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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이야기128

미안하다는 말이 가장 어렵다. 어제 아이스크림 두조각 꺼내고 나머지는 냉장고에 넣었죠. 오늘 아침, 냉장고 문을 연 아내, "아이쿠, 이게 뭐야? 아이스크림을 여기다 두면 어떻게? 다 녹아 흘렀네." 제가 또 실수를 했네요. 이런 제가 또 미웠어요. ㅠㅠ. 그래도 '미안하다' 말 안했네요. 말할 면목조차 없고 또 쑥스럽고, 그저 제가 미운 나머지 허탈하게 웃으며, "그래도 증상이 호전되었구먼." 제가 지난 달엔 전기 포트를 가스 레인지 위에 올려 태워 먹었죠. 그때 충격에 비하면, 많이 가벼워졌죠? 이거 치매 전조 아닌가요? 엘톤 존 ㅡ '미안해'라는 말이 가장 어려운 것 같아. https://youtu.be/4GpxyfoQVus 2020. 6. 15.
공부해서 남 준다 "공부해서 남 주나?" "예, 공부해서 나도 갖고 남도 주면 더 행복하죠." 山寺는 불교전당이지만, 우리의 문화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고요. 얼마전 한 대학생이 문자를 보내와 협조를 구하길래 응대하고 도움을 주었답니다. 이제, 자기 글이 문화재청 홈피에 실렸다며 링크를 소개하며 많이 읽혀지길 바란다네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건 기쁜 일이랍니다. 누군가는 저더러 불교신자인 줄 알아요. 그럼 이렇게 말해요. "예수님 믿고, 부처님도 공자님도 믿어요." "그런게 어딨어요? 무교면 무교지." "다 안 믿는 거보다야 낫죠. 인류의 위대한 스승이잖아요" 종교(宗敎), 으뜸이 되는 가르침이랍니다. 벽을 쌓아 편 가르지 마셔요. ᆞᆞᆞ 야, 너두 사찰 읽을 수 있어! 출처 : 문화재청 ... 2020. 5. 30.
고운 빛은 어디서 났을까? 시인은 노래한다. "산에는 꽃이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없이 꽃이 피네..." 참 말로 다행이다. 봄 바람 깨어난 꽃들이 피어 나를 찾게 하고 걷게 하였다. 봄비에 기지개 켜고 나를 반겼다. 네가 웃어 새들이 지저귀고 나도 노래하였다. 변덕스런 봄 바람과 꽃샘 추위에 너는 입을 닫고 얼굴을 감싸고 결국에는 바람따라 날아가버렸다. 허전한 마음에 나도 입을 닫고 노래를 그쳤다. 그런데 참 말로 희얀도 하지? 포근한 봄 햇살과 잔잔한 봄 바람에 너는 다시 돌아와 나를 반겼다. 어제의 모습은 간데 없어 늘 새로웠다. 너는 죽지 않았고 새로운 모습으로 내게 돌아왔다. 너 덕분에 다시 웃고 다시 걷고 또 다시 노래한다. 이름 있는 꽃들, 이름 없는 꽃들. 이름 모를 꽃들. 다 기억해서 무슨 소용있으랴마는, 너에.. 2020. 5. 22.
정신 차려야지. 어제 낮에 커피 한잔 한다며, 포트에 물을 담아 가스렌지에 올려두고, 커피를 갈았죠. 고~소한 냄새...이어서 따라오는 타는 냄새.. 뭐지? 아뿔사!! 전기포트를 가스렌지에! 불 태웠죠. 그을림 날리고, 한바탕 난리. 이건 되돌릴 수도 없지요. 이럴 땐, 자괴감으로 굴욕! 치매 전조? 이를 어쩌면 좋을지... 다행히, 아내의 허탈한 미소 뒤에 '참 오래 썼어. 예쁜 거 사고 싶었는데...' 이 말을 얼렁 뚱땅 받아, "예쁜 거 사!, 얼마면 돼?" 인생 뭐 있나요? 천만 다행이죠. 감당할 만큼이었으니 말이죠. 다들 불조심 합시다. 적당한 긴장, 정신 집중과 단순, 이게 처방일 듯 합니다. 오늘도 긍정으로! ~ Life goes on! 오브라디, 오브라다! 2020. 4. 28.
다락ㅡ다묵일미(茶墨一味) 잘쓰든 못쓰든 붓글씨를 조금이라도 젊은 나이에 잘 배워뒀다. 퇴직하고 즐기기에 이만큼 좋은 것이 또 있을까 싶다. 다시 를 펼쳐서 붓을 놀렸다. 지금까지는 아이들 가르치느라 논어를 읽고 배우고 썼다면 이제 즐기고 나를 위하여 배운다. 위기지학(爲己之學)이란다. 이제서야 제대로 공부한다.차의 맛과 먹의 맛은 잘 어울린다. 그 맛을 어떻게 묘사할까? 흙냄새일까, 두엄 냄새랄까? 돌 맛일까? 풀 맛일까? 아무튼 차향과 묵향은 같은 맛이다. 하여 차를 마시며 붓을 들어 논다. '다향우수ᆞ다묵일미(茶香友壽ᆞ茶墨一味)' ~차향을 벗 삼아 건강하다. 차와 먹은 같은 맛이다.내친김에 차 맛에 걸인이 된 추사의 글을 임서해본다. '정좌처다반향초ᆞ묘용시수류화개 靜坐處茶半香初 妙用時水流花開' ~"고요히 앉아있는 것은 차가 .. 2020. 2. 7.
