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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 이야기105

창 밖은 오월인데... '창밖은 오월인데 너는 미적분을 풀고 있다 그림을 그리기에도 아까운 순간 라일락 향기가 짙어 가는데 너는 아직 모르나 보다 잎사귀 모양이 심장인 것을' - 피천득 님의 시, 중에서... 추억의 다락캔디 '일 없는 달력'을 펼쳐서 서재에 달았어요. 아름다운 시절 어서 다시 오라고... 또 학교 개학이 미루어졌다니, 우리 샘들 힘드셔서 어떡하나? 스승의 날도 가까워 오는데, 아이들 없는 학교에서 스승되기도 힘든 세상을 살아가네요. 그래도 힘내셔요. 어려운 문제도 언젠가는 풀리겠죠. 좋은 시절 올거예요.무대 위에 배우들이 번갈아 등장하듯이 산야천에 꽃들이 차례로 피어나네요. 이제 마거리트와 꽃창포가 등장했네요. 모두가 주인공들이죠.미적분 풀이는 잠시 덮고, 창 밖으로 나가봐요. 우리 아이들을 꽃 본 듯하며, .. 2020. 5. 12.
마지막 퇴근 교직 최후의 장면, 교단 마지막 퇴근입니다.학교 뒷산 버드나무를 깎아 '일체유심조'라 쓰고 만들어 놀던 대궁(大弓)의 시위를 접고, '군자유삼락'의 즐거움을 족자로 둘둘 말아 한 손에 들고 학교를 나섭니다.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한 기쁨도 있건만, 성직(聖職)과 같은 이 소중한 교직을 완주하지 못한 아쉬움은 큽니다. 하지만 '지족자부(知足者富)'라는 노자의 말씀에 '지지자현(知止者賢)-그칠 때를 아는 것이 현명하다'고 대구(對句)하면서, 스스로 위로하며 멈추었습니다. 나를 구하지 못하면 어느 누구도 구하지 못할 것입니다. 잠시 나를 돌보고 달래다가 다시 일어나 제3의 인생 길을 걷게 되겠죠. 이제 배움보다 비움을, 가르침보다 나눔을, 그리고 즐김과 살림을 위하여 살아보렵니다. 하느님과 여러분들과 함께 했기.. 2019. 8. 30.
비상하라 아이들아. 비행기 날아가는데 작용하는 네가지 힘(중력, 추진력, 저항력, 양력)을 설명하였다. 이것을 삶에 은유하면서, 삶의 무게(중력)을 이겨내고 맞바람(저항력)이 신바람(양력)으로 바뀔 때까지 꾸준히 노력하자며 이야기하였다. 그러기 위해서 'IBEST하자'고 하였다. - 비행의 원리 맞바람을 신바람으로> https://munchon.tistory.com/1225 - IBEST이야기> https://munchon.tistory.com/579 그리고 나를 응원하는 메시지를 적어 비행기를 날렸다. 이제 나도 날 수 있다. 비상하라. 아이들아. IBEST비행기 활동지> 2019. 7. 17.
혁신의 스승, 노자 노자 사상은 어렵다.어린 학생들에게는 당연히 어렵고 말고다. 우선 두 개의 도(道, 길)를 알자고 했다. 그리고 그 길을 그림으로 읽어보고 이야기하자 했다. 이야기와 그림은 우리의 생각에 흥미를 더해주고 어려운 사상을 친근하게 만나게 해준다. 첫번째 길, '도가도 비상도(道可道非常道)' "도를 도라고 하면 도가 아니란다." 참 묘한 말이다. 아니, 무슨 이런 말장난이 있나 싶다. 제1장 1절에 해당하는 이 말을 어떤 이는 이렇게 해석한다. 대체로 세상이 거의 다 그렇게 번역하고 있다. "도를 도라고 말하면, 영원 불변의 도(the enduring and unchanging Tao.)가 아니다." 라고. 그러나 나는 이 말을 부정한다. 반대한다.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이 어디 있나?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2019. 4. 26.
춘풍추수로 밀당합시다. (지난 3월 말. 선생님들께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전하며 드린 글) 참 고생하셨어요. 2019학년도 스타트 정말 멋지게 한달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곧 꽃피고 젊음이 생동하는 사월이네요. 새로 만난 아이들과 아직도 밀월(허니문)인가요? 그러기를 바랍니다. 이제 본색을 드러내고 나쁜 습관을 어찌하지 못하고 선생님을 애먹일 때가 되었겠습니다. 이제 우리는 밀당(밀고 당기기)을 잘해야 겠습니다. "밀당!"~ 제가 결혼식 축사로 주문드린 메시지랍니다. 밀당을 잘해야 밀월(蜜月, Honey Moon)을 넘어, 밀당(蜜堂, Honey Home, 꿀 집)이 될 수 있다고 말이죠. 우리 교실도 밀당으로 만들어 봅시다. 근자에 회자되는 "친절하고(춘풍) 단호함(추수)"으로 밀당!! 해봅시다. 제가 좋아하는 추사의 대련 중.. 2019. 4. 20.
