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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0 시를 배워야 자녀교육을 과정지훈(過庭之訓)이라한다. 마당에서 만난 자녀를 잠시 불러 질문을 던지며 가르침을 전하는 것이다. 굳이 때를 잡고 자리를 펼쳐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수시 짬짬이로 은근 흘쩍 가르친다. 이 장면을 공자의 아들, 백어의 입을 통해 다시 읽는다. “일찍이 아버지께서 홀로 서 계실 때에 내가 종종걸음으로 마당을 지나고[過庭] 있었지. 그러자 아버지께서 ‘시를 배웠느냐?’라고 물으셔서, ‘아닙니다.’라고 대답하니, ‘시를 배우지 않으면, 말(대화 상대)을 할 수 없단다.’라고 말씀해주셨네. 그래서 나는 물러나 을 배웠다네." ㅡ16계씨13. 17 10 子謂伯魚曰: “女爲 周南召南矣乎? 人而不爲周南召南, 其猶正牆面而立也與?” (자위백어왈: “녀위 주남소남 의호? 인이불위 주남 소남 , 기유정장면이립야.. 2022. 4. 27.
1709 詩를 배워야하는 까닭은? 신은 만물을 창조하였고 사람은 그 만물에 이름을 붙인다. 그러나 그 이름에 집착해서는 안된다. '이름을 이름이라고 하면 이름이 아니기(名可名 非常名)' 때문이다. 그래서 새롭게 이름을 붙이고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한다. 새롭게 이름을 부르고, 의미를 부여하면 시가 된다. 먼저 시를 많이 읽는 것이 시를 배우는 것 아닐까? 17 09 子曰: “小子何莫學夫詩? 詩, 可以興, 可以觀, 可以羣, 可以怨. 邇之事父, 遠之事君; 多識於鳥獸草木之名.” ( 자왈: “소자하막학부시? 시, 가이흥, 가이관, 가이군, 가이원. 이지사부, 원지사군; 다식어조수초목지명.”)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어찌하여 시를 배우지 않느나? 시는 (의지를) 일으키고, (득실을) 관찰할 수 있으며, 무리지을 수 있으며(和하면서도 방탕한.. 2022. 4. 26.
오늘 Today 여기보다 나은 거기 없다. 지금보다 소중한 그때 없다. 오늘만이 나의 것, 내일은 없다.오늘은 지금 여기에 오는 날이며 지금 막 내게 온 날이다. 지금 여기에 있는 내가 주인공이 되는 오늘보다 확실한 것이 어디 있을까? 오늘은 내 것이며, 實存이다.2022년 4월 28일 오늘. 내가 할아버지가 된 날이다. 내 아기가 아기를 낳다니?내 아기가 엄마가 되다니! 허허! 오늘보다 좋은 날이 언제였던가? 나날이 좋은 날, 오늘은 선물이다.존 덴버의 Today를 하모니카로 불러본다. 어제의 영광을 가져다 준 면류관에도 거미줄이 끼고, 내일의 장미빛 무지개도 언젠가 뒤집어질 수도 있겠지. 하지만 오늘은 나날이 행복이다. 세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복이다. 세잎 클로버 풀밭에 누운 부부는 달콤하고 평화로운 낮잠에 빠졌다... 2022. 4. 25.
꽃이 날 희롱하다. "낭자 이름은 무엇이오?" "이름 물어 무얼하료?" 반한 마음 감추며 거듭 물었죠. 그저깨는 명자라 하더니만, 비온 뒤 오늘은 홍매화라네요. 그녀가 날 희롱하나 봅니다. 맑은 내일에 다시 물어볼까 봅니다. 2022. 4. 15.
고흐와 커피 Vincent van Gogh, Woman Grinding Coffee, 1881 Still Life with Coffee MillI, Pipe Case and Jug, 1884. "사람은 일을 잘 하기 위해서 잘 먹어야 하고, 좋은 집에서 지내야 하고, 가끔씩 도망도 치고, 파이프 담배를 피우며, 평화롭게 커피를 마셔야 합니다." -빈센트 반 고흐- 고난한 삶을 살았던 반 고흐도 커피에 대한 집착은 베토벤 못지 않았다 한다. 반 고흐는 닷새 동안 딱딱한 빵과 커피 23잔만으로도 연명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가 고집했던 커피가 예멘 모카 마타리(Yemen Mocha Mattari)이라는 설이 있다. 그 당시에는 유럽에서 인도산 짝퉁 싸구려 예멘모카 마타리가 유행했다고도 한다. 커피를 가는 여인의 모습과 .. 2022. 4. 12.
