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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낭만주의자, 라흐마니노프 더 높은 하늘, 시원한 바람, 참 좋은 가을. 중앙공원 단풍이 예쁘게 물들었다. 그 바로 앞의 부천아트센터. 아침 일찍 헬스장 들러 간단히 운동하고 둘이서 강연 시간에 맞춰 길을 나섰다. 오늘은 라흐마니노프 음악을 감상하며 그의 생애를 음악평론가 조희창 선생의 강연으로 듣는 좋은 시간이었다. 지금으로부터 150년 전에 러시아에서 태어나, 광기(狂氣)의 20세기 전반을 살면서도 낭만을 지켜온 '마지막 낭만주의자(Last Romantist)' 라흐마니노프. 그의 첼로소나타 3악장(Op19)은 이 가을 맑은 하늘과 낙엽에 너무 잘 어울린다. 첼리스트 얀 포글러(Jan Vogler)와 피아니스트 엘렌 그리모 (Hélène Rose Paule Grimaud)의 연주가 아름답다. 아니 그 보다 영상이 더 매력적이다.. 2023. 10. 25.
가족사랑, 장욱진 그림 장욱진 화백의 그림은 동화같다. 단순하고 간결하면서 따뜻하고 친근하다. 아이들도 따라 그릴 만큼 쉬워서 행복하다. 장욱진 화백은 까치와 동그라미와 아이들과 가족화를 많이 그렸다. 가족은 생의 시종(始終)이며, 복의 원천이요, 위안의 요람이다. 집의 울타리도 둥글고, 나무도 달항아리처럼 둥글다. 아이의 얼굴도 해를 닮아 둥글다. 그래서 넉넉한 미소가 번진다. 그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나도 아이가 되어 엄마를 찾고 고향 집으로 가게 된다. 그래서 더 건강해진다. 그러나 지금은 없는 엄마와 고향, 그래서 더욱 그의 그림을 그리워한다아래 그림은 근래 '60년만에 돌아온 장욱진의 첫 화로 크게 화제가 되었다. 손가락 하나와 한뼘의 크기도 되지 않는 작은 그림이지만 장욱진 가족의 행복은 한량없이 넉넉하다.초현실적인.. 2023. 10. 24.
나날이 좋은 날, 일일시호일 저자거리에서 나물을 파는 할멈은 맑은 날이나 비오는 날이나 매냥 슬픈 얼굴을 지었습니다. 그러다가 장마지거나 가뭄이 지면 나날이 눈물을 흘리며 앉아 있었습니다. 저자길을 자주 지나던 스님이 그 모습을 보고는 무릎을 굽혀 이 울보 할멈에게 물었답니다. "어찌 할멈은 매냥 우시오. 그 사연이나 함 들어봅시다." 슬픈 마음을 하소연할 길 없어 답답하던 터에, 때 마침 자비롭게 물어보는 스님이 여간 고맙지 않았습니다. 할멈은 신세 타령을 늘어 놓습니다. "아, 글쎄. 이내 신세 어찌나 박복한지요. 영감 일찍 저 세상 보내고 어렵게 어렵게 두 딸년을 키웠건만, 큰 딸은 짚신장수한테 시집가고, 작은 딸은 우산장수한테 시집을 갔지 뭡니까? 가뭄이 길어지면 작은 딸네 우산이 안 팔릴 것이고, 장마 때가 되면 큰 딸네 .. 2023. 10. 20.
7번국도와 아시안하이웨이 6번 포항에서부터 7번국도를 타고 강릉으로 왔다. 오늘 길에 아시안하이웨이 6번 노선을 안내하는 큰 이정표를 두번 봤다. 그러나 촬영에 실패했다. 카메라 준비가 늦었다. 도로명을 새긴 안내판은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튿날 강릉에서 주문진으로 다시 올라가는 7번국도 이정표는 AH6 글자만 적혀있다.아시아지역 32개국 간의 협정으로 21세기판 실크로드인 아시안 하이웨이 이정표가 국도 7호선에 설치됐다. 대한민국 부산광역시에서 시작해서 북한, 러시아, 중국, 카자흐스탄을 경유하여 벨라루스에서 끝나는 아시안 하이웨이 간선노선이다. 러시아-벨라루스 국경선에서는 유럽 고속도로 30호선(E30)과 직결하여 폴란드, 독일, 네덜란드, 영국, 아일랜드까지 이어진다. 정확히는 카자흐스탄-러시아 서측 국경에 E30이 .. 2023. 10. 14.
사이와 그 너머 모네가 "포플러 연작"을 그린 것은 당시 유럽에 유행했던 '자포니즘 (Japonism)'의 영향이 컸다고 한다. 일본의 목판화 (우키요에) 를 본 모네는, 소나무 사이로 보이는 후지산의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사물의 사이 그 너머로 보이는 모습'을 그리는 것은 당시 유럽에선 그려지지 않던 풍경이었다. "사이와 그 너머, between and beyond, 間과 超, inter et ultra, Meta" 지금 여기에 있는 나, 그것에 감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나와 너 우리 사이에, 지금을 넘어서 내일은, 여기를 벗어나 저기에, 무엇이 있는지를 찾는 것은 더더욱 소중하다. 2023. 10. 6.
