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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이야기128

위안부 소녀상을 안아드리다. 서울 종로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위안부 소녀상을 찾아 인사하고 안아드렸다. 휴일 이른 아침 이 곳을 찾아 소녀 앞에 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마냥 미안하고 어떻게든 위로드리고 싶어서 그저 고개 숙이고 평화를 비는 기도를 드렸다. 그러고는 다가가 두 팔로 소녀를 안아드렸다. 처음엔 그 옆 의자에 앉아 손을 잡아드릴까도 생각했지만, 내 몸은 그냥 다가가 따뜻하게 안아드리고 있었다. 미안하다고 잊지않겠다고 가르치고 전하겠다고... 슬픈 얼굴의 소녀상 옆에는 어쩌면 이다지도 유쾌한 신사가 가벼운 발걸음으로 소녀에게 걸어오고 있을까? '그래, 고통스런 과거의 역사였지만 이제 희망의 발걸음을 내디뎌야 하지 않겠나?' 좋게 생각하자. 우리 매홀고 ㅡ 작은 소녀상 설치 소식이! 아픈 역사 기억하기 위해 교내.. 2017. 10. 22.
하이마트 ~ Heimat, 내 청춘의 고향 옛날 앨범을 정리하다 청춘의 시기에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책갈피를 하나 발견했다. 다시 청춘으로 돌아가라면? 난, 싫다! "하이마트-Heimat [고향]-음악인의 집" 어제는 추웠고, 오늘은 배고프고, 내일은 어두워도 이곳 대구의 클래식 음악감상실, 하이마트에서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의 베토벤 교향곡을 듣고 있노라면, 그까짓 것들은 아무 문제가 아니었다. 하이마트 내 청춘의 고향 나의 소도 나의 도피안 그 곳에서 나는 잊을 수 있었고 쉴 수 있었고 나로서만 존재할 수 있었다. 하이데거는 그 곳을 '존재의 진리'라고 보았다. 헤겔은 그 곳을 '자기 자신 곁에 있음'이며, 정신의 고향이며, 정신의 본성인 내면성이라 했다. 공간으로서 고향이 아니라, 인간 현존재의 본질이 거기에 거주한다는 그런 의미의 고.. 2017. 10. 16.
쑥부쟁이와 구절초도 구별못하는 무식한 놈 전 여태껏 무식한 놈이었네요. "쑥부쟁이와 구절초를 구별하지 못하는 너하고 이 들길 여태 걸어왔다니 나여, 나는 지금부터 너하고 절교(絶交)다!" 안도현 시인의 '무식한 놈' 시랍니다. 추석 잘 지내셨어요. 가을햇살이 그리운데.. 오늘은 웬지 썰렁하죠? 그저깨 추석. 은계성당에서 위령미사드리고 바로 곁 오산천변을 걷다가 구절초 군락지를 만났어요. 좋아하는 들국화, 그냥 이름도 구분 못하고 그냥 들국화라고만 불렀는데...구절초 라네요. 이름도 웬지 사연이 깊은 듯. 아홉 구,꺾일 절, 풀 초 무슨 사연인가 했더니, 음력 구월 구일(중양절)에 약재로 쓰기 좋아 꺾어 간답니다. 중국에서는 조선국이라고 부르네요. 들국화 피면 가을이요. 지면 겨울이라는데... 가을햇살 좋은 날. 들국화 보러 들길 걸어보셔요. 그.. 2017. 10. 6.
내 고향 구룡포 고향 친구들과 오랫만에 고향에서 만났다. 그 옛날의 읍내 신작로를 걸으며, 여긴 내가 살았고 저긴 니가 살았고 우리 이 골목길을 뛰어 다녔다며 이야기가 끊이지 않고 이어진다. 신작로에 우리집 평상을 펼치면 그 자리는 저녁설거지 끝난 동네 엄마들의 수다방이 되고, 쿠알라룸푸르에서 중계하는 국가 대항 축구대회가 있을 때면 어른 아이 할 것없이 동네 사내들의 단체 응원장이 된다. 한여름 밤의 모기차가 마술같은 향기와 흰 연기를 뿜어내며 달리면 아이들은 제 몸을 연기(방충연무)속에 숨기며 뒤따라 달려간다. 실은 그 냄새가 좋아서였다. '아이구야, 지금 생각하면 끔찍한 일이다. 동네 우리 다녔던 구룡포 국민학교. 넓은 운동장에 친구들의 소리가 들리고 지금은 사라진 구룡포 극장, 그야말로 그 주변이 가장 부유하고 .. 2017. 8. 7.