이제 말하셔요. "나도 힘들어" "나도 힘들어~" 턴테이블 위에 놓인 LP를 손가락으로 돌리며 혼잣말을 합니다. LP로 브람스의 '알토 랩소디'를 들었습니다.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율리 클라라를 사랑했던 브람스의 고뇌에 절감하며 진한 감상에 젖었습니다. 브람스, 알토랩소디 Alto Rhapsody, Op.53 원제목:《괴테의 겨울의 하르츠여행의 단편에 의한 알토독창 ·남성합창 및 관현악을 위한 랩소디》. 1869년 작. 그런데 나의 턴테이블 톤암은 오늘도 제자리 돌아오지 못하고 바늘을 들어 올린채 서있습니다. 손가락으로 LP판 레이블 부분을 짚고 돌려주고서야 제자리에 앉습니다. 벨트를 새 것으로 갈아주고 수평조절 침압조정 다해봤는데 이제 늙었나봅니다. 어디 아픈가...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네요. 아내가 내 혼잣말을 들었나봐요.. 2019. 3. 30.
매홀고, 매력 홀릭을 자랑합니다. 나의 매력 홀릭, 매홀고를 자랑합니다. 먼저 학교 이름은 진취적 기상을 가진 고구려인들이 부른 이름입니다. '매홀'은 지금의 수원ᆞ화성ᆞ오산 지역에 해당하는 고구려시대 지명이죠. '물 고을'이라는 뜻을 가진 지명이 '물골'ᆞ'맷골'이며 매홀입니다. 즉, '매'는 물이며 '홀'은 고을입니다. 유투브ᆞ매홀고 자랑 이 이름답게 학교 정문을 들어오면 여느 학교와 달리 먼저 아홉그루 소나무 낮은 동산 아래에 두 개의 연못이 눈에 들어 옵니다. 위는 샘 솟는 연못이며, 아래는 샘물을 담아 춤추는 분수 연못입니다. 학교 이름과 뜰이 '물'을 간직하니 그야말로 명실상부(名實相符)하죠. '이름다움'을 이렇게 매력적으로 보여준 학교는 없었습니다. 이제 우리 아이들도 상선약수(上善若水)하는 '물'의 미덕을 닮은 사람으로 자.. 2019. 3. 26.
탐라교육원 연구사님께 감동하다. 올해 초여름 그리고 오늘 초겨울, 제주도 탐라교육원에서 강의. 그 자리를 마련하신 연구사님의 정성에 고마워서 글을 쓴다. 지난 6월의 인문학 강연 때는 보내드린 인문학산책 현장 이미지를 현상하여 로비와 계단에 전시하고, 그림엽서까지 만들어 강의를 들으러 오신 선생님들께 선물로 나누셨다. 이렇게 감동적으로 강연장을 꾸며서 강사와 대상자를 맞이한 강의는 처음이었다. "지극정성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그리고 오늘. 한라산 중산간 지대에는 눈이 내렸다. 택시타고 탐라교육원을 가면서 지난 초여름, 4ᆞ3평화공원에서 만난 슬픈 비설(飛雪) 모자상을 떠올렸다. 그러나 탐라교육원의 풍광에 금방 지워졌다. 강의실을 찾아가는 복도와 로비에 부착해둔 '따뜻한 말 한마디'에 다시 감동했다. 교육자로서 일과 사람을 대하는 정성.. 2018. 12. 8.
수능시험장, 참 고운 감사의 쪽지 우리 매력홀릭고에서도 수능시험 잘 치루었습니다. 뒷정리를 하는데, 한 고사실 책상위에 다음과 같이 과자 하나와 쪽지가 놓여 있었어요. "어쩜 이렇게 고운 마음을 가졌을까?" '복 받으라' 기도 드리며, 이런 아이들을 길러내자고 다짐해봅니다. ♡ ♡ ♡ ♡ ♡ "자리를 빌려줘서 정말 고마워요. 이 교실 이자리에서 수능시험을 본 학생입니다. 이렇게 깨끗한 책상을 빌려줘서 편안히 시험 볼 수 있었어요. 학교가 정말 예쁘네요. 즐거운 학교 생활하고 맛있게 드십시오!" ♡♡♡♡♡ 작은 쪽지 하나! 오늘 하루가 행복해집니다. 2018. 11.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