 선율이 군사적 규율과 질서를 장충하게 묘사한다.
V. Les Toreadors (투우사의 노래)
오페라 속 에스카미요의 아리아인 투우사의 노래를 바탕으로 하는 이 악장은, 금관과 현악이 주도하는 힘찬 주제와 행진곡 풍 리듬으로 투우사의 용기와 영광을 그려낸다. 화려하고 힘이 있고 선명한 리듬과 반복되는 선물은 죽음과 영광이 공존하는 투우의 세계를 음악적으로 상징하며, 축제의 기운 속에서 장대한 클라이맥스를 형성한다.
■ 비제, 카르멘 모음곡 제2번
G. Bizet, Carmen: Suite No.2
https://youtu.be/mhse9d-VSbE?si=2pqrbVu6FI8F83_U
제2번 모음곡은 성악 장연의 요소를 보다 직접적으로 반영하고, 하바네라, 프리지안 선물, 군악풍 리듬 등 이국적 어법을 프랑스적 세련미로 재해석해 축소된 오페라처럼 응축된 극적 체험을 제공한다.
I. Marche des Contrebandiers (밀수꾼들의 행진)
목관의 짧은 신호음은 어둠 속에서 서로를 확인하는 손짓처럼 들리며, 불규칙한 악센트와 어두운 화성은 은밀한 움직임을 암시한다. 전체적으로 선율은 밤길을 서성이는 밀수꾼의 그림자처럼, 극 중 긴장감과 위협, 야간의 분위기를 응축해 표현한다.
II. Habanera (하바네라)
카르멘의 대표 아리아를 관현악으로 편곡한 이 악장은, 점음과 긴 음형이 반복되는 하바네라 리듬을 통해 매혹스럽고 관능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현악과 목관의 색채 대비, 저음부의 오스티나토가 어우러지며, 자유로운 카르멘의 성격과 사랑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음악적으로 형상화한다.
III. Nocturne (녹턴)
미카엘라의 아리아를 바탕으로 한 곡으로, 낮은 음역의 호른 솔로가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주제를 암시하며 시작된다. 이어지는 바이올린 솔로는 길고 유려한 선율을 통해 두려움 속에서도 용기를 내는 미카엘라의 감정을 깊이 있게 표현한다.
IV. Chanson du Toreador
(투우사의 노래)
오페라에서 에스카미요가 부르는 아리아를 바탕으로 한 이 악장은, 리듬감 있는 진행과 위풍당당한 선율을 통해 투우사의 당당한 성격과 대중의 환호를 음악적으로 그려낸다. 금관악기의 힘찬 울림과 행진곡풍 리듬이 전면에 나서며, 자신감 넘치는 인물의 등장을 인상 깊게 표현한다.
V. La Garde Montante
(어린 병사들의 합창)
이 악장은 명랑한 행진곡풍 리듬과 함께 어린 병사들의 천진한 모습을 음악으로 담아낸다. 반복되는 악구와 부드러운 화성 진행은 일상의 평온함과 순수한 정서를 강조하며, 극 전체의 긴장된 흐름 속에 소소한 활력과 여유를 불어넣는다.
VI. Danse Bohème (집시의 춤)
빠른 템포의 오스티나토 위로 현악과 목관이 정밀하게 얽히며, 캐스터네츠와 탬버린 이 생동감 있는 음색을 더한다. 색채감, 리들 에너지로 응축하여 자유와 도취의 순간을 표현한 이 악장은, 화려한 유희와 광채로 모음곡의 정점을 장식한다.
글 | 부천시립예술단 사무국 팀장 박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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