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고사가 가까워네요. ‘내신성적에 목을 맨다’는 말이 들릴 만큼 우리 친구들은 다들 긴장하며 열심히 공부를 합니다. 시험 때가 가까워지면 우리 학생들 못지 않게 선생님들도 긴장을 하죠. 시험문제 하나하나에서 문장문구 하나하나를 갈고 다듬으며, 철자에 틀림이 없어야하고, 예전에 출제된 적이 없어야 하고, 어느 참고서에도 유사한 문제가 없어야 하며, 중복답, 오답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하며, 과목 평균점수와 난이도 조절에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시험치는 동안에는 부정행위를 막기 이리저리 살펴야 하며, 이상한 낌새가 보이면 현장 가까이에 포진하여 사전에 조짐을 차단해야 합니다. 부정행위를 적발하는 것도 골치 아픈 일입니다. 그래서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능사입니다. 예방한다고 신경을 써도 답안지를 채점하다보면 컨닝의 흔적이 보입니다. 그 흔적은 가끔 선생님들의 노고를 씻어주는 웃음을 선사합니다. 선택형 객관식 문제만 출제되었을 때는 이런 재미있는 일이 없습니다. 단답형이나 서술형 문제를 출제했을 때, 채점을 하다보면 우리 학생들이 참 고마울(?) 때가 있습니다.
‘조선시대 향약의 4대 강목 중 오늘날 ‘불우 이웃돕기’에 해당되는 강목은?‘
정답은 '환난상휼'입니다. 이 정답은 뒷좌석 친구에게는 ‘환난생활’로 전해지고 한자리 더 넘어가면 ‘환락생활’로 끝이 납니다.
기원전 3세기의 그리스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욕망의 충족'을 행복이라고 했습니다. 그가 말하는 욕망이란 명예와 금전 그리고 육체적 욕망은 아니라, 근심 걱정없고, 흥분도 좌절도 없고, 번뇌가 없는 마음, 곧 평온한 마음 고요한 마음 그 자체였습니다. 그것을 '아타락시아(ataraxia)'라 부릅니다. 우리말로 바꿔 말하면 ‘평정심’이죠. 이것을 시험문제에 출제 한 적이 있습니다.
(문)“행복은 마음의 평화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마음의 평화, 번뇌없는 평정심을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무엇이라고 말했습니까?”
(답) 아싸라비아.
알아듣지 못할 정답 ‘아타락시아’보다는 실감나게 와닿는 행복한 마음, ‘아싸라비아’라 옮겨 적은 그 학생은 선생님을 즐겁게(?) 합니다.
최선을 다하는 여러분, 매시간 시험이 끝나면서 “앗싸!’, “앗싸라비아!”라 외칠 수 있는 좋은 일만 있길 바랍니다. 나날이 나날이 앗싸라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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