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어디로 가는 걸까?
무서운 꿈을 꾸었다며 한밤중 제 방에서 엄마, 아빠 방으로 건너와 잠을 잔 딸아이는 이제 10살입니다. 아침 햇살에 눈을 비비며 이부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은 채 꿈 꾼 이야기를 합니다.
" 아빠, 나 무서운 꿈 꿨어.
아빠랑, 엄마랑, 내가 높은 기둥을 올라가고 있는 거야.
그렇게 힘들진 않았어.
근데 참 이상했어.
어디로 가는지를 몰라서 엄마에게 물었어.
'엄마, 우리 어디에 가는 거야?'라고 하니,
엄마는 '나도 모르겠어. 아빠한테 물어봐'라 하는 거야.
그래서 큰 목소리로 '아빠! 우리, 어디 가?'라 물었거던.
그러니 아빠도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라 하잖아.
기둥 밑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 구경을 하고 있었는데.....
그 사람들도 갑자기 기둥으로 올라오잖아.
그 사람들은 무척 빨랐어.
결국 우리를 넘어서 먼저 올라가고 있는거야.
그런데.....
내가 위로 쳐다보니 그 사람들은 다리가 하나도 없었어.
아빠, 다들 어디로 가는 걸까?"
어린 아이의 개꿈이려니........하며 웃어 넘겨버리기엔 너무도 이상한 꿈 이야깁니다.
내 아이와 내 아내를 데리고 가면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가는 나의 모습을 세수하면서, 아침밥을 먹으면서, 출근을 하면서 곰곰이 그려보고 돌아보았습니다.
"대체 나는 어디로 가는 걸까? "
"우리는 어디로 가는 걸까?"
- 목련꽃이 피어나는 2001년 4월 13일 금요일입니다. 황보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