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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 이야기

스승의 날이 없었으면 좋겠다.

by 문촌수기 2013. 1. 4.

스승의 날이 없었으면 좋겠다.

Category: 이런 저런 이야기, Tag: 여가,여가생활
05/14/2005 11:54 am

내일이 스승의 날이다. 다행이 일요일이라서 좋다 생각했다.
그러나 아이들은 나의 기대를 저버렸다. 토요일 오늘.스승의 날을 축하한다며 각반마다 난리다. 꽃다발, 케잌, 폭죽, 리본, 교실장식, 흥분, 노래, 떠듦.
교실에서 케잌을 자르고 서로 먹으려고 장난을 쳤는지 얼굴에 바르고 난리법석이다.
이건 지네들 날이다. 그래도 철없는 아이들이라 이해하고 넘어간다. 졸업한 학생들, 작년에 가르친 상급반 아이들이 인사올 때는 참으로 보람이 있다. 아이들이 잘자고 있는 것을 보면 흐뭇하다.

스승의 날이 되면 참 부끄럽다.
나를 있게 해주신 스승들을 찾아뵙지 못해 부끄럽다. 그리고 내 자신이 스승답지 못함이 부끄럽다. 그러나 그보다 더 부끄럽게 하는 것은 세상의 눈과 입이다.
요새 아이들 친구 생일이면 축하한다며 둘러모여마구 팬다.
어른들도 그런 아이들을 닮았는가? 매스컴마다 학교비리, 촌지, 학교발전기금, 선물 등을 떠들어대며 대한민국의 선생된 자들을부끄럽게 한다.
마구 패는 것 같다. 내가 잘못 생각하는 걸까? 부패방지위원회니 뭐니 하며 국가공권력을 가진 기관에서 앞장서고 매스컴 기자들을 동원하여 혈안이되어 두들겨 패는 것 같다.
뉴스시간이 되면 어린 딸이 함께 볼까 부끄럽다. 물론 '아빠는 아니라'생각하겠지만, 대한민국의 아이들이지네들 선생님을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도 된다.
대한민국의 교육 그 자체가 걱정된다. 존경심없이 어디에 의지하여 가르칠 것이며 배울 것인가? 그 자체가 권위인데 그 존경심을 깎아내리고 권위에 흠내려 작정을 한다. 그것이 개혁이고 정의란이름인가?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나?

나는그런 스승의 날이 없었으면 좋겠다.
아이들도 마치 지네들 날인양 들떠서 공부하지 않기로 작정한 듯 하다.
할 수 없이 얼굴을 붉히며 야단을 쳐야하나....
철 없는 아이들 하는 일이라 조용히 참고 기다려야 하나?
교단 20년이 가까워 가지만 아직도 모르겠다.
정말 스승의 날이 없었으면 좋겠다.
그래도 다행이다.
정말 내일은 인류의 위대한 스승,석가모니가 오신 날이다.
진짜 스승의 날이다.
내일은 시간을 내어 스승을 찾아뵈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