놀이의 가치 - T퍼즐 2013년 일본 야마구치현으로 여행 갔다가 상점에서 우연히 눈에 띤 T퍼즐/크로스퍼즐을 구입했다. 4개의 나무 조각을 짜맞추어 여러 모양을 만들어 내는 놀이 도구 나무조각이다. 우리 어머니 살아계실 적에 드렸더니 재미있게 갖고 노셨다. 그리고 마을 할머님들 놀러 오시면 같이 맞추며 좋아하셨다. 그래서 종이 박스를 오리고 예쁘게 색칠하여 여러 세트의 퍼즐을 만들고, 큰 달력 뒤의 하얀면에다가 여러 모양의 밑그림을 그려서 드렸더니, 좀 더 쉽게 종이퍼즐을 올려서 퍼즐을 맞추면서 재미있게 같이 놀았다고 하셨다. 학교 수업과 체험학습 휴식시간에서도 모둠 아이들에게도 종이박스로 만든 퍼즐세트를 나눠주고 퍼즐 맞추기 퀴즈를 해결하면서 같이 놀았다. 아이들에게는 도덕 일자훈(訓)의 의미를 더해서 인의예지신의 오상(五.. 2017. 8. 7.
가긴 가나 봅니다. 달팽이 영감님, 한 밤중에 어인 나들이십니까? 낮에 비가 하도 많이 와서 집이 허물어져 피난이라도 가시는 겁니까? 온 몸이 욱씬거려 따스한 온돌 위에 몸이라도 찌질려고 나오신 겁니까? 뿌려둔 씨앗이 싹이 텄나 살피려 오신 겁니까? 눈 맞추려 무릎 숙였는데도 보이지도 않으신가 봅니다. 맹인 지팡이 더듬듯이 더듬어 용케도 보도블록 틈을 건너 가시네요. 가긴 가나 봅니다. 그런데 어딜 가시는지요? 이렇게 가면 언제 가십니까? 잘 다녀 가셔요. 2017. 7. 4.
결혼식 신랑신부 위치 다음주에 혼례식 주례가 예정되어 있다. 신랑혼주에게 미리 준비를 부탁했다. 신랑신부의 위치를 남좌여우로 서 있을 것을 주문했다. 언제부터인가 현대식 결혼식장에서 신랑신부 위치가 바꾸어 서 있기에 이것만이라도 전통을 지키고 싶어서였다. 즉, 주례를 기준으로 주례의 왼쪽 앞에 신랑이 오른쪽 앞에 신부가 위치한다. 동양전통 예법도 그렇지만 서양의 예법도 그렇다. 그 예로 사진은 몇 장 곁들여 보냈다. 나의 계산성당에서 혼배성사. 영국 왕실 혼례식 그리고 우리의 전통 혼례식 2017. 6. 24.
커피 한 잔에 태양 가득 커피 한 잔에 태양이 가득! 뜨거운 적도에서 태양을 가득이 머금었기에 그토록 까맣게 토해낼까? 커피 한 잔에 세상의 시름이 담겨 있다. 2017. 6. 24.
그레이트 북스! 나의 대학시절, 암울한 시대ᆞ갈등과 나태와 방황의 청춘이었지만, 그래도 늘 내 곁에 있었던 것은 그레이트 북스였다. 큰형이 사준 동서문화사 그레이트북스ㅡ세계문학사상총서가 나의 피난처였으며, 세상을 향한 항변이었다. 고교시절에도 대입예비고사시험보다 도스토옙스키에 빠지고, 니체에 반했다. 친구들은 나를 '미친갱이'이라 했다. 의미없는 미적분은 왜 배우냐며 따져묻고 수업시간에 그레이트 북스를 읽다가 오후 내내 교무실 문앞에 책을 들고 꿇어 앉아 있어야 했다. 국어 선생님께서는 물고 늘어지며 쓸데없는 것들에 대해 질문하는 나를 귀찮아 하시면서, '주막집 개새끼'라고 하셨다. 그게 또 무슨 말씀인지 묻는다."왜, 제가 주막집 개새끼입니까?" 손님인지 걸인인지 구분도 모르고 아무대나 짖어댄다는 거다. 공자, 자신의.. 2017. 6.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