ㅡ베토벤과 커피 사과 서너조각, 샐러드와 수프 그리고 갓 구워 낸 빵 한 두 개에, 때론 삶은 감자과 계란으로 으깨 반죽한 스프레드를 바르고, 여기에 곁들인 내 손으로 내린 커피 머그 한잔 마시기. 나의 아침 식사이다. 먼저 배불린 고양이는 창문에 붙인 해먹 위에서 잠들어 있고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배경으로 깔려있다. 어느 호텔 바도 부럽지 않다. 향기는 사라졌지만 한달째 시들지 않은 말라 버린 프레지어는 제 색깔을 피우고 있다. 오늘따라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봄'이 흘러나와 식사 시간을 더욱 행복하게 한다. '프레지어, 봄, 커피, 베토벤...' https://youtu.be/dziDUpR1TeA 아침 식사가 끝나고 행복한 감흥을 이어가며 나의 커피 빈(콩)을 세어본다. 나의 커피 머그 한잔에 들어가는 커피 콩은.. 2022. 4. 12.
1707 물들어도 더럽혀지지 않는다. 어머니 신사임당을 여윈 율곡 이이는 파주 자운산 선영에서 시묘살이를 마치고, 금강산에 들어가기 직전에 성혼(成渾)을 처음 만났다. 열아홉살의 이이와 스무살의 성혼은 이후 평생의 친구가 되었다. 성혼은 원래 창녕사람이나 화석정이 있는 곳에서 6킬로 정도 떨어진 지금의 폭포어장이 있는 우계(牛溪, 파평면 늘로리)에 살았다. 우계는 그의 호가 되었다. 어느 날 우계와 율곡은 친구 송강 정철의 생일잔치에 초대되었는데, 가서보니 기생들이 함께 있었다. 고지식한 우계는 기생을 못마땅히 여기었지만, 율곡은 웃으며 "물들어도 검어지지 않으니 이것도 하나의 도리라네"하며 함께 잔치를 즐겼다. 평생의 반려된 친구로 지내다가 율곡이 먼저 세상을 떠났고, 우계는 그보다 14년을 더 살면서 율곡을 잊지 못해 그의 기일이 되면 .. 2022. 4. 10.
애니송(Annie's Song), 늘 그대와 함께 내 안에 누가 있을까? 내 '안에' 있는 사람, 아내를 위해 나는 무슨 노래를 불렀던가? 존 덴버는 아내, 앤(Ann)의 생일을 축하하면서 애니송을 만들어 불렀다.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인 셈이다. 하수영의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가 조강지처에게 미안해하고 고마워하는 노래라면, 존 덴버의 애니송은 '언제나 어디에서나(anywhen and anywhere)' 어떤 일이 있더라도 당신과 함께 있기를 바라는 사랑의 송가이다. "당신은 나의 감각을 채워주죠. 숲 속의 밤과 같이, 봄 날의 산과 같이, 비오는 날 산책 같이, 사막의 폭풍 같이, 잔잔한 바다와 같이, 나의 감각을 채워주죠. 당신을 사랑하게 해주오. 내 삶을 바칠 수 있기를, 당신의 미소에 빠져들고, 당신 팔에 안겨 죽기를, 당신과 함께 잠 들고,.. 2022. 4. 8.
내 고향. 호미곶 등대 우리 고향, 호미곶 등대가 세계항로표지협회에서 선정한 '올해의 등대'로 선정되었다 한다. 앞선 프랑스의 코르두앙 등대, 브라질의 산투 안토니우 다바라 등대, 호주의 케이프 바이런 등대에 이어 4번째로 우리의 호미곶 등대가 '올해의 등대'로 선정되었다. 참 반가운 소식이다. 더욱 흥미롭고 자랑스러운 것은 구한말 대한제국의 국운이 기울 때, 일본이 주도하여 건립한 등대가 아니라 우리가 고용한 사람이 주도하여 대한제국의 상징을 새겼다는 점이다. 포항 호미곶 등대 건립은 고종이 고용한 英건축가가 주도했다 - 조선일보 - https://www.chosun.com/national/weekend/2022/04/02/775QV44JC5BQLBDBJDBT33DYHQ/ 포항 호미곶 등대 건립은 고종이 고용한 英건축가가 주.. 2022. 4. 7.