다락(茶樂)-화기치상 차를 마시면서 화목한 가정의 모습을 보게된다. 다구에 이름을 붙이며 은유해보는 즐거움도 있다. 차를 우려내는 차호를 아버지라 부르고, 우린 차를 담아서 나누는 공도배나 다완은 어머니라 부르고, 차를 나눠 마시는 찻잔은 자녀라 부른다. 그렇게 다부ᆞ다모ᆞ다자라 이름하여 가족의 의미를 부여한다. 차호에서는 때론 연하게도 우려지고 진하게도 우려진다. 아버지의 살림벌이가 떠오른다. 많이 벌 때도 있고 덜 벌 때도 있지만 가족을 위해 애쓰시는 아버지의 헌신적 모습이 연상된다. 어머니는 가장의 벌이를 잘 모아 살림살이 하시면서 자녀들에 풍요롭게 나누신다. 그 살림의 모습처럼 공도배에서는 차의 맛을 중화하여 자식들에게 골고루 나눈다.다부, 차호에서 우려낸 차를 공도배(다완)는 걸름망을 통해 깨끗하게 담아서 자녀들인 .. 2020. 2. 6.
다락(茶樂)- 음다오품 차를 단순히 대화를 위하고 맛이나 약으로만 마시지는 않는다. 차를 마시며 더해지는 즐거움도 많다. 차와 단둘이 데이트하며 오감으로 느끼고 사랑한다면 그것도 행복 더하기가 될 것이다. 누가 다선일미라 했던가? 온전히 차와 마주하면 절로 선(善)해지며, 선(禪ᆞ仙)에 다가간다.[히비스커스 허브차]찻물을 내릴 때 채워지는 맑은 소리, 차가 우려질 때 차호 속에서 깨어나는 찻잎의 기지개 펴는 소리를 듣는 귀의 즐거움. 고운 차호와 찻잔을 바라보고, 우려진 차의 투명하고 맑은 색깔을 감상하는 눈의 즐거움. 찻잔을 들어 마시기 전에 먼저 전해오는 차향을 맡는 코의 즐거움. 한모금 머물고 혀를 굴리며 그 맛을 보는 입속의 즐거움. 비운 차호나 찻잔을 감싸쥐고 간직하고 있던 온기를 받아들이는 손의 즐거움. 음다(飮茶).. 2020. 1. 27.
다락(茶樂), 차호의 삼수삼평 아직 설레임을 갖고 산다는 것은 행복하다. 좋은 차를 기다리다보면 설레고, 우려 처음 마실 때 그 맛이 설렌다. 또한 예쁜 차호를 구해 바라보고 어루만질 때도 더 설렌다. '완물상지(玩物喪志)'라며 경계하지만, 내 분수에 넘치지도 않는데 이 정도로 내 뜻이 상하랴? 이것도 즐기지 못하면 무슨 낙이 있겠는가? 오늘같이 눈물 가득 머금은 하늘에는 눈이라도 펑펑 내리면 더없이 좋겠다. 그 바램으로 차를 홀짝 마시며 아침부터 차호를 갖고 논다. 새삼 차호를 애무하며, 삼수ᆞ삼평을 이야기한다. 삼수(三水)란 출수, 절수, 금수를 말한다. 출수(出水)는 차(물)를 따를 때 목표지점인 다완이나 찻잔에 포물선을 그리며 한줄기로 시원하게 떨어지는 것을 말하고, 절수(切水)란 는 차따르기를 멈추었을 때 차호 물꼭지에서 찻.. 2020. 1. 27.
시인과 화가 ᆞ 화중유시 시인과 화가의 우정이 과연 우연일까? 초록 보기 시나 그림은 모두 인간의 인식작용이 사물에 감동하여 일어나는 흥취의 표현인데, 시는 그것을 언어로 그리는 것이고 그림은 그것을 붓으로 그리는 것이다. 한 폭의 그림이 그저 눈을 즐겁게 하는 것 단지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전해 주는 일 뿐이라면, 그림의 존재 이유와 의미는 매우 하찮은 것이 되고 말 것이다. 우리가 때때로 한 장의 어둡거나 눈부신, 또는 슬프거나 아름다운 그림 앞에서 어떤 내밀한 몽상의 황홀경에 빠져드는 것은 그것이 색채의 구성으로 이루어진 대상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동양회화에 있어서 시(詩)와 화(畵)는 분리되지 않는다. 이러한 시와 그림의 합일은 예술가들이 눈에 비치는 것 이상을 표현하고자하는 욕구와도 부합한다. 동양과 서양은 풍토.. 2020. 1.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