괴테와 롯데 서울 근처에 3,40년을 살면서, 잠실에도 종종 와 봤다. 딸 신혼살림 집도 근처라서 경부고속도로를 달려오며 자주 올려다 보던 롯데월드타워를 오늘에사 처음으로 와 봤다. 마침 '하늘이 열린다'는 개천절이라, 마치 하늘로 오르는 사다리 밑에 서 있는 듯 하다."어, 그런데 여기에 왜 괴테상이 있지?" 폰으로 검색하니, LOTTE 롯데의 회사명이 괴테에서 비롯되었다 한다. 독일 베를린 티어가르텐 공원에 있는 괴테상을 3D 스캐닝과 컴퓨터 작업 등을 통해 그대로 본떠 제작한 뒤 한국으로 옮겨온 것이란다. 롯데의 창업주인 신격호 회장이 청년기 때, 괴테의 을 읽고, 첫 사랑 샤롯데(Charlotte)를 향한 베르테르의 참된 사랑에 큰 감명 받았다. 1941년 식민지 백성으로 일본으로 건너가 자수성가하였으며, 해.. 2023. 10. 4.
태극기 게양 어제 아침 헬스장 다녀왔다. 아파트 경비실입구, 내 키보다 낮은 자리에 태극기가 게양되어있다. 낯선 모습에서 알게됐다. "아하 , 국군의 날이구나!" 담임을 할 적에는 아이들에게 국기게양을 잊지말라고 해놓고선. 도덕윤리 선생하며 누구보다도 뿌리찾기교육을 강조하며 국가정체성 함양교육에 매진했으면서. 퇴직하고나니 감이 떨어졌나보다. 그제나 어제나 오늘이나 내일이나, 그냥 그날이라 여기며 살아간다. 하기사, 일없는 無事한 날에 감사하다. 분리배출장을 정리하시는 경비 아저씨께 감사하다고 인사드렸다. 어질러진 곳을 정리해주시고 잊고 사는 것을 깨우쳐 주시고 모르게 사는 것을 알게 해주시고 추석연휴에 남들 놀때 근무하시니 이리 저리 여러모로 마냥 감사하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오랜만에 태극기를 찾아 게양했다. 내일이.. 2023. 10. 2.
빵 발림과 발림칼 아침식사로 사과 반쪽먹고, 샐러드, 그리고 버터에 구운 모닝빵 서너조각에 잼이나 스프레드 발라서 핸드드립한 커피한잔으로 먹으면 흡족하다. 아내가 만든 스프레드는 정말 맛있다. 그런데, '스프레드'라는 말이 영 마음에 안든다. 'spread'라면 '펼치다'는 뜻이다. 빵 위에 잼이나 치즈 등을 펼쳐서 발라 먹으니 그렇게 부르겠지만, 우리네 정서로 펼치는 것은 '멍석을 까는 일'과 같다. Excel과 같은 스프레드 시트 컴퓨터 프로그램에 익숙해서인지 더더욱 음식 이름으로는 용납이 안된다. 이 기회에 우리말로 고쳐부르자며 아내랑 식사 중에 상의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빵발림, 빵발리미' 그리고 잼 나이프는 '발림칼'로 부르기로 했다. '뭐, 우리끼리라도'. 그래, 우리말로 고칠 수 있다면 고쳐서 부르자... 2023. 10. 2.
목멱상풍(木覓賞楓) 십경 서울의 남산을 목멱산(木覓山)이라 불렀단다. "왜 목멱산이라 했을까?" 특히나 '찾을, 멱(覓)'이 낯설다. '소를 찾는다'는 '심우(尋牛)'는 들었어도 나무를 찾는다, 나무가 찾는다는 말은 대체 무슨 의미일까 궁금하다. 왜 쉬운 남산을 두고 어렵게 목멱산이라 불렀을까? 그 어원과 출처가 궁금해서 찾아 보았다. '백악(白岳)을 진국백(鎭國伯)으로 삼고, 남산(南山)을 목멱대왕(木覓大王)으로 삼아 남산 정상에 국사당에 모셨기에 목멱산이라 한다'는 글을 읽었다. 그 답에 말꼬리를 또 잡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니깐 왜, 목멱대왕이라 불렀냐고요?" 그렇게 꼬리를 물다보니 드디어 실마리를 찾게 되었다. 이제야 조금은 의문이 풀렸다. '마뫼'에서 목멱이 왔던 것이다. 순우리말로 남쪽을 '마'라고 부른다. 그래.. 2023. 9.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