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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 이야기

효자되는 약

by 문촌수기 2013. 1. 4.

효자되는 약

Category: 이런 저런 이야기, Tag: 여가,여가생활
05/07/2005 04:50 am
어린이 날이 내일이다.
초등학교 일학년 아이는 학교에서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선물을 받았다.
아이의 작은 손바닥으로 가릴만한 작은 약봉지다.
선생님이 손으로 일일이 접어 만드신 모양이다.
약봉지에는 이렇게 쓰여있다. 억지 기억을 짜맞추면.

"어린이날 선물
[효자가 되는 약]
OOO에게"

그리고 뒷면에는 깨알같은 글씨로,

"이 약을 조제한 사람의 사랑과 정성을 믿어야만 약효가 있습니다."
"이 약은 집에 돌아가 잠자기 전에 먹어야 합니다."

"뭐라고 쓰여있는지 이 글자 읽을 줄 아니?" 어리석은 물음에 "예"라고 크게 대답한다.

양해를 구하여 약봉지를 자세히 살피며 만져보았다.
알약 만큼이나 작은 사탕 서너알 인듯 싶다.
아마 선생님께서는 이 선물을 일일이 나눠주며 덧붙여 말씀하셨으리라.

" 이 약은 삼켜서 먹지 말고 입안에서 천천히 녹여 먹어야 해요.
그리고 꼭 기도하며 먹여야 돼요. 따라해봐요. 손모으고....
'엄마 아빠 말씀 잘 들을께요. 동생 잘 데리고 놀께요. 때쓰지 않을께요. 대답잘하고 인사잘하고 심부름잘할께요. 이제 이빨 잘 닦고 세수도 혼자할께요. 건강하고 씩씩할께요. 내방은 내가 치울께요.....'"

잘 모르겠다. 아마 크게 틀리진 않았을 것 같고.

장난삼아 부탁해본다.

"아저씨도 효자되게 좀 주라."

어림없는 부탁인줄 아는가, "안돼요!" 단호히 거절한다.
'이놈, 꼭 효자되고 싶은 모양이구먼'

고등학생 나의 아이들에게 어떻게 '효자되는 약'을 조제해 먹일까?
사탕처럼 달콤한 고민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