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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커피그림이야기

청년 김민기, 내게 왔다.

by 문촌수기 2025. 11. 28.

예스24에 보내온 택배가 문 앞에 놓여있다. 크기나 두께로 봤을 때, 딱 기다리던 '그분'(?)이 오셨다. 54년전(1971년)의 청년 김민기가 노래한 1집 복각LP가 드디어 내게 왔다. 가슴두근거리며 택배 포장을 뜯고, 곧장 LP부터 꺼내 턴테이블에 올려놓고 청년 김민기를 만나고 있다.
"아니지, Side2면의 '아침이슬"부터 듣자"

자켓 뒷면의 '김민기 論'을 읽는다.

자켓 뒷면의 '김민기 論'

[김민기 論] -경음악 평론가 최경식
언젠가 방송국에서 민기에게 내가 '김민기 논' 을 쓰겠다고 했더니,
"김민기 놈"하고 그가 되물어 거기 있던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던 일이 생각난다. 민기는 그렇게 나이가 어울리지 않게 씁쓸한 친구다.
그의 노래 속엔 대체로 콧대 높고 줏대 있는 '젊은 한국이 도사리고 있다.
시간이 남아 돌아가며 오래 기다려야 하는 스튜디오 밖 한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기타아로 클래식 소품을 연습해 보던 그의 모습이나. 어느 날 오후 머리부터 발끝까지 함빡 비를 맞아 뼛속까지 젖었을 그가 맨발로 내 사무실에 걸어 들어오던 일(그는 금붕어처럼 뻐끔하니 입을 벌린 구두를 한길가에 내버렸단다)이며 뭇사람들에게 미움을 받아 가면서도 국산품 노래를 외고집 하던 일 등등, 그러한 그의 일상생활은 그의 음악 속에 미화되거나 위장됨이 없이, 있는 그대로 소박하고 순수하게 구현돼 있다.
이번 첫 디스크를 위해 특별히 음악적인 헌신을 보여준 정성조 쿼텟과 김광희 양에게 고마움을 금치 못한다. 한마디로 민기는 '복도 많은 놈'이다. 그러나 이제부터다. 앞으로가 그의 가능성과 창조력의 시험대가 될 것이다.
본격적인 '김민기 논'은 그때 그날로 미루기로 하겠고 끝으로 이 디스크가 민기의 참가치나 숨은 실력을 알아볼 수 있는 좋은 시금석이 되어 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많은 분들에게 권한다.

1971. 10. 21.
   경음악 평론가 최경식

아! 그분의 음성으로 듣는 <길>부터 너무 좋다. 그 한 음절의 단어 만으로 내게 여러 화두와 많은 영감을 주는 '길'.

06김민기 - 길A.mp3
2.84MB

중고등학교를 다니던 1960년대, 김민기는 라디오 방송을 통해 서구의 팝을 들으며 밥 딜런이 주도한 모던 포크 음악을 좋아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바흐와 존 케이지에 흥미를 느끼는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즐겼다.

“미술로 치자면 모더니스트 계열의 것을 좋아했던 것처럼 초기작들 - 가령 '친구'나 '길' 같은 노래는 서양음악, 그중에서도 메이저 음계의 화성적인 화려함에 대한 선호가 배어 있다."


그 '길"의 여운을 깔고, 딸림 책자를 펼친다. 이 책자가 돌아가신 김민기 님을 추모하며 그 분의 노래하신 까닭을 더욱 사모하게 되었다.

내 청춘의 성가이자 행진가, <아침이슬>을 노래한다. 청년 김민기가 먼저가며 노래하고, 늙어가는 내가 따라가며 부른다.
그 의미와 사연을 읽는다.

김민기의 자필(1973), 아침이슬과 꽃피우는 아이

'아침이슬'이 그녀의 목소리로 방송을 타기 시작하자 그녀는 곧 데뷔 앨범을 출반했고, 가수는 꿈도 꾸지 않았던 나도 얼결에 음반을 내게 되었다. [친구] 라는 노래가 들어있는 모노사운드에 2도 색상 쟈켇의 허름한 음반이 그것이다. 얼마후 문리대 진입생 환영회에 나가 노래 부르기를 지도할 기회가 있었는데 이튿날 새벽 난생 처음 동대문서에 연행되었고 시중에 남아 있던 나의 음반은 전량 압수되었다. 월북작가가 작사한 '해방가'와 내가 만든 '불온한 내용(?)'의 노래. [꽃피우는 아이]를 가르쳤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학생운동에 대해 별관심도 없었던 나는 하루아침에 주목받는 운동권 학생이 되어 버린것이다.
-1993년 봄 친구 이도성(당시 동아일보 차장)에게 보낸 자필 팩스 중

김민기의 친필 가사

김민기의 이야기, <아침이슬>
대학 입학 후 집이 정릉에서 수유리 우이동으로 이사를 가면서 김민기는 반지하 창고를 개인 작업실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드문드문 무덤이 있는 야산이 보이는 창고에서 그림 작업을 하다 막히면 기타를 잡고 노래를 만들고 노래 작업이 막히면 다시 그림을 그리곤 했는데, 어느 날 밤 그림 작업이 막혀 만들었던 곡이 '아침이슬'이었다. 처음 썼던 가사는 '그의 시련일지라'였는데 음악이 도무지 다음으로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그'를 '나'로 바꾸어 보았더니 금방 곡이 완성되었다. '그의 시련'은 예수나 석가 같은 성자를 묘사하는 표현이었으나 '나의 시련'으로 바꾸면서 이 곡은 '나'의 이야기가 되었다.
- 강헌 인터뷰, "길은 다시 다른 봉우리로..." <리뷰>, 1998 여름호


그림이 노래가 되고, 노래가 그림이 되었다. 그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이야기를 할 때 그림과 노래는 더 진솔해진다.

■ 김민기 <아침이슬>과 나의 그림

상록수, 아침이슬 노래그림

김민기의 노래와 나의 하모니카 연주

아침이슬.mp3
5.63MB

https://munchon.tistory.com/m/1691

'상록수'의 歲寒과 '아침이슬'의 歲熱

같이 우표수집하고, 같이 만화 그림 그리며 놀던 국민학교 때의 고향 친구가 노래를 불렀다며 카톡으로 녹음파일을 올렸다. 일찍 미국으로 이민 간 친구다. 오랜 만에 추억에 잠기면서 친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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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기와 그림>
김민기는 서울대학교 미술생도였다. 하지만, 그는 가수로만 알려졌지, 화가로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가 남긴 그림을 이 책자에서 처음 봤다.

“민기의 대학시절 그림이 50년이 흘러간 지금도 시대를 초월한 작품으로 남아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 같다. 내가 소장하고 있는 작품은 민기가 내 어머니에게 선물한 작품이다. 도비두로 활동하던 대학 시절 민기와 나는 함께 우리집에서 듀엣곡들을 만들고 연습하면서 많은 날을 보냈는데, '늘 밤참을 준비해 주시면서 늦은 시간까지 돌봐주신 나의 어머니에게 감사의 마음으로 자신의 소중한 그림을 선물했다'라고 말하는 민기의 진심 어린 마음을 보면서 울컥했던 기억이 잊히지 않는다."

- 김영세, "우리 모두의 '친구' 김민기를 보내며..." 한국경제, 2024.7.24


김민기, 그림에 대한 생각
"미술대학에 들어가면서 부터 나는 오히려 그림으로부터 멀어지기 시작했던 것 같다. 나만의 은밀하고도 절실한 약속이었던 그림이 남들에 의해 들춰내어지고 있다는 강박관념에 싸였었나보다. 그와 같은 경계심은 대학생활 내내 학교수업에 대해서 조차 일정한 거리감을 갖게하는 긴장상태로 계속되었다. "
-1993년 [김민기 1,2,3,4] 발매 후, 오랜 친구의 요청에 지면 인터뷰 형식으로 보낸 팩스에서

인터넷으로 김민기의 그림을 찾아봤다. 그가 그린 그림대신, 그의 얼굴과 그의 노래를 그린 그림들을 볼 수 있었다.

나의 김민기 노래그림
나는 그의 노래들을 그림으로 계속 그려나갈 것이다.

아름다운 사람1

https://munchon.tistory.com/m/1466

김민기의 아름다운 사람

대학생이 되었다. 70년대말 학번이다. 그렇게도 가보고 싶었던 다방을 이제 가 볼 수 있게 되었다. 3월의 캠퍼스, 곳곳에서 서클 회원 모집이 한창이다. 어떤 이유로 가입했는지 기억에 없지만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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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에서

https://munchon.tistory.com/m/1472

강변에서, 우리 순이가 돌아온다

김민기 곡ㆍ글ㆍ노래 서산에 붉은 해 걸리고 강변에 앉아서 쉬노라면 낯익은 얼굴이 하나둘 집으로 돌아온다 늘어진 어깨마다 퀭한 두눈마다 빨간 노을이 물들면 왠지 맘이 설레인다 강건너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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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사람2
작은 연못

https://munchon.tistory.com/m/1467

작은 연못

깊은 산 속 '작은 연못'의 평화는 붕어 두마리의 싸움 때문에 깨진 것일까? 아니면 인간의 탐욕 때문은 아닐까? 오늘날의 물신(物神)주의는 생명체인 자연을 파괴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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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원이 부른 '가을편지'도 고은의 시에 김민기가 작곡하였다.

https://munchon.tistory.com/m/1642

그대에게 보낸다. 가을편지를

하모니카연주(2023.9.1/호너 썬더버드 low D)봄은 노래하게 하고 가을은 시인이 되게 한다. 봄은 희망으로 나를 가게 하고 가을은 돌아와 추억에 잠기게 한다. 문득 옛 추억의 그대에게 편지를 쓰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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