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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 이야기

"어서 죽기를 기다릴 뿐.."

by 문촌수기 2013. 1. 3.

(18) "어서 죽기를 기다릴 뿐.."

충무공의 亂中日記(난중일기)는 7년 전쟁 중에 쓰여진 전장의 생생한 기록이며, 어머니를 향한연서(戀書)이며, 직책에 대한 번뇌와 갈등을 풀어놓는 위안이었다. 이 난중일기 속에는 장군이스스로 죽기를 기다리는글이 나온다. 특히 사랑하는 어머니의 죽음은 그를 더욱 더 죽음에 가까이 가게 한 듯하다. 만약 나 또한 사랑하는 어머니가 돌아가신다면 그 마음이 어떠할까? 그 죄를 어찌할까?

장군의 난중일기는 왜놈들의재침이 임박한 정유년(1597년) 4월초 1일 "옥문 밖으로 나왔다"는 말로 반년만에 다시 계속되어 "울적한 마음 한층 이기기 어렵다"고 적혀 있다.
출옥한지 열흘째 되는 4월11일 일기는 이렇게 적고 있다.

"새벽에 꿈이 몹시 산란하여 마음이 매우 불안하다. 병드신 어머님을 생각하여 눈물이 흐르는 것을 깨닫지 못하다. 그래서 종을 보내서 어머님의 안후를 알아 오게 하였다."

그로부터 이틀 뒤인 4월 13일.

"조금 있다가 종 순화가 배에서 와서 어머님의 부고를 전한다. 뛰쳐나가 뛰며 뒹구니 하늘의 해조차 캄캄하다. 가슴이 미어지는 슬픔이야 이루 다 어찌 적으랴(뒷날 대강 적었다)."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지극한 어머니는 아들이 다시 옥에 갇혔다는 말을 듣고 크게 근심하시어 병이 드셨고 그 길로세상을 떠났으니 자식의 마음이야 어찌 성할 구석이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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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을 바라보며 찢어지는 아픔이야 어떻게 다 말하랴. 집에 이르러 빈소를 차렸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고 나는 맥이 다 빠진데다가 남쪽 길이 또한 급박하니 부르짖으며 울었다. 다만 어서 죽기를 기다릴 뿐이다...."(정유 4월16일)

"일찍 길을 떠나며 어머님 영 앞에 하직을 고하고 울며 부르짖었다. 어찌하랴, 어찌하랴. 천지간에 나같은 사정 또 어디 있을 것이랴. 어서 죽는 것만 같지 못하구나..."(정유 4월19일)

정유년 9월, 충무공은 이 12척의 전선으로 1백30여척이 몰려든 왜군과 싸워 기적과도 같은 명량대첩의 전과를 거두게 된다. 이 해전 전야 의 '난중일기'는 특히 주목을 끈다.

"여러 장수들을 불러 모으고 '병법에 이르기를 죽으려 하면 살고, 살려고 하면 죽는다 하였고 또 한 사람이 길목을 지키면 천명도 두렵게 할 수 있다는 말이 있는데 모두 오늘 우리를 두고 이른 말이다'고 엄격히 약속하였다. 이날 밤 신인이 꿈에 나타나 가르쳐 주기를 '이렇게 하면 크게 이기고 이렇게 하면 진다'고 하였다."(정유년 9월15일).


그 뒤 충무공의 장렬한 죽음에 대해서는 우리가 잘 알고 있으나 '난중일기'에는 물론 그 기록은 없고 있을 수도 없다.

<1998년 6월 30일 (월) 조선일보 [우리문화 유산기행-24] 이순신장군의 `난중일기'에서 많이 참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