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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들

커플 휴대폰

by 문촌수기 2013. 1. 2.

까풀 휴대폰

 

휴대폰을 언제부터 가졌는지 모르겠다. 2만원 줬던가? 3만원 줬던가? 하기 그건 중요치 않다. 요샌 칼라폰이니 카메라폰이니 어쩌고저쩌고 하는데 그래도 난 지금 내가 갖고 있는 휴대폰이 마음에 든다. 왜냐하면 휴대폰 앞면에 거울이 붙어 있어 가끔 나를 들여다보아 좋다. 그런데 요새 더더욱 이 휴대폰을 아끼고 좋아하는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휴대폰 밧데리가 오래되다보니 하루를 채 못 견딘다. 아마도 밧데리 수명이 다 되어 가는가 보다. 굳이 돈 들여 구입할 필요가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마침 색깔과 겉모양은 달라도 아내의 휴대폰과 같은 모델이라 오래가는 아내의 빨간 색 밧데리를 바꿔 달고 다닌다. 하얀색 휴대폰이 빨간색 밧데리를 업고 있다. 아니 의존하고 있다.

우연히 교실에서 휴대폰을 꺼낼 일이 있었다. 아이들이 묻는다.

"선생님, 왜 휴대폰 밧데리 색깔이 달라요?"

"으~응. 이거 아내꺼랑 바꿨지. 뭐~ 소위 까풀(커플) 휴대폰이라고나 할까? 아내는 나의 밧데리, 나는 아내의 밧데리. 우리 서로에게 밧데리인 셈이지."

"우우~~썰렁" 팔뚝을 비비며 야유를 내 뱉는다.

'짜슥들 농담도 못하나?' 싱거비 풀어놓은 나 자신도 썰렁하여 얼굴을 붉힌다. 앞에 앉은 여자아이 몇 이는 이런 나의 싱거비를 사랑스럽게 받아들이며 용서하는 눈빛이다.

그 교실. 어쩌다 다시 휴대폰이 나왔다. 마침 이때는 하얀색 제짝이 맞는 밧데리를 업고 있는 휴대폰을 보더니 그 여자 아이들이 묻는다.

"선생님, 왜 밧데리 바꿨어요?"
"응? 그냥. 원래 이거야."
"그래도 그때처럼 그렇게 하세요"

왜냐고 물어보니 그때가 보기 좋았고, 그냥 그렇게 해 달란다. '허~참'

나의 필요 때문이었고, 나의 우스개였는데, 이젠 휴대폰을 통해서도 부부는 서로에게 힘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야하는 소명(?)과 용기(?)가 생겼다. 그 날 이후부터 나는 꼭 아내의 애정과 같은 빨간 색 밧데리를 끼고 다닌다. 그래서 난 이 휴대폰에 더욱 정이 간다.

"내 사~랑, 나의 밧데~리. 우우우~"
<문촌, 2003. 